봄을 위한 서시
김원채
매서운 겨울바람보다도
더 무서운 건 항상 내 자신이었다
또 다시 우리들의 대지위에
추억속의 봄날은 돌아 올 것인가
잠든 가지를 깨우고 죽은 풀잎에 새 생명을 잉태시켜
메마른 대지위에 파릇한 새싹이 전설처럼 돋아날 것인가
하늘 저 멀리 가뭇한 눈송이를 헤이다 지쳐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배워버린 나
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삶의 길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쓰라린 기억들
내 안에 나를 괴롭혔던 수많은 갈등과 번민의 나날들
눈물마저 메말라버린 차디찬 가슴패기에
유령처럼 매달리던 희미한 죽음의 그림자들
하지만 절망의 질곡에서 표류하던 나를 일으켜 세웠던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의 다정다감한 이야기들
죽을 것 같은 괴로움도 터질 것 같은 즐거움도
모두가 가슴에 이는 한 줄기 바람이 스쳐간 흔적들일 뿐
어느덧 내 가슴속에 무지개처럼 찬란한 나이테 한 줄
빛나는 훈장처럼 똬리를 얹는다
저 황토 빛 대지위에 승리의 깃발 펄럭이며 솟아나는
내 연두색 핏줄 마디마디에 그 고통의 번쩍이는 상흔들
이 찬연한 봄날에
지난겨울을 소리 없이 통곡하는 그 뜨거운 숨 막힘이여
봄꽃과 그리고 시
김원채
봄날에 우리가
종이 위에
시는 써서 무엇 하리오
저기 저 봄꽃들이
저렇게 현란한 몸짓으로
천지간에 시를 쓰고 있는데
비비람 찬서리 춘설난풍에도
승리의 깃발 휘날리며
향그러운 미소로 회답하는
저기 저 매화
하늘 품어 가슴채운
상념의 나래 위에
찬란한 별빛 토해내는
저기 저 산수유
허허로운 가슴 가슴마다에
하이얀 등불을 켜고
서글픈 눈물 떨구는
저기 저 목련
정든 님 보고파서
기다리다 지친 가슴
담 넘어 노랗게 타들어 가는
저기 저 개나리
가신님 서러운 한
피울음으로 울어 울어
목마른 생 다시 환생하는
저기 저 진달래
봄날에 우리가
종이 위에
시는 써서 무엇 하리오
저기 저 봄꽃들이
저렇게 현란한 몸짓으로
천지간에 시를 쓰고 있는데
시인 김원채
* 한국시 등단(97)
* 한국문인협회원
* 전남문인협회원
* 나주문인협회원
* 백호문학동인회원
* 나주문학상수상
*저서 : 바람의 연가
**시인은 나주시 노안면에서 나서
지금 나주시 영산동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봄입니다.
쌀랑한 바람 그 사이로
언듯 비치는 햇살이 따숩습니다.
성급한 막내둥이 봄까치꽃은
입춘 지나자 바로 고개를 뾰족이 내밀고
봄이 어디만큼 왔나 두리번 거립니다.
왠지모를 설렘과 두근거림 속에
봄을 느끼며 아는 시인 한 분께 전화를 드려
다짜고짜 봄 시 한 수 보내달라 청했습니다.
아마도 이때쯤이면 시인께서는
봄까치처럼 봄 오는 소식을 벌써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려 얻은 시 두 편,
김원채 시인의 '봄을 위한 서시'와 '봄꽃과 그리고 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봄에 딱 들어맞는 시를
지으셨습니다.
봄볕 내리쬐는 들판을 지나다보니
배나무가지에 연초록 움이 돋고 있습니다.
하지만 꽃망울을 튀우기까지
아직 견뎌야할 시련이 남아있습니다.
몇 번의 찬비와 꽃샘추위 속에
황사도 몰아치겠지요.
그래도 4월 중순이 되면 나주벌판은
온통 배꽃으로 하얀벌판이 될 것입니다.
봄꽃 활짝 필 즈음
나는 당신에게 전화를 할 것입니다.
나주에 봄이 활짝 피었으니
봄구경 하러 오시라고...
하지만 사실은 당신이 보고싶어
봄을 핑계로 넌즈시 청하는 것임을 봄은 알 것입니다.
올 봄엔 지리산자락 산수유꽃 구름처럼 피어있는 구례의 어느 마을을 찾아갈 것입니다.
혹, 당신이 거기에 있다면 마치 꽃이 반갑다는 듯이 활짝 핀 얼굴로 당신을 마주볼 것입니다.
오직 봄만이 그 마음을 알 것입니다.
일년내 그리워했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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