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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청도사건을 잊었는가?

by 호호^.^아줌마 2010. 4. 12.

 

청도사건을 잊었는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곳곳에서 선거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L씨는 최근 한 시의원 예비후보자 부인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고 시내 한 식당을 찾았다가 그 곳에서 교육감 예비후보자 A씨의 방문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밝히며 지지를 부탁했고, 참석자들은 잘 해보라는 의미로 박수를 보내고 모임을 마무리했다고.

 

하지만 그 자리에는 나주지역 상당수 학교 운영위원과 학부모회 간부 등이 참석해 조직적인 동원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으며, 몇몇 참석자들은 각 학급별로 학부모들의 인적사항과 연락처가 담긴 연락망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L씨는 이달초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에 갔다가 식사를 하던 도중 시장 예비후보 B씨의 방문을 받았는데, 모임이 끝난 뒤 총무가 식사비를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자 눈을 꿈적이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더라는 것.

 

시의원 예비후보 C씨는 지역구 마을주민들이 온천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 출발을 앞둔 관광버스에 올라 인사를 나누던 중 “명함만 주고 갈 거냐, 그럴 거면 뭐 하러 나왔느냐?”는 몇몇 주민들의 타박에 당황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거당국은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의 경우 한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상대후보측에서 이를 제보해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후보가 나를 건들지 않으면, 나도 상대후보를 건들지 않겠다” 하는 묵계(黙契)라도 이뤄진 것처럼 제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선거당국의 하소연이다.

 

더구나 어렵사리 제보를 받고 조사를 나가더라도 관련 대상자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조차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비밀리에 이뤄지는 금품과 향응제공 등의 위반사례를 적발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다.

 

마을 경로당과 마을회관, 복지관, 축제행사 장소 등 시민들이 모일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돈선거를 하지말자고 홍보하던 한 선관위 직원의 하소연이다.

 

대부분 반갑게 맞아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일상적인데 더러는 잔뜩 못마땅한 말투로 “선거철에 막걸리 한 잔 못 얻어먹게 하는 게 무슨 놈의 선거여? 옛날에는 막걸리도 주고 고무신도 주고 뭣이라도 줘가면서 선거를 했는디, 나라가 망해먹을라고 돌아가는 꼬라지하고는...” 하면서 되레 호통을 치는 사람도 있단다.

 

과거 막걸리선거, 고무신선거를 치러왔던 습성이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바뀌겠는가마는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사건을 떠올려 보자. 2007년 12월 청도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가 주민 5천명에게 무려 5억6천만원을 살포했다. 검·경이 주민들에게 특별자수기간을 정해 자수를 권하자 주민 700여명이 버스를 대절해 경찰서를 찾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전국이 떠들썩했지 않은가?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선거운동원 2명이 목숨을 끊었고, 52명이 구속됐는가 하면, 주민 천418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우리나라 선거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하지만 이 일을 남의 일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또 오늘 우리 나주의 현실이기도 하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돈 몇 푼, 밥 한 끼, 술 한 잔에 표를 사고판다면 우리는 결국 싸구려 선거판의 거간꾼이 될 수밖에 없다. 나주시민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번 선거의 격을 올려보는 건 어떨까? 이번 선거만큼은 나주의 비전과 시민화합을 위해 ‘올인’ 할 수 있는 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주는 최상의 선거를 치러보자.

 

선거단속 실적이 없다고 선관위 직원들이 징계를 당한다면, 그건 우리 알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