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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냉해피해, 얼어붙은 농촌, 언 발에 오줌누는 행정

by 호호^.^아줌마 2010. 4. 30.

 

 냉해피해, 얼어붙은 농촌, 언 발에 오줌누는 행정

 

메론 농가 “자고 일어나니까 싸그리 얼어 죽어있네”

나주배 “피다 만 꽃 암술 얼어 올 배농사 물 건너가”


봄날 같지 않은 봄 날씨가 농촌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최근 이상기온현상으로 인해 시설원예와 배, 복숭아 등 과수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원예의 경우 올해 들어 일조시간이 평년보다 짧은 반면, 강수일수가 많아 시설작물에서 착과량이 떨어지고 잿빛곰팡이병 등이 발생해 상품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착과와 생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의 일조량이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보다 30%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 세지면에서 12년 째 멜론 농사를 짓는다는 김문식(61, 오른쪽 사진)씨는 “12년 동안 멜론 농사를 지으면서 다 키운 멜론을 로터리 친 적은 처음”이라면서 “날이 추우면 온풍기라도 돌리면 되는데 멜론은 열대작물이라 햇빛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부터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14일에는 강풍에 진눈깨비까지 내리면서 냉해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저지대에 있는 배 농가들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배꽃이 만개한 상태에서 냉해를 입게 되면 암술 씨방이 얼어 까맣게 썩게 돼 수정이 힘든데다 열매를 맺어도 기형과(果)가 되기 쉽다는 것.<왼쪽 사진


나주시 금천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 모(63)씨는 “배 농사를 지으면서 4월에 눈 내리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것 같다”면서 “생산량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상품성은 크게 떨어져 결국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2천500 농가 중 특약에 가입한 농가는 200여 농가에 불과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나주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암술 씨방이 살아있는 꽃을 중심으로 인공수분만 잘 하면 농사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늑장행정에 대해 피해농가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나주시는 29일에야 읍면동장 회의를 열어 피해조사를 실시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피해규모에 대한 조사결과도 오락가락이다.

 

시설원예에 대한 피해조사 결과 전라남도는 나주시가 241ha로 전남도내에서 가장 피해가 크다고 밝힌 가운데, 나주시는 피해규모가 420ha에 이른다고 밝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나주시에서는 채소와 화훼 등 시설농작물 420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농약대와 대파대, 생계지원 등 4억5천만원의 복구비와 영농자금 34억에 대한 상환연기, 이자감면 지원을 확정했다.


하지만 재난지수가 300 미만인 농가는 지원을 받지 못하며 피해율에 따라 농약대와 대파대 등이 차등 지원되고 농가 단위 50% 이상의 피해를 본 농가에 대해서는 양곡대를 지급한다.

 

이런 가운데 나주지역 농가들은 기상이변 역시 분명한 재난이기 때문에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농업재해의 경우 즉각적인 조사 및 보상 외에도 제도적으로 농가에 대한 재해보험 지원 및 관련 조례정비, 예비비 투입, 시설 보강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업재해보험법은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재해보험 대상으로 인정하고 나주지역 대표작물로 자리 잡고 있는 한라봉과 딸기, 메론 등을 보험대상 농작물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


이런 가운데 나주시는 이번 이상기온에 따른 시설농작물 피해복구비로 겨우 4억5천만원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놓아 ‘언 발에 오줌 누는 행정’이라며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