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매일시장의 나홀로 사장님
얼마전부터 사무실 건물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십니다.
연세가 꽤 돼 보이시는 분인데
어떤 날은 고사리 삶은 걸 갖고 나오시고,
어떤 날은 취나물, 죽순, 상추...
철에 따라 단 한 가지 물건만을 들고 나와서
그날 그날 장사를 하시는 한마디로 '나홀로사장님' 이십니다.
시장통 입구에 자리를 펴고 장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할머니들이신데, 내외하시는 건지 나란히 자리를 못하시고
항상 길 건너편에 따로 자리를 잡고 계십니다.
우산을 잡으신 손에 꼭 쥐어진 저 만원짜리 한 장이 오늘 현재까지 총 매출액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우렁입니다.
빗발울이 떨어지는데 오늘도 나오신 걸 보고
사무실에 있는 식혜음료 하나를 들고 나갔습니다.
"직접 잡으신 거예요?"
"암은..."
"어디서요?"
"저~기 다도 냇가에서..."
"그럼 다도에서 여기까지 오시는 거예요?"
"그렇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늙은 영감 나이는 알아서 뭐 할라고?"
"그냥 궁금해서요. 네?"
"일흔이여."
"네?"
사실은 휠씬 더 들어보이셔서 놀란 것입니다.
얼마나 삶이 고단했으면 10년은 더 늙어보이시는 걸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렇습니다.
집안에 환자가 세 명인데
할머니가 몸을 운신하시기 어려워 누워만 계시고,
작은 아들이 언어장애가 있어 집안에서만 지낸답니다.
그런데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쓰기가 어려워 농사일도 못하시고
이렇게 쉬엄쉬엄 산나물이며, 푸성귀, 우렁이 같은 것들을 모아놓았다가
10리가 넘는 길을 달려 나오시는 거랍니다.
누가 뭐라 할까만은
"운동 삼아 나오는 것이제, 별 이유 없어."
하시는 표정에 가난이 잔뜩 묻어나십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사회를 구가한다고
큰소리 빵빵치는 이 나라에서
어찌 이 할아버지 가족 하나를 못 거두고
이렇게 고단한 노년을 살게 하는 걸까?
지난 몇 개월 사무실 경영이 어려워
국민연금이며, 건강보험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했던지
압류를 하네, 뭐를 하네 독촉전화가 오고 독촉장이 날라오고
난리굿을 하고 있습니다. 오죽 했으면 악을 썼으리오.
"경제대통령이라던 이명박이 대통령 되고,
그 수하 정형근이 이사장 되더니
당신들 하는 짓이 겨우 서민들 협박해서 빵꾸난 연기금이나 채우자는 짓거리요?
경기가 죽을 쑤고 있는 판에 직원들 월급도 제때 못주고 있는데
누가 연금 가입한다고 했다고 강제로 가입시켜 놓고 독촉질에 협박질이요?
선거 지고 나서 돌아선 민심에 보복하는 거요, 뭐요, 예?"
엊그제 한바탕 하고 나서 겨우 가라앉으려고 했던 분이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저 할아버지에 대한 고민이 제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훗날 나 역시 저 시장 모퉁이 한 켠에 좌판 펼쳐 놓고 쪼그리고 앉아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아둥바둥 살아도 꿈과 희망을 설계할 수 없는 그런 나라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를 원망하냐고요?
당연하죠.
아침부터 밤중까지 뼈빠지게 일하고 남들 다 쉬는 주말까지 일을 하는데도
경제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이 나라, 이 사회의 매카니즘적인 문제가 분명할테니까요.
적어도 저 할아버지 가족의 끼니걱정, 의료비 걱정이 해결되지 않는 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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