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생태마을 사람들, 그들의 건강한 삶③
“비인가학교라고요? 가장 건강한 삶, 건강한 공부합니다”
생태적·주체적 인재 양성하는 강진군 도암면 늦봄문익환학교
생명과 영성·자율과 공동체·통일과 평화 가르치는 생태공동체
최근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보전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가 되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에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지구온난화로 세계가 재해로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친환경 농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들도 생태복원과 생태환경을 활용한 관광사업, 생태계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생태문화촌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주시도 지난해 12월 관광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해 생태환경에 걸맞는 관광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나주뉴스>는 생태환경을 활용한 국내 생태마을의 성공 노하우와 생태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비교해보고, 나주시가 추진하는 생태마을 조성과 생태관광자원화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생태적·주체적 인재 양성하는 강진군 도암면 늦봄문익환학교
“대안학교라고요? 뭐에 대한 대안이죠? 거기 나오면 뭐합니까?”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로 유명한 강진군 도암면 한 얕으막한 언덕바지에 올망졸망한 건물 몇 동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06년도에 문을 연 늦봄문익환학교(홈페이지 http://www.bomedu.com)다.
학교가 문을 열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이 바로 뭐에 대한 대안인가, 여기를 나오면 뭘 하게 되느냐는 질문이라고.
전남지역의 생태마을을 찾던 중 늦봄학교를 떠올린 것은, 그들이야 말로 틀에 박힌 제도권을 벗어나 자연 그 한 가운데서 새로운 교육의 디딤돌을 놓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자연속의 생태공동체 늦봄문익환학교
늦봄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다.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보다는 자율과 공동체를 지향하며 제도권 학교에 대한 대안과 보완이 될 수 있는 학교를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자연이 곧 학습과 생활의 현장인 농촌마을 속 전국권 학교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해 6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 입학생부터는 중고연계형(3-3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 학생들은 한 학년에 20명 안팎의 소규모 공동체로 학생 모두가 기숙사 공동생활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 전적으로 이 학교의 이념과 교육과정에 동의해야 가능하다.
생명과 사랑 그리고 통일과 평화의 미래
늦봄학교는 물질지상주의와 이기주의, 소비와 오염, 경쟁과 상대적 소외, 분단과 갈등으로 진단되는 기성의 이 시대를 반성하면서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 통일된 민족, 상생과 평화의 대동세상을 열어갈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생명과 영성 교육, 자율과 공동체 교육, 통일과 평화 교육이라는 교육철학에 따라 학생들이 자기의 개성과 능력을 찾아 밝히 드러내는 학교, 스스로 나누고 섬김으로 더불어 평화를 가꾸는 학교, 역사와 인류사회의 창조적 주인이 되는 학교,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목회자이자 통일운동가였던 늦봄 문익환 목사를 스승으로 해 그의 사랑과 정의, 영성, 민족의식, 통일과 평화에의 열정을 본받기 위해 세워진 생태주의 교육철학이 모토가 되고 있다.
올바른 사람을 만들기 위한 올바른 교육
늦봄학교가 추구하는 올바른 사람에 대한 테마는 다음 세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생명·생태 세계의 참 모습, 그리고 나의 참 모습, 아름답고 귀한 존재들을 밝게 드러내라. 그리고 스스로 서고 더불어 섬겨 행복하여라. 자율, 자립, 자유인으로 우뚝 설 뿐만 아니라 더불어 섬기며 사는 행복한 미래를 가꾸어 가기위한 과정이다. 그러면서 역사의 주인이 되어 평화세상을 가꾸어라. 역사의 주체자로 민족통일과 세계평화에 기여하여 인류사회의 성숙과 진보를 키워나간다.
늦봄학교의 교육철학은 일하는 사람, 노동을 중시하는 교육에 있다. 인류생활의 기초는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고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노동에 있듯이 일 함으로써 자연 및 이웃과 만나 겸손히 어우러지고, 땀 흘려 이룬 창조적 결과에 보람과 성취를 얻는다. 그래서 늦봄학교는 토·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2시간쯤 일하는 시간을 갖는다. 논농사, 밭농사, 집짓기, 만들기 등을 위해 호미질, 낫질, 삽질, 톱질, 망치질, 바느질 등을 한다.
그리고 이루는 사람, 과제 수행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진다. 과제는 항상 누구에게나 있다. 그 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해내고 또 그 과제수행으로 과연 무엇을 이루어 내는가가 중요하다. 늦봄학교는 ‘주어진 과제수업(집짓기, 기행, 공연 등)’, ‘스스로 과제수업(자기주도 학습, 자기주도 활동)’ 등의 과제가 늘 주어지며 연차가 더 할수록 과제수행 시간이 늘어난다. 학생들은 이 과제를 위해서 계획-실천-평가의 과정을 스스로 해내면서 자신감 있고 당차게 문제해결, 과제수행의 능력을 키워나간다.
늦봄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끄는 사람, 섬기는 지도자 교육이다.
일과 놀이, 생각과 행동, 개인과 공동체, 이상과 현실이 분리된 경험과 삶이 일반화된 현실 속에서 미래의 행복한 세상은 소통과 조화와 유기적 통합이어야 할 것이다.
늦봄학교는 늦봄생활문화가꾸기 운동, 더불어 살기 등을 통해 섬기고 나누는 생활을 가르친다. 아울러 섬김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이끄는 ‘성숙과 진보의 내일’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그래도 배울 것 다 배운다
늦봄학교의 교육은 보통학습(국어, 영어(회화), 수학, 과학, 사회)과 감성학습으로 나뉜다. 감성학습은 음악(악기, 감상, 노래와 세상, 풍물, 합창, 화성악, 공연활동), 미술(한국화, 서양화, 도예, 서예, 서각, 사진, 애니메이션), 체육(민족무예(택견, 경당, 기천무 등), 축구, 야구, 탁구, 산행, 몸짓), 문예(문예창작, 연극, 영화, 민족예술사, 문화기행, 미디어비평, 독서토론), 생태학습(동식물, 생태탐방, 생태농업), 자립생활(衣食住醫)로 나뉘며, 특히 학생들에게 강조되는 자립생활로는 노작(논밭 가꾸기, 동물 기르기, 차, 효소 만들기, 집짓기, 목공)과 가정(음식 만들기, 옷 만들기, 성과 양성평등, 바른 먹거리), 의학(우리의학, 손침, 파스요법) 등이 차지한다.
여기에 영성생활(철학과 명상, 종교활동)과 역사와 통일학습(국사, 세계사, 역사기행, 현대사 인물), 공동체 활동(기숙사 공동생활, 동아리, 늦봄봉사대) 등이 포한된다.
늦봄학교 6년 얼개 ‘꿈 찾기 길 찾기’
늦봄학교의 6년 얼개의 교육목적은 자립적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인 사람,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민족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미래 일꾼의 양성에 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북돋아지고 살려져서 가장 바람직하게 사회화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이른바 ‘꿈찾기·길찾기’의 6년 과정인 셈이다.
먼저, 늦봄학생 되기 “우리 모색 - 얼과 삶”
늦봄학생 되기는 공동체생활과 자립생활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자신을 발견해가고 더불어 사는 바람직한 ‘우리’를 모색해 간다. 기숙사생활을 통해 다양성 속의 일치(늦봄공동체)와 공동체의 기초 생활예절을 익힌다. 노동을 통해 인류생활의 기초인 의식주의(衣食住醫) 자립생활을 배우고, ‘땅 끝까지’등의 기행 과제수업은 문제해결능력과 당당한 자신감을 기르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는 ‘자주교실’운영과 ‘스스로 학습·활동’ 등은 자발성에 기초한 자기주도 능력을 키우게 된다.
특히, 늦봄학교는 삶의 가치관과 사회의식을 바르게 세워가는 철학수업,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고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영성활동을 기초로 하여 진지한 성찰과 겸허한 진리추구 자세를 생활화하고, 나아가 ‘생각나누기(주제토론)’수업, ‘꿈 찾기’ 수업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자신의 꿈을 꾸며 구체화시켜 가게 된다.
이는 ‘늦봄인 되기’ 과정이다. 10가지 늦봄 인간상을 설정하여 그러한 인간형을 표상으로 삼는 “나의 얼·우리 얼, 나의 삶·우리 삶“이 되고자하는 것이다. ‘늦봄인 되기‘는 1년차에만 해당되기 보다는 6년간 지속되는 과정이며, 단지 그 첫 단추의 중요성이 1년차에 있음을 뜻한다.
◇ 늦봄학교 학생들은 ‘우리 민족사와 통일희망’을 찾아 15~20일 일정으로 해외수업을 떠난다.
고구려와 발해, 항일유적 등의 현장을 탐사하며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백두산, 압록강, 용정 등을 찾아 분단조국의 현실을 체험하고 통일의지를 다진다.
해외이동학습 “꿈 찾기, 평화 모색 - 인류, 역사, 나”
해외이동학습은 자신의 꿈과 길을 모색하는 여러 과정 중의 하나다. 각양 인류의 삶, 인류의 역사와 미래(꿈), 그 가운데 나의 정체성을 찾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역사의 현장과 공동체 삶의 현장을 찾아 공부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진지함(영성)을 경험하며, 평화(미래사회의 꿈)를 위해 일하는 사회단체와 그 활동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안목이 넓어지고 오늘을 바르게 인식하는 토대 위에서 미래사회의 비젼과 나의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이동학습의 첫 번째 주제는 ‘우리 민족사와 통일희망’ 우리 민족역사(고구려, 발해, 항일유적 등)의 현장을 탐사하여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백두산, 압록강, 용정(늦봄고향)등을 찾아 분단조국의 현실을 체험하고 통일의지를 다지는 데 있다.
해외이동학습의 두 번째 주제는 ‘제3세계 아시아의 역사 현실 꿈’을 주제로 한다.
제3세계 아시아인의 역사와 현실, 문화·예술 등을 체험하고 탐방·체험·봉사활동참여로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고 실천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공동체현장·사회단체 탐방, 영적 탐구(영성)현장 등을 탐방·공부하게 된다.
3, 5년차는 중·고과정의 검정을 통과하는 기간이다. 학습에 역점을 두어, 이 또한 인생의 한 관문 통과하기로 설정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5년차 첫 학기는 인턴십 기간이다. 자신의 꿈을 따라 그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진로를 확정해 간다. 졸업논문은 아이들 자신의 ‘꿈찾기·길찾기’와 관련된 주제를 선택하여 연구 글이나 창작품을 발표 해내게 되는 것으로 졸업시험이나 졸업작품에 해당된다. 6년차 초기에 구상을 하고 1년에 걸쳐 준비해간다.
교사와 학생이 또 하나의 공동체로
늦봄학교는 조직상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 조직의 서열이나 직급이 따로 없다. 봄맞이, 별과자, 처음, 햇살, 디딤돌 등 각자의 닉네임으로 단지 역할분담이 있을 뿐이다.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조창두(43)교사는 “처음 학교를 시작할 당시 기대와 설렘으로 준비를 하면서도 사회적인 반향이 두렵기도 했지만 한 해 한 해 커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뭔가 하고 있고,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한다.
가장 자유로운 생태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 그들은 청정고을 강진이 키워낸 가장 건강한 자연의 소산이며 또한 우리 역사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읽을 수 있었다.
◇ 늦봄문익환학교는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의 직제와 명함이 없다.
단지 자신의 역할분담이 있을 뿐이다.
<위 사진은 늦봄학교 개교 당시부터 함께해 온 조창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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