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대표적인 생태마을로 손꼽히던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 하지만 이제는 노령화로 마을을 일궈갈 일꾼들이 없어 시들하기만 한데... 다산초당에서 벽련사로 가는 산길들길이 더 없이 한가하다.
생태마을 사람들, 그들의 건강한 삶②
삐걱거리는 남도 생태마을, 그러나 그 속의 잠재력 ‘무궁무진’
다산의 얼 찾아 떠나는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
느림의 미학 배우는 장흥군 유치면 장수풍뎅이마을
최근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보전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가 되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에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지구온난화로 세계가 재해로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친환경 농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들도 생태복원과 생태환경을 활용한 관광사업, 생태계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생태문화촌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주시도 지난해 12월 관광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해 생태환경에 걸맞는 관광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나주뉴스>는 생태환경을 활용한 국내 생태마을의 성공 노하우와 생태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비교해보고, 나주시가 추진하는 생태마을 조성과 생태관광자원화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다산의 얼과 건강한 농업의 길목에서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가 강진을 일컬어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하면서 강진은 말 그대로 남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단골답사지가 되고 있다.
강진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곧장 강진군 도암면 다산유적지로 향하는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마을 주차장에서 내려 귤동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옛길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다산실학의 산실인 도암면 귤동마을은 다산유물전시관, 다산초당, 다산연구원 등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와 그의 실학사상을 현대에 담아내고자 하는 강진의 열정이 한데 모아진 곳이기도 하다.
귤동마을은 수 만평의 친환경 농업단지 속의 ‘둠벙(웅덩이)’과 넘실대는 도암만의 푸른 바다와 천혜의 갯벌사이에 조성된 생태공원 반농반어마을로 산과, 바다, 들판에서 체험할 수 있는 농협 팜 스테이 등 모든 환경요소를 갖추고 있다.
굳이 여름휴가철이 아니더라도 봄에는 봄대로, 가을에는 가을대로, 또 겨울에는 겨울대로 다산의 얼과 정신을 찾아 다산유적지를 찾고 있다.
다산과 차 그리고 귤동마을
강진의 차문화는 다산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듯이 다산은 유배생활동안 강진의 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고 제자들에게 이어져 다신계라는 모임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이에 귤동마을은 강진의 차문화의 원산지로 분류되고 있다.
해남윤씨의 족보를 보면 해남윤씨 19세손 윤취서(1688~1723)가 도암면 귀라리에서 이주해 귤동마을에서 차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윤취서는 야생차를 처음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고 다산이 유배를 오기 100여년 전부터 귤동에서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강진의 차문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다산이 유배생활과 함께 시작된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다산선생의 시를 보면 차를 마시면 적병(위경련)이 없어지고 근심이 사라졌다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유배생활로 생긴 질병을 차를 통해 치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살던 윤종진은 추사, 초희 등과 교류했고 다산이 유배에서 풀릴 때까지 차를 제공하고 함께 했다. 지금도 윤종진의 묘소는 귤동마을에서 다산초당을 올라가는 길가에 위치해 당시를 회상하게 만든다.
사장될 뻔 했던 다산과 귤동마을의 차역사는 귤동마을 윤재찬 씨를 통해 보존된다. 윤재찬 씨는 평생 자료를 수집해 귤동마을의 차문화를 알렸고 금릉다산향의 상표도 찾아냈다.
금릉다산향은 강진의 옛지명 금릉과 귤동마을의 뒷산에 붙여진 다산의 이름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릉다산향의 상표를 통해 귤동마을도 고품질의 차가 지속적으로 생산된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을 생태마을로 이끌었던 윤정인 씨.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노령화로 사업을 지속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휘청이는 귤동생태마을, 전환점 필요
한 때 생태마을로 각광을 받았던 귤동마을이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노령화되면서 지속적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의욕적으로 생태마을 사업을 추진했던 윤정인 씨 등 몇몇 선구자들의 열의도 한풀 꺾인 듯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무너뜨리고 들어섰던 콘크리트 담장이 다시 돌담길로 바뀌고 있고, 한옥마을 사업을 통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민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윤정인 이장은 “그동안 다산문화권 개발사업과 관련해 귤동마을에만 개발이 진행된다는 인근 몇몇 마을들의 질시어린 눈길에도 꿋꿋하게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갈수록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령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순간 구심점을 잃으면서 휘청거리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윤 씨는 앞으로 한옥마을이 완성되고 주민들의 의욕을 되살릴만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친환경생태마을로서 귤동마을의 옛 모습은 어렵지 않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빨리빨리’ 삶 되돌아보게 하는 …장흥 슬로시티 장수풍뎅이마을
장흥군 유치면 반월마을은 친환경 장수풍뎅이마을이다. 반월마을은 장흥댐 상류마을로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으로 슬로시티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전체 가구수는 38호, 인구는 97명으로 농가가 33호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표고버섯을 주소득원으로 하고 있으며, 마을 공동사업으로 표고버섯 학습장, 생태체험장, 장수풍뎅이 사육장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의 장으로도 크게 활용되고 있으며 도시민에게 체험과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표고수확이 끝난 뒤 나무를 재활용해 키워낸 장수풍뎅이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매우 높아 전국에서 장수풍뎅이체험행사가 열릴 때 찾아와 장수풍뎅이를 구입하기도 하고 마을 곳곳에 준비한 어린이를 위한 각종 물놀이와 곤충체험행사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지렁이 생태학습과 장수풍뎅이 농법을 지닌 고장으로 표고버섯 등 임산물이 유명합니다. 특히 유치면 표고버섯 생산량은 연간 2,500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죠.
반월마을은 이웃 우산마을 지렁이생태학습장과 보림사, 비자림 삼림욕장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며,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을 하는 농가들이 모여 있어 한국의 ‘슬로푸드 거점지’ 역할을 맡고 있다.
느림의 미학 속에 다져지는 건강한 삶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당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의 건강한 모습이 눈에 띈다. ‘빨리빨리’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슬로시티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농경문화가 얼마나 소중한다는 알려주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자는 취지로 출발한 슬로시티 운동은 지난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레베 인 끼안티(Greve in Chianti)에서 비롯되었다.
‘슬로시티’라는 말은 우리식 표현인데 국제 공식용어로는 ‘지따 슬로(cittaslow)’라 한다. 산업화, 현대화, 자본주의 시대에 단절된 인간성과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자는 뜻에서 먹거리와 독특한 문화가 살아있는 세계 각 지역을 선정해온 것이 오늘에 이 마을을 있게 했다.
◇ 장흥 장수풍뎅이마을 한승철 사무국장은
“성공적인 생태마을을 위해서는 깨끗한 환경과 친환경농사,
그리고 주민들의 단합된 힘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마을의 또 다른 효자 장수풍뎅이
장수풍뎅이는 표고버섯과 더불어 이 마을 주민들에게 소득을 안겨주는 또 하나의 효자둥이다.
해마다 여름철에 ‘슬로시티마을 장수풍뎅이 곤충체험 여름나들이’란 주제로 장수풍뎅이 생태체험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및 풍뎅이 활동관찰, 장수풍뎅이 성장과정 표본전시, 숲속 장수풍뎅이 관찰, 장수풍뎅이 씨름시켜 보기, 사슴벌레 전시 및 관찰, 꽃무지 돌리기, 수생곤충 및 다양한 민물고기 관찰 등의 체험행사와 함께 가족과 함께 친환경농산물 오이, 호박, 고추, 가지 수확하기, 고동잡기 등을 체험할 수가 있어 현장체험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장수풍뎅이마을 한승철 사무국장은 “반월마을은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잘 보존된 산림과 오염되지 않은 물이 도시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면서 “산림이 잘 보존되다 보니 표고농사를 짓는 가구가 많고 표고농사에는 농약이 필요 없다 보니 장수풍뎅이나 장수하늘소 같은 곤충들의 개체수가 많은 친환경마을”이라고 설명한다.
여름이면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장수풍뎅이와 장수하늘소를 쉽게 볼 수 있으며 곤충 기르는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사육된 장수풍뎅이를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동네 앞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가 있다. 그곳에서 발을 담그고 가재와 다슬기를 잡을 수도 있다. 가재와 다슬기는 일급수에만 서식하는 어종 아닌가? 이 마을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당연이 물이 맑을 수밖에 없다.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추구해가는 남도의 생태마을들,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데는 마을주민들의 의지와 노력과 함께 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늘 남도의 생태마을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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