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기획…나주교육의 희망을 찾아서③
“방과후 공부요? 시키자도 버스 끊겨서 못 시켜요”
읍·면지역 학생들 아침·저녁 통학전쟁 해결 급선무
교육청 통학버스 이용 ‘난색’ 택시통학지원도 말뿐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교육청 통학버스를 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교육지원청과 협의해 보겠습니다.”
“통학버스 기사들 퇴근시간이 오후 5시인데 누가 늦게까지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지난해 11월, 그리고 지난달 25일, 나주시가 지역의 교육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장과 초·중학교 교장단 간담회를 각각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된 문제가 바로 읍면지역 학생들의 통학문제였다. 하루에 4~5차례, 한 시간에 한 번꼴로 다니는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학생들이 통학전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문평중학교 김경옥 운영위원장은 “면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한 시간에 한 대씩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등하교시간대 버스 운행횟수를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다시중학교 이정석 교장은 “학교에서 방과 후에 학생들을 남겨놓고 공부를 시켜보려고 해도 농촌마을로 들어가는 버스가 오후 4시만 되면 끊겨버리기 때문에 학생들을 붙들어 놓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임성훈 시장은 “버스 운행횟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초등학생 통학을 위해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중·고등학생들도 함께 이용하는 방안과 중학교 하굣길에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 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인숙 교육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통학버스 운전기사도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오후 5시 퇴근시간을 넘겨 운행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운행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나온 대안이 택시를 이용하는 방안이다. 통학시간에 마을단위로 학생들이 택시를 이용해서 등하교를 하면 시에서 택시업자에게 택시비를 지원한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과거 나주시가 교통취약지역 노약자들의 위해 도입하려다 선거법 위한 시비에 걸려 좌초된 마을택시의 전철을 밟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은 마을단위로, 또는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차량을 운행하고, 시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인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현안으로 벽지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교통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내 한 사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통학지원사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서구학원 영산중·고등학교는 예전의 왕성했던 상업고등학교의 틀을 벗고 올해부터 인문계고등학교로 완전 전환하면서 중학교 과정부터 체계적인 학력향상을 위한 학습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과 후 늦은 시간에도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박순용 이사장에서부터 교장, 교감에 이르기까지 14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된 차량봉사대가 학생들에게 하굣길 통학차량봉사를 하고 있는 것.
결국 행정과 교육당국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이처럼 뜻있는 학교에서는 자발적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부응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지역 교육의 현안으로 떠오른 농촌벽지마을 학생들의 통학문제 해결을 놓고 행정과 교육당국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을 일삼고 있는 사이, 한 사학에서 발 빠르게 학생들의 통학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사진은 영산고등학교 통학지원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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