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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여름하늘 물들인 쪽(藍)빛의 향연

by 호호^.^아줌마 2011. 7. 25.

◇ 다시면 샛골마을 정관채 염색체험관에서 열린 쪽염색 무료시연회에 참석한 염색가들이 쪽염색의 전문성을 다지는 교육을 받고 있다.

 

 

여름하늘 물들인 쪽(藍)빛의 향연

 

정관채 염색장 전국 쪽염색가 초청 염색시연회

16~17일 ‘하늘을 닮은 쪽빛’ 전통 쪽염색 연구


쪽(藍)염색의 메카로 자리 잡은 다시면 가흥리 샛골마을에서 전국의 쪽염색 전문가들이 모여 전통 쪽염색 시연회를 가졌다.

한낮 기온이 35℃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펼쳐진 이번 행사는 ‘하늘을 닮은 쪽빛’을 주제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정관채 염색장이 올해로 열 두해 째 열고 있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전통 쪽염색의 이론에서부터 니람(泥藍)만들기, 발효죽 만들기, 잿물 만들기, 발효 쪽염색 생쪽 물들이기, 매염재 만들기 등의 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쪽의 전문성을 터득해나갔다.

 

정관채 염색장은 쪽색에 대해 “하늘의 색, 바다의 색처럼 남색에 약간 붉은 빛이 얹힌 오묘한 색”이라고 정의한다. “쪽빛이야말로 하늘을 숭상하고 음양오행사상을 숭배한 우리 민족의 색”이라는 것.

 

바로 이 오묘한 빛깔의 쪽물을 내기까지 작업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치자·쑥 등 끓이면 재료 본래의 색이 나오는 여느 천연 염료들과 달리 쪽은 초록빛 풀에서 검푸른 쪽빛을 ‘만들어 내야’ 한다.

 

먼저 7월 초·중순 꽃이 피기 직전의 쪽풀을 손으로 일일이 수확한다. 날이 더울수록 좋은 염료가 나오는 까닭에 그는 삼복더위에 더욱 바빠진다.

 

수확한 쪽풀을 항아리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이틀간 담가 쪽물을 우려낸다. 여기에 12시간 동안 구운 조개껍질로 만든 석회가루를 넣고 30분 정도 저으면 남색 거품이 일면서 색소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윗물은 버리고 침전물을 그늘에 말리면 개흙처럼 생긴 쪽 염료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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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운 쪽대에 끓는 물을 부어 만든 잿물과 쪽 염료를 큰 항아리에 5대 1 비율로 넣고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보름 동안 매일 저어 주면 그제야 쪽물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쪽물에 면·모시·마 같은 천연 원단을 잘 펴서 한두 시간 담가 두면 천이 청록색으로 물든다. 맑은 물에 여러 차례 씻어 잿물을 빼고 햇볕에 널면 천이 자연스레 쪽빛으로 바뀐다. 정씨는 이를 ‘햇볕과 바람의 합작품’이라고 표현한다.

 

정 염색장은 쪽 염색 청바지를 만들어 우리 고유의 쪽빛을 세계에 알리고 농가소득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쪽풀 수확 같은 일정 작업을 기계가 대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많은 사람들이 좋은 빛깔을 싼 값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서 쪽 염색 대중화에 대한 장인의 고민이 엿보였다.

 

이같은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쪽 기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후원을 받아 천연염색 전문가들과 염색을 공부하는 학생 등 일반인에게 해마다 무료강습회를 열고 있다.

 

이튿날인 17일 오후에는 천연염색문화관에서 특강이 이어졌다. 섬유와 천연염색(강사 황은경), 특허와 지적재산권(강사 김성동), 토의 및 질문, 수료식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성동 씨는 최근 보성의 한 염색가가 쪽 염색을 특허출원한 것과 관련해 강도 높게 비난하며 민족 고유의 전래방식인 쪽염색을 개인이 독점하거나 사유화 하는 것은 안 된다는 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쪽 기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후원을 받아

천연염색 전문가들과 염색을 공부하는 학생 등 일반인에게 해마다 무료강습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