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强小農)’을 찾아서①
갈림길에 선 농업, 작지만 강한 ‘강소농’ 육성으로
2015년까지 10만 농업경영체 육성 목표로 올해 첫 ‘시동’
구체적인 농정철학 없이 반짝성 아이디어에 머물까 우려도
대한민국의 농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재도약해야만 살아날 수 있다는 구호는 비단 정부만의 외침이 아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농업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목표로 농업을 살릴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이것이다’ 할 만한 묘안을 찾기 힘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3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전국 지역신문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농축산업 선진화 전략을 주제로 연수와 탐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중심으로 우리 농업의 현주소와 성공하는 농업인의 자화상을 살펴보고, 나주시가 견지해나갈 농업선진화 전략은 무엇인지 그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농가인구와 소득만큼이나 졸아드는 농촌
서울대 농경제학부 김한호 교수<오른쪽 사진>가 우리나라 농업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한국농민은 시장개방에 반대하나, 한국농업에서 쌀은 무엇인가, 왜 한국은 DDA와 FTA 등에서 농업분야의 유예기간을 요구하나.
대답은 간단하다. 첫째, 대한민국 농민들은 농업 이외에 다른 생업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둘째, 노령농민의 증가 속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쌀 중심의 농업정책을 유도해왔기 때문에 노동력이 취약한 농민들이 쌀 농업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우리나라 농업의 특징이 노령화된 노동력, 많은 농민, 소규모 영농, 전업농 중심 농업으로 볼 때 현재 과다한 농민은 직접지불과 같은 WTO 권장정책으로 전환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국경조치에 의한 시장가격 지지정책의 요인이 되고 있어서 농민수를 줄이는 것이 농정개혁과 시장개방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지만 ‘자연퇴출’ 이외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업소득과 농가수만 놓고 비교해볼 때 지난 95년도에 485만 명이던 농가인구는 2009년 311만 명으로 줄었고, 농가소득이 차지하던 GDP비중도 5.5%에서 2.2%로 크게 줄었다.
따라서 10년 뒤인 2021년 농가인구는 220만 명으로 감소하고, 농촌고령화 비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1.3배 증가한 45.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의 확대와 구제역 파동, 기상재해 증가 등 농업에 대한 위협요소가 증가하여 농업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칠레를 시작으로 한 FTA는 미국과 EU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농업 강국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생한 구제역과 AI 등은 축산업은 물론 농업 전반에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농업선진국들도 다 어려웠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농업선진국에서도 이미 겪었던 과정이다.
미국 농무부는 소농, 신규농, 이주민, 여성농업인 등이 영농에 정착하도록 경영을 지원하고 성공사례를 확산시켜왔다. 지속적인 규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한 세계시장 확대라는 농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농업의 지속적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운 세계 최대 종자 및 곡물 유통회사를 무기로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유럽은 규모화를 통한 가격경쟁 보다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기초한 차별화를 통한 소규모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프랑스는 소규모 농가 위주의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프랑스 농촌을 살리는 전략으로 창의적 농업을 농촌을 살리는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전 세계적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프랑스는 이 문제의 해결책이 더 넓은 땅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규모화라고 생각하지만, 규모화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획일화의 문제를 만든다. 프랑스 국민들이 좋아하는 ‘검정돼지고기’를 먹지 못할 수 도 있다. 결국, 프랑스 농업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는 프랑스인들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농업의 10가지 기능(농업, 우리가 살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을 발간해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식량보장, 문화경관 보존, 국토환경관리, 국민의 휴식 공간 제공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 도농 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관광촉진, 농업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특색이 있는 경영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농업, 반성과 변화에서부터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준의 농업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영농현장 활용도가 여전히 미흡해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균적인 기술수준은 높으나 영농현장에서 요구하는 종합화된 실용기술 보급이 미흡하고 연구결과의 현장접목 비율도 낮다.
또 개발기술을 패키지로 엮어 현장의 눈높이에 맞춘 보급형 기술로 가공하는 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 현장에서 요구되는 생산, 가공, 경영, 마케팅 등 종합적 지식과 기술에 대응하는 농촌진흥 공무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단편적인 공급자 위주의 기술보급보다는 농업경영체가 요구하는 종합 컨설팅으로 농업인들의 호응을 제고하고, 농업경영체 진단과 비전제시, 소비트렌드 변화와 틈새시장 정보 등 기술정보 컨설팅 역량도 배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산을 활용한 시범사업 위주의 관행을 넘어 농업인에게 감동을 주는 사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시점이다. 60~7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도 녹색혁명을 주도하면서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에서 식량자급국가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성과 뒤에는 농촌진흥 공무원의 열정과 헌신이 바탕이 됐다.
농업인 스스로 강해져야, 자강불식(自彊不息)
고비용, 고령화, 소농위주의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력의 요소를 가격 중심에서 품질, 소비자안심,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로 확장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식품의 구매결정 요소가 양→질→영양→감성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갈파할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가 증가하고 있다. 가격위주의 경쟁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것.
이런 변화의 물결에 맞춰 농업인 스스로가 장인정신과 핵심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강소농, 구호가 아닌 액션으로
대한민국의 농업이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재도약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시점에서 정부는 ‘소규모 가족농’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 강소농(强小農)’이 그것이다.
강소농은 작기에 오히려 장점이 발휘되는 새로운 농업의 롤 모델로 'STRONG(도전정신, 기술력, 고객감동, 차별화, 틈새시장, 조직화)+α(공직자의 열정과 헌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농업인의 혼을 담은 장인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Spirit), 남보다 한발 앞선 기술 개발과 신기술 도입(Technology), 고객과의 끊임없는 소통(Relationship), 나만의 고유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Origin),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 창출(Niche), 성공비법을 주변과 나누는 품목별 연구회 결성 등 조직화(Group), 그리고 농업 경영체와 함께 호흡하는 공직자의 열정과 헌신(α)을 농업의 희망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작지만 강한 10만 농업경영체 육성을 새로운 농업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년 자발적으로 참여한 15,000~20,000 농가를 대상으로 소득 10%를 올릴 수 있는 맞춤형 역량향상 모델을 제공하고, 1개 강소농의 성공은 주변의 3~4개 경영체에 확산돼 10만 강소농이 30~40만 농업경영체의 성공으로 이어져, 한국 농업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
현장 기술지원 범위를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 단계로 확장해 생산기술,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컨설팅하고, 농업관련 기관, 외부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드림 컨설팅팀을 구성하고 분야별 전문가 네트워크도 구축해 강소농과 함께 동반자로서 한국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직 공무원의 전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농협, 농어촌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중소기업청 등과의 MOU체결을 통해 농업정책과 기술개발 및 보급을 일관되게 추진해 농협(유통, 가공), 농어촌공사(기반구축, 도농교류), 중기청(농업창업지원), 농수산물 유통공사(수출정보) 등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농업이 벤처기업일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강소농 정책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농업의 어려움을 농민의 무지와 무능으로 보고 벤처기업형으로 바꾸고 지식과 능력으로 새로운 농업을 만들자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적잖다.
이번의 강소농정책이 또 한 번의 환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 과거 기업농육성 방안보다는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벤처농업의 새로운 이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뼈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과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서 농민들이 또 한 번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강소농 정책이 구호가 아닌 액션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맞춤형 역량향상모델 제공과 더불어 생산기술에서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까지 확대한 현장 지도가 필요하며, 농업경영체와 지도 공무원의 전문역량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관련 기관, 다양한 분야 파트너와의 협력과 역할 분담을 이루어 강소농 육성을 ‘액션’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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