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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나주시 이미지성형 서둘지 말자

by 호호^.^아줌마 2011. 11. 22.

 

나주시 이미지성형 서둘지 말자


 

한때 한 일주일 정도 집에서 칩거할 시간만 된다면 눈을 좀 키워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그 일주일을 얻지 못해 눈꺼풀이 점점 쳐지고 있는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성형수술이 보편화된 지금,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을 두고 이 사회가 내세우는 미의 기준에 세뇌된 희생자들이니, 인격수양보다는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니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시대에 뒤진다는 느낌이다.


미국의 유명한 트렌드 전문가인 페이스 팝콘이 21세기에 많이 쓰일 키워드들을 정리해놓은 ‘미래 생활사전’에는 코스메틱 언더클래스(Cosmetic Underclass)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는 성형수술을 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자기 나이만큼의 외모로만 살아가야 하는 하위계층을 뜻한다고.


리포이드(Lipoids)라는 말도 있다. 지방흡입 수술로 쉽게 체중을 감량한 사람을 비웃는 용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용어에는 은근히 시기, 질투의 뉘앙스도 담겨 있다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모의 유산상속으로 호화를 누리는 사람에게 갖는 선망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 같은 것일까.


얘기가 곁으로 샜다. 나주시가 심벌과 로고, 그리고 가로시설물(버스승강장, 가로등, 벤치, 쓰레기통, 음수대 등)에 적용하게 될 공공디자인을 새로 만들기 위해 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도시 이미지성형이다.


기존의 심벌을 사용한 지 12년째인데, 앞으로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바뀌게 될 나주시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게 성형의 이유다. 특허청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지난 4월 신청을 한 뒤 5월에 사업대상자로 최종 선정돼 용역비 절반을 지원받는다.


지난 11일 중간용역보고회가 열렸다. 환경변화와 트렌드에 걸맞게 나주의 새로운 이미지를 정립하고, 나주의 정체성 확립과 시민의식 전환으로 미래와 역사와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담은 새로운 심벌을 개발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 관리를 한다는 과업이다.


우선 관련 부서의 의견을 들은 뒤 연말까지 시민대상 설문조사, 각종리서치, 인터넷 조사 등을 거쳐 연말까지 완료하고 내년 1월 특허청 디자인 등록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됐다. 나주시가 이처럼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설령, 행정의 필요에 의해 추진이 된다하더라도 어떻게 추진되는지 용역과정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춘 다음에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니. 이미 짜진 틀에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사지선다형의 답을 고르는 수준이라니...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공공예술 등 공공디자인사업의 유지, 관리에 꼭 필요한 단계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과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디자인사업이 단지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면 목적과 당위성을 잃고 만다. 모든 공공디자인 정책은 주민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거주민의 삶을 미화시키기보다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모색되어야 한다.


공공디자인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있다. 삶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조화를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가 황신혜, 김태희처럼 성형을 해 준들 그것이 자신의 속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 또한 흉물이 되고 말 터.


현재 나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목문화권개발사업과 구도심재생사업 등은 전적으로 기획-설계-시공-관리까지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텅 빈 기초 위에 큰 건물을 올리는 꼴이어서 실패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시민참여는 주춧돌을 놓는 과정에서부터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나주시가 표방해온 이미지가 건강한 생태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농촌도시였다면, 앞으로 태어나게 될 나주의 모습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 10년 뒤에 또 뜯어고쳐야만 되는 진부한 이미지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고, 2500년에나 어울릴 것 같은 ‘트랜스포머5’ 같은 쌩뚱맞은 이미지도 아닐 것이다.


100년 뒤 후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나주의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일, 서둘지 말고, 신중하게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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