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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나주시장 시정연설로 살펴보는 2012년 나주

by 호호^.^아줌마 2011. 11. 25.

 

나주시의회 제152회 제2차 정례회2011. 11. 22.(화)


2012년도 나주시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김덕중 의장님과 의원님 여러분!

오늘 제152회 나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2012년도 예산안을

제출함에 있어 내년도 시정방향과 역점 시책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벌써 올 한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금년 시정을 되돌아보면 가슴 뿌듯한 보람과 함께 아쉬움도 많습니다.

새해 벽두를 강타한 폭설과 AI로 인한 피해는 농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엄청난 시련이었습니다.


또 여름 내내 사상 유래 없는 무더위와 장맛비로 인해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이 같은 악조건을 의연하게 이겨내고 올 한해 시정의 각 분야에서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우리가 되어서  나주의 발전을 위해 성원과 협조를 보내주신

의원님 여러분과 시민들께

정중하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에게 있어 지난 1년은 나주의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한

한 해였습니다.


나주는 많은 변화를 이뤄가고 있으며,

그 변화는 변화의 큰 물결을 일으킬 것입니다.

굵직한 현안사업을 추진하는데 지혜를 주시고 필요한 예산을

뒷받침 해 주신 의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市長職을 수행하는 동안, 진실한 마음과 책임 있는 자세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진지하게 가슴을 열고 시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고 또 불합리한 제도,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시정은 책임자인 저나 행정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다는 것도 절감했습니다.

행정, 의회, 언론 그리고 시민 모두가 같은 방향에서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뛸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도 깨달았습니다.

우리 나주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필요성도 함께 느꼈습니다.

시정 10대 핵심 과제에 대한 기반을 다지고 골격을 굳건히 세웠습니다.

 

또 한전의 청사 착공과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효과가 지역경제에 연결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존경하는 김덕중 의장님과 의원님 여러분!

금년에 고난을 극복하고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내년에는 더 큰 시련과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련을 지혜롭게 풀어 나갈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유연성을 가지되 일관된 원칙과 기준의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파고를 돌파해야 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파고를 돌파하는데 의원님들의 지혜와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 나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함께 공감했으면 합니다.

″활력이 넘치는 나주″ ″행복한 나주″ 건설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나갈 것을 다짐드리면서

역사와 미래가 함께 하는 희망 나주에 더 환하고 강한 희망의 햇살이 비추기를 

기대하면서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내년도 우리시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주요 시책방향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명품이 되어 돌아온 영산강의 관광 명소화, 농업 및 생산적 복지 창출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MOU 체결 기업중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기업에 대한 애로를

해소하여 조속히 나주의 기업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행.재정적 뒷받침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한전 관련 연관기업에 대한 기업유치를 입체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둘째, 영산강과 연계된 문화관광 진흥입니다.


무엇보다 나주를 살찌웠던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옛 모습을 되찾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제 나주 관광의 큰 흐름은 ‘새로 태어난 영산강을

어떻게 활용해 내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산강은 나주 관광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이제는 영산강이다 ′라고 봅니다.

잘 가꿔진 영산강을 10배로 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시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영산강 220㎞ 전 구간 자전거 도로, 죽산보, 다야수변공원, 테마파크,

황포돛배, 풍류락도 탐방로와 연계하여 전국 유일의 역사.문화.영상.뱃길.생태가

어우러진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원도심 활성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나주읍성권, 영산포구권 등을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된 활성화 방안 수립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 농업경쟁력 강화입니다.


농업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대처한다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에도 자식처럼 길러 수확한 벼를 도청 앞 도로변에 쌓아두거나,

애지중지 키웠던 배추와 무를 갈아엎는 현실을 보며,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매년 반복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틈새를 잘 공략하여 적극적인 대체 작물 육성, 고소득 작물로의 과감한 전환 등

기존 농업에서 탈피하여 과학영농을 착실히 준비하고 판로를 확대한다면

위기의 농업을 희망의 농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위기의 농업을 블루오션 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식량안보를 넘어 식량을 앞에 두고 세계가 싸우는 시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또 잦은 기상 이변과 이상기후의 일상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과 사료 가격의 폭등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며, 농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기상관측 장비와 병충해 예찰 시스템을 40개소에 설치하여 국지성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예방과 예찰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효율적인 방제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큰 틀에서 친환경 농업 및 유기 농산물의 확대 방향으로 농정의 중점을 옮겨 갈 것입니다.

적게는 농업의 미래 발전전략을 중ㆍ장기로 나누어 집중과 선택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잡곡이나 조사료 작물 재배, 고부가가치 대체작물로 전환하는 장기대책과 아울러

영농 규모화, 공동방제 및 공동양묘 사업 확대, 학교급식 친환경 재배단지 조성,

농기계 임대사업의 확대 등 단기 대책도 병행하여 농가소득을 향상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나주교육 진흥입니다.


교육의 문제는 시정의 여러 현안 중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 인 것 같습니다. 

교육은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고 고학력위주의 가치관, 취업문제 등과

연계되고 정책의 수혜자가 다양하고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거에 해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욕심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실 있는 출산지원정책과 함께 토양을 기름지게 해서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하듯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정책에 더 많은 지원을 쏟고자 합니다.

초.중학생 미국 어학연수와 방과 후 활동 지원, 공교육 강화를 위한 사이버 학습 운영 등

실력향상을 위한 특성화 프로그램에 이어 외국어 고등학교와 영어 캠프 지원,

과학고와 외고의 나주중학생 입학 확대 등 교육 진흥 시책을 추진했습니다.

 

아울러 인성 계발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 우리의 자녀들이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이 시대의 인물로 성장해 나가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다섯째,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복지정책입니다.


우리시와 같이 도농통합의 중소도시가 겪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 고령화입니다.

나주시도 예외는 아니고 노령인구 비율이 24%에 달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와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 시장형 노인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생산적 일자리를 제공해 드리는 것이야 말로 노인 문제를 풀어가는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성북동에 노인복지회관 건립을 위해

도시관리계획 변경 용역을 거처 금년 12월중에 부지매입, 내년 4월경에 공사착공을 할 계획입니다.

또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의 사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출산, 육아, 보육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 마련과 계속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응 및 자녀들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해 갈 것입니다.

이번 정례회에 제출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물론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도 있지만 출산을 장려하고

출산장려지원금을 상향 조정하여 긍극적으로는 출산.육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상정하였습니다.


여섯째, 혁신도시 활성화입니다.


모두에 말씀드렸습니다만, 혁신도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11월 2일 광주.전남의 희망을 금천.산포벌에서 힘차게 쏟아 올렸습니다.

한전 신청사의 착공은 단순히 국내 최대 공기업의 나주 이전을 넘어

농업도시에서 산업도시로 전환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연관기업 유치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금까지 광주.전남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전기관 임직원들이 나 홀로 이전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주여건 조성에 체계적 지원을 해 나가겠습니다.

임직원 자녀들의 육아와 교육여건을 갖추고 특화병원, 명품 프리미엄 쇼핑센터 유치 등을

통해 자족도시의 면모를 갖춰서 광주 . 전남광역경제권의 중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일곱째, 천연염색과 전략산업 육성입니다.


천연염색은 나주시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습니다.

먼저, 쌀 재배 경작지 일부를 천연염색 원료 재배지로 대체하고,

대량 생산을 통한 염료산업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한 체험이나 재래의 염색형태에서 벗어나

대량 염료 추출이 가능한 산업화를 통해, 섬유, 의류, 패션까지 아우르는 신산업으로

성장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금년도 가장 큰 성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염료산업 발전의 강한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천연색소산업화 지원센터를 유치한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화합과 지역공동체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상대가 없는 정책, 공감하고 상생하려는 동반자 정신이 없다면 시정은 공허한

메아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나주의 견고한 기초와 튼튼한 뿌리는 10만 시민입니다.

시민들의 힘이 하나로 될 때 우리 나주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으며, 그 강력한 에너지로 나주발전에 가속도를 내야 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지난번에 통계청이 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말씀드린 바 있지만

나주는 전반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8.1%로

′살기 나쁜 곳이다′라고 응답한 9.9%에 비해 월등히 높았습니다.

또 3년 후 우리시의 여건은 ′지금보다 살기 좋게 될 것이다′라고

64.9%가 희망적으로 답변 한바 있습니다.

이는 대다수 시민들이 나주의 미래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고 또한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주는 한층 발전의 가속이 붙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저도 저에게 맡겨진 책무를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해 나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힘들고 불편한 현장을 더 찾아가 대화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며,

시민과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시정을 펼쳐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님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여러 시책과 사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2012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년도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하여

전년도 당초 예산보다 4.9%(120억)증가한 총 4천 253억 1백만원입니다.

이중 일반회계는 5.0% 증가한 3,708억 2천 2백만원이며,

특별회계는 의료급여기금 특별회계를 포함한 15개 사업에 4.7%증가한 544억 7천 9백만원입니다.

일반회계의 지방세 등 자체세입은 663억 2천만원이며

지방교부세, 국도비보조금 등 의존세입은 3,045억 2백만원입니다

 

재정자립도는 전년도 15%에 비해 2.9% 증가한 17.9% 입니다.


주요 투자분야를 말씀드리면,

. 서민생활 안정과 시민복지를 위한 다양한 시책에 846억원

. 체계적인 인력관리를 통한 고품질 일자리 창출분야는 전년 대비 50억이 증가한 81억원

. 친환경 식재료, 초등학교 무상급식 등 교육환경 조성 분야는 전년 대비 30억이 증가한 77억원

. 지역발전 성장 동력인 경제기반시설 구축에 142억원

.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관광도시 건설에 92억원

. 농기계임대사업 등 농업경쟁력 강화에 42억원을 계상하였습니다.

 

다음은 기금운용계획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시는 체육진흥기금을 포함한 10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2011년도 말 현재액은 116억 1천 9백만원이며

2012년도 수입 계획액은 13억 3천 6백만원 지출계획액은 7억 6천 6백만원입니다.


이상과 같이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설명드렸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실단과장으로 하여금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상세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집행부에서 계획한 각종 사업과 시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어 시민복지와

지역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원님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김덕중 의장님과 의원님 여러분!

외적으로 보면 농업의 FTA, 유가인상, 물가 급등 그리고 내년 총선, 대선 일정에 의해

어느 때 보다 지방행정에도 어려움의 파고가 거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우리시의 미래 비전과 희망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저의 믿음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지혜를 모아 미래를 열어 나갑시다.

금년 7월 1일 시 승격 30주년, 의회 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의회와 집행부는

수도동귀(殊途同歸) 송무백열(松茂柏悅)이란 의미를 서로 나누었듯이

앞으로도 변함없는 협조와 지원으로 노를 힘차게 저어서‘희망 나주’라는 큰 강에 다다를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남은 정례회 기간 잘 마무리 하시고 항상 보람 있는 의정활동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 11. 22.

나주시장 임성훈

 

 

뱀의 다리(蛇足)

 

부탁과 당부, 그 미묘한 해석의 차이에 대하여...

 

누구에게 무엇을 청하는 것을 부탁(‘부’를 길게 소리 냄)이라고 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을 당부라고 한다. 청하는 것도 대체로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데 부탁은 일반 명사를 폭넓게 목적어로 쓸 수 있지만 당부는 동작이 들어 있는 명사만 목적어로 삼을 수 있다.


 “공무원이 선물을 부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거나 “여행을 가면서 자기 집을 나에게 부탁했어.” 또는 “그는 친구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죽었다.” 같은 경우에 ‘선물, 집, 아들’ 같은 것은 행위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부탁하다’는 이런 것을 목적어로 삼을 수 있으나, ‘당부하다’는 이런 것을 직접 목적어로 삼을 수 없다. “여행을 가면서 나에게 자기 집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하거나 “그는 친구에게 아들을 돌봐 달라고 당부하고 죽었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탁은 받을 수 있으나, 당부는 받기보다는 듣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부탁’은 말로 하기도 하지만 글로 할 수도 있으나, ‘당부’는 주로 말로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부탁’은 그 자리에서 거절할 수 있지만 ‘당부’는 거절할 수 없다.

 

당부한 것은 일단 들은 다음에 그것을 실천하거나 하지 않으면 된다. ‘부탁’은 거절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만, 당부는 안 지켜도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아니다. 당부대로 하지 않으면 지시나 뜻에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그가 취직을 부탁하였지만 거절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나에게 그의 취직 부탁을 들어 주라고 당부하셨으나 그렇게 해 드리지 못했다.”처럼 써야 한다. 부탁은 청에 가깝고, 당부는 지시에 가깝다. 그래서 부탁은 아쉬운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보통이고, 당부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선물을 꼭 사 오라고 부탁하는 것이지 당부한다고 할 수 없다. 선생님께 주례를 서 줄 것을 부탁해야지 당부하면 안 된다. 아내가 남편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당부할 수도 있다.

 

부탁하는 경우에는 아내가 남편이 일찍 들어와서 일을 해야 하니 그렇게 부탁하는 것이고, 당부하는 경우에는 남편이 밤늦게 다니다가 변을 당할지 모르니 걱정스러워서 당부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탁과 당부는 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가 같지 않고, 때로는 주체와 객체의 상하 관계에 따라서 달리 쓰이기도 한다.


‘부탁’은 주체가 객체에게 어떤 행위를 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 행위가 주체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에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내용이 주체에게는 별로 이익이 되지 않지만 객체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부탁하다’를 쓰지 않고 ‘당부하다’를 쓴다. 태풍이 불고 있으니 야영객은 개울에서 나와 대피하라고 당부해야지, 부탁하면 안 된다.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해야지, 부탁하면 안 된다. 이 경우에도 윗사람에게는 ‘당부’보다는 ‘부탁’을 써야 한다. ‘대통령이 국가를 바로 경영해 줄 것을 국민들이 당부했다.’라고 하기보다는 ‘부탁했다’라고 하는 것이 격에 어울린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도 윗사람에게는 당부하기 어렵고 부탁해야 한다. 

 

 

저자 남영신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국어문화운동 회장(1998~현재)

국어심의회 순화분과 위원(2002~현재)

한국문장사협회 상임고문(2000~현재)


주요 저서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문장비평』

『국어 한무릎공부』

『4주간의 국어여행』


공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편찬한 사전

『국어대사전』

『우리말 분류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