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래도 우리의 명절입니다
우리가 언제는 넉넉하고 한가하게 명절을 맞아본 적이 있었던가마는 올해는 유난히 명절 분위기가 썰렁하다. 정부는 아예 서민경제의 물꼬를 닫아버린 듯 하고, 지갑은 지폐 대신 카드영수증과 고지서로 불룩해지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추석이 일요일이다 보니 토요일을 끼고 월요일 단 하루 공휴일인 아주 고약한 연휴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멀고도 험한 귀성행렬에 도시 사는 자식들의 근심이 쌓여가고, 그런 자식들의 눈치를 짐짓 모른 채 하며 “올해는 추석연휴도 짧고 경기도 안 좋으니 내려오지 말고 너희들끼리 쇠라”하는 부모님들도 계시다 한다. “그러면 그럴까요?”하는 자식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렇더라도 명절은 명절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나 적게 가진 사람들이나 자신의 고향과 가족, 친지들을 돌아보고 오랜 벗들과 어울려 마을노래자랑을 준비하기도 하며 출향인사와 고향 선후배 친지들이 어울려 정을 나누는 풍경이 벌써 눈앞에 그려진다.
노동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평등명절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고정된 성역할을 극복하고 가정에서의 불평등한 요인들을 해소함으로써 남녀가 함께 일하고 즐거운 명절을 지내자는 생활문화 개선활동인 셈이다.
노동계가 발표한 평등명절을 위한 십계명을 살펴보았다.
첫째, 가족회의를 열어 명절계획을 함께 세운다. 둘째, 명절음식은 여성 남성을 따지지 않고 일을 나눈다. 셋째, 딸 아들이 돌아가며 명절을 주관한다. 넷째, 음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다섯째, 조상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섯째, 고스톱은 이제 그만! 가족명절놀이를 개발한다. 일곱째, 외로운 이웃과 정을 나눈다. 여덟째, 며느리에게 휴가 주기. 아홉째, 시댁과 처갓집 가리지 말고 평등하게 인사하러 가기. 마지막 열 번째, 고생한 가족들 서로에게 따뜻한 인사 나누기.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일상적이면서도 단순한, 누구나 당연히 따를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명절풍습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명절 한 달 전부터 몸과 마음이 아파지는 명절증후군이 나타나고, 또 명절을 쇠고 난 뒤 이혼율이 급증하는 사회현상이 생길까.
일 년에 한두 번 겪게 되는 통과의례라 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다시는 고향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일까지 생기기 다반사인 것이 또 명절이다.
올 추석은 연거푸 몰아닥친 태풍으로 초췌해진 농촌풍경만큼이나 인심도 씁쓸하기 십상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스스로 한번 신나고 따뜻한 추석을 만들어보자.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이웃을 찾아 지갑을 여는 수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송편 한 접시, 김치 한보시기라도 나누고, 모처럼 만난 고향친지들과 함께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나훈아의 ‘고향역’이나 한세일의 ‘모정의 세월’이라도 열창하며 회포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하다 이제는 밤낮으로 뼈마디가 쑤셔오는 부모님들을 위해 손자손녀들을 시켜 팔다리 주물러 드리는 작은 이벤트도 꼭 한번 시도해보길 바란다.
물론 다가오는 추석을 자식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보낼 부모님이 계시다면 절대 혼자 보름달을 보게 해서는 안 되리라.
‘더도 말고 덜도 말도 늘 한가위만 같아라’ 했던 추석. 올해는 우리 스스로의 작은 노력으로 따뜻하고 풍요로운 추석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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