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르뽀④…한겨울에 펼쳐진 나주역사문화탐방
◇ <전남타임스>가 주최한 나주역사문화탐방이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즐겁게 진행됐다.
눈발 날리는 가운데 63명의 탐사단 “조상님 안녕하세요?”
전남타임스·나주시, ‘청소년이 행복한 나주 프로젝트’ 첫 행사 성황
겨울방학을 맞아 나주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나주역사문화탐방 “조상님 안녕하세요?” 행사가 63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학부모들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전남타임스>가 주최하고 나주시와 봉사단체인 다사랑봉사회(회장 최송화), 바로콜봉사회(회장 위선호), 나주시원어민봉사회(회장 존나에이)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주를 대표하는 역사인물과 문화유적을 돌아보는 5천년의 시간여행으로 진행됐다.
이날 탐방은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사인 이성자 선생<오른쪽 사진>의 폭 넓고 재치 있는 해설로 시종 웃음과 열의가 넘치는 시간이 됐다.
여기에 나주시원어민봉사회 롱칼자넷 씨의 영어로 말 트기 강의, 그리고 나주고등학교 김남철 교사의 ‘나주의 역사인물 10인’에 대한 강의가 이어져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겨울의 역사탐방, 묘미가 있네요
당초 이번 탐방행사는 1박2일 역사캠프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한겨울 한파 속에 집단합숙은 무리라는 참가 학부모들의 건의에 따라 하루 코스로 진행됐다.
또한 선착순 50명으로 참가인원을 제한했으나 가족단위 참가자가 12가정에 이르고, 개학을 앞둔 어린이들이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을 위해 마감직전 참가신청이 쇄도하면서 관광버스 외에 석 대의 차량을 긴급 투입하기도.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면서 한파가 맹위를 떨쳐 도중에 포기하는 참가자들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가 됐지만 한 명의 낙오도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
오전에는 나주읍성권 문화재를 중심으로 금성관과 나주향교, 정렬사를 돌아보고 완사천을 거쳐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영모정과 개관을 앞둔 백호문학관을 돌아보는 것으로 오전 일정을 마쳤다.
백호문학관을 돌아보던 김성대 시인은 “백호 임제 선생이 나주의 인물이지만 문인들 사이에서는 조선을 통틀어 가장 문학정신이 뛰어난 인물로 추앙을 받고 있는데 문학관 시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후에는 다시 복암리고분군을 거쳐 문평 나대용 장군 사당인 소충사와 반남 고분군을 둘러본 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 들러 나주 청년학생들의 항일독립운동과 나주역사인물에 대한 강연을 들은 뒤 탐방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나주에 훌륭한 인물 많네요?” 역사문화인물 선양사업 시급
우리고장 역사와 인물 몰라도 너무 몰랐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자녀들과 함께 참가한 학부모 장정연(37·나주시 삼도동)씨는 “곰탕 먹으러 수십 번 다녔던 길에 있던 금성관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고려시대 부터 조정에서 파견된 사신들이 묵던 숙소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나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우리 고장 대표 문화유적을 지금까지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이 부끄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최초의 의병을 일으킨 김천일 의병장의 숨결이 묻어나는 정렬사에 들어서자 왜소한 체격에 섬서하게 생기신 선생의 동상을 보고 외유내강의 표본처럼 느껴졌다”면서 “같은 나주인으로서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 유치원 자녀들과 함께 참가한 김윤정(38·나주시 금계동)씨는 “두 아들에게 에디슨, 이순신 장군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만 가르쳤지, 실제로 우리 나주에 김천일 선생, 나대용 장군 같은 훌륭한 분들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었다”면서 “신숙주 생가가 나주 노안에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우리 고장의 인물들에 대해서 좀 더 배울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탐방행사에는 청송 김성대 시인이 자작시 ‘영산강’을 롱칼자네트 선생과 함께 영역으로 낭송하는가 하면, 김현창 씨의 하모니카 연주로 함께 노래하는 시간을 갖는 등 다채로운 순서로 진행됐다.
여기에 다사랑봉사회와 바로콜봉사회 회원들이 푸짐한 간식을 제공해 맛있고 멋있는 겨울나들이가 됐다.
문평 소충사(나대용 장군 사당) 폐허 방치
나대용 장군 사당 “이래도 되는 건가요?”
탐방을 하는 과정에 행정당국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역사현장이 있어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주시 문평면 오룡리에 있는 체암 나대용 장군의 사당 소충사(전남도 기념물 제26호)가 중문이 떨어져 나간 채 위태하게 세워져있는 상태에서 사당의 출입문조차 떨어져 사당 안에 방치되고 있었다.
지난해 장군의 탄생 400주기를 맞아 사당 앞에 동상과 거북선 모형을 만들어 세우고 주변에 공원까지 만들어 놓았으나 정작 선생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은 비바람과 눈보라에 속절 없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
돌아오는 길에 마을에 들러 주민들에게 관리하는 사람이 없냐고 물었더니, 공공근로 하는 사람들이 몇 차례 잡초를 뽑고 나무를 관리하는 것은 보았는데 나주시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그렇게 훼손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일 년에 한번 행사 때만 쓸고 닦는 문화재, 말로만 부르짖는 인물선양사업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생동감 있는 문화행정이 돼야 한다는 선생의 일갈이 들려오는 듯했다.
△ 나주의 역사문화와 인물들에 대해 귀를 쫑긋 세우고 꼼꼼히 기록하며 열공하는 어린이들.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학부모들의 열기도 대답합니다.
◁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2층 영상실에서 김은선 학예실장의 안내로 나주학생독립운동의 개요와 선배들의 활약상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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