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많고 게으른 아낙네 같은 나주시 행정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같아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풍자시인 김삿갓이 지은 ‘잠 많은 아낙네(多睡婦)’라는 시다. 이웃집 아낙네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것이 우리집 아낙네였으면 어쨌으리.
요즘 나주시가 각종 송사며 구설에 시달리면서 행정이 게으른 아낙네를 방불케 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단체장이 송사에 시달리고 있으니 일하는 직원들이야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것이 요즘 나주시 행정 돌아가는 추세란다.
농작물을 활용해 식품가공업을 하는 A씨,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정부에서 공모하는 40억원대 사업에 참여해 성사직전까지 갔다. 문제는 나주시 행정에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춰주는 것. 하지만 담당공무원은 사업을 돕기는커녕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고향에 뼈를 묻을 생각을 하고 고군분투 해 온 A씨는 지금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나주를 뜨고 싶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영산포홍어를 지역브랜드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향토산업(홍어)육성사업 역시 오리무중이다.
홍어향토산업은 2007년 나주시가 농식품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국비 15억원, 도비 1억8천만원, 시비 10억2천만원, 자부담 3억원 등 총 3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사업초기 32명의 홍어상인들이 참여하기로 했다가 도중에 내홍을 겪으면서 대부분 탈퇴하고 2년 전 5명이 출자해 현재 주식회사 형태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그동안 사업부진에 대한 페널티로 사업비 2억원이 삭감되고,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않아 사업비가 사고이월 처리되면서 3억1천만원이 불용처리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홍어의 정식 브랜드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행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 아닌가.
전임 단체장이 국책사업에 대한 실책으로 낙마를 경험했고, 현 단체장마저 민간자본을 유치해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난관에 봉착했으니,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지레 겁부터 집어먹는 게 아니냐는 후문이 무성하다.
그러고 보니 김삿갓의 또 다른 시 ‘게으른 아낙네(懶婦)’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 해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이 잡으려 치마 걷어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
도대체 나주시 행정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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