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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혁신도시, 장밋빛 전망과 위기의 원주민

by 호호^.^아줌마 2013. 2. 25.

혁신도시, 장밋빛 전망과 위기의 원주민

 

봄이다. 본격적인 봄나들이 소식과 함께 결혼소식도 봄바람 따라 속속 날아든다.

 

3월 첫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나주 빛가람도시가 인연이 된 나주 처녀 최윤정 씨와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인 한국현 씨가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들의 결혼은 나주시가 지난 2008년부터 실시해 온 ‘나주-혁신도시 선남선녀 맞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112쌍 중 첫 결실이어서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메우고 융합을 위해 추진되는 빛가람의 첫 결실인 셈이다.

 

설렘과 망설임,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이룬 이들 부부의 행복한 출발처럼 빛가람 혁신도시의 앞날도 창창하기를 기원한다.

 

기쁜 소식과는 달리 혁신도시 때문에 낭패를 당한 한 젊은 부부의 얘기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유치원 다니는 아들 형제를 두고 새벽마다 우유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30대 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나주시내 작은 아파트에서 2천8백만원 전세를 살고 있던 이들 부부에게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별안간 사글세로 전환을 하겠다며 보증금 천오백만 원에 월 30만원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부부로서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혁신도시 효과로 나주지역 전세시장도 상승세가 이어져 전세 재계약 추가비용이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대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2~3월 사이 지역 내 일부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가 매매가의 80%를 육박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수요증가에 따른 전세값 상승으로 적잖은 추가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음달 입주하는 우정사업정보센터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혁신도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이전기관 임직원들이 나주시내에 원룸과 소규모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가족은 서울에 둔 채 당장 객지에서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우정사업정보센터 816명의 직원들이 임시로 묵을 숙소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 현상이다.

 

혁신도시 내 주거시설은 내년 3월경 입주예정으로 있어 그동안은 나주 또는 광주에 임시숙소를 마련하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주지역 원룸가격이 턱없이 비싸 아직까지 숙소를 구하지 못한 직원들이 태반이다.

 

이런 가운데 나주시내 부동산시장이 반짝특수를 노리며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일이 빈번하고, 월세마저도 기존의 시세보다 두 세배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지만 혁신도시 반짝특수에 혹해 잘 살고 있던 사람마저 내보내는 인심은 무어란 말인가.

 

이 젊은 부부의 신세한탄을 듣고 보니 그동안 관심 없이 봐 왔던 부동산뉴스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국 부동산시장이 새정권 출범 등 각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 특히 새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과제인 부동산 시장대책이 베일에 가려진 데다 연초부터 취득세 감면 연장 불발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소식,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부족한 전세시장은 보증금 상승폭이 커져 서민층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

 

혁신도시 효과, 나주로서는 충분히 예견하고 누려야 할 기회다. 하지만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 있는 원룸, 투룸의 건설경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눈앞의 특수만을 바라보고 무리하게 지어진 집들이 언젠가 또 하나의 파동을 빚지 않도록 누군가는 나서서 나침반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