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일손돕기 창구 더 활짝 열어야
5월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만나는 6월은 늘 보리 까끄라기 같은 까칠한 추억으로 목울대를 짓누른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6월 그 후텁지근한 무더위 속에 목덜미 속으로 파고들던 까끄라기를 털어내며 보리 베기를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남중학교와 여중학교로 갈리어 헤어졌던 단짝친구가 학교에서 단체로 보리 베기를 하러 나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망종(芒種)의 비애다.
망종은 말 그대로 까라기 종자라는 뜻이니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를 수확하게 됨을 의미한다. 망종이 일찍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고 늦게 들면 나쁘다고 했다. 망종까지는 보리를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 갈아 콩도 심게 된다.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넘어져 수확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보리는 ‘씨 뿌릴 때는 백일, 거둘 때는 삼일’이라 할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다.
보리를 수확한 후에는 보리깍대기를 태워야 모내기하기에 편리하다. 그리고 모를 심어도 빨리 사름(뿌리 활착)하게 된다. 그래서 보리수확이 끝난 논마다 보리깍대기 태우는 연기로 장관을 이루게 된다.
농가에서는 이맘 때 쯤이면 보리수확과 모내기가 연이어져 무척 바쁘게 된다. 이때의 바쁨을 일러 ‘발등에 오줌 싼다’고 했던가.
망종 때는 농사일이 끊이지 않고 연이어져 일을 멈추는 것을 잊는다고 '망종(忘終)'이라고도 했다. 말 그대로 농번기의 최고 절정인 것이다.
보리수확과 타작이 끝나는 망종부터 모내기가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이모작을 하는 남부지방에서는 보리나 밀을 베랴, 논을 갈고 써레질 하고 모심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자연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때의 바쁨을 시인 이문구는 동시 ‘오뉴월’에서 이렇게 감칠맛 나게 표현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지금 농촌에서는 농부들이 아무리 돈을 더 준대도 인부를 살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농사일 시킬 것이며, 어느 자식이 농사일 시킨다고 호락호락 할 것인가 마는, 그래도 아들, 딸, 취업나간 자식들마저 휴일이면 달려들어 농사를 거들어야만 하는 때다.
지난해 농번기방학을 한 중학교 교사는 부모님을 도와 마늘을 캐던 한 남학생이 ‘그냥 학교 가면 안 되겠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을 보고 가슴이 저려왔다고 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농촌에는 일손이 없어 새벽녘 인력시장을 돌아보지만 그나마 과수원과 시설하우스로 다 나가고 밭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
타는 더위 속에서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는 농민들을 위해 도시에서, 직장에서 ‘화이트칼라’들이 농촌의 가족, 친지들을 찾아 농활을 할 때다.
애먼 공무원들만 이 땡볕에 마늘, 양파 수확에 동원되는 것이 이 시대 농촌을 향한 마지막 마지노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농촌일손돕기 창구가 더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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