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거부한 배기운 의원의 승부수는?

 

국민참여재판 거부한 배기운 의원의 승부수는?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기사회생(起死回生)의 기회를 노렸던 민주당 배기운(나주·화순)의원이 스스로 기회를 접어 그 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 선고공판이 1심 재판의 절차상 하자로 연기되면서 물밑에서 들끓던 ‘10월 재·보궐선거론’을 일축했다.

 

배 의원 지지자들이야 쾌재를 불렀겠지만, 배 의원이 낙마할 경우를 대비해 군불을 지피던 지역 안팎의 몇몇 인사들은 뜨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1심 재판부의 실수는 참으로 어이없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 의원에게 참여재판을 원하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7일 이내 의사를 표현한 서면을 제출받았어야 했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재판부의 신뢰에 적잖은 먹칠을 한 셈이다.

 

전갑길 전 광주 광산구청장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도 이같은 실수로 1심 판결이 무효화될 뻔 했으나 공동피고인이 ‘참여재판 안내를 못 받았지만 괜찮다’는 입장을 밝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은 1심에서 참여재판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야 안내를 받고 참여재판을 희망하면서 1심 판결이 판례에 따라 무효화될 수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8년 도입 당시에는 살인, 강도강간 등 형법상 중범죄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범죄로 대상이 한정돼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참여재판법이 개정되면서 대상범위가 모든 형사합의부 사건으로 확대됐다.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또는 검사의 신청으로 참여재판을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국형 국민참여재판 최종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배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광주고법 301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22일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게 된다.

 

배 의원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기존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한 만큼 별다른 의사표명 없이 “선처를 바란다”고 짧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떤 이유였을까. 배 의원 주변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해석이 제각각이다.

 

재판부가 자신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해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선고공판을 배 의원에게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둥, 이미 1심에서 판결의 오류가 있었던 만큼 2심에서 이를 뒤집을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둥, 불특정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배심원을 모집해 참여재판으로 진행하지만 제대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둥...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사례들을 숱하게 봐왔던 터에 배 의원의 재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죄를 지었지만 더 나쁜 죄를 짓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의원 뱃지를 빼앗기는 판결이 난다면 억울한 것 아닌가 하는 동정론에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죄는 죄’라는 원칙론, 하지만 무엇 보다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나주사회가 배 의원의 판결결과로 인해 또 어떤 파란을 겪을 것이며, 지역사회에 몰아닥칠 격동은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결과를 얻든지 배 의원은 아직 국회의원이다.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발이 닳도록 지역구활동을 펼치고 있고, 내년 예산확보를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의외로 배 의원의 활동은 미미하다 못해 잠잠하다는 지적이다. 찬송 한 구절을 전하고 싶다.

 

‘어둔 밤 쉬 되리니 네 직분 지켜서 일할 때 일하면서 놀지 말아라. 낮에는 수고하나 쉴 때도 오겠네. 일할 수 없는 밤이 속히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