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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더 이상 미룰 이유 없다

by 호호^.^아줌마 2013. 8. 31.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더 이상 미룰 이유 없다

 

 

언젠가 개회중인 의회 취재를 놓쳐 사무국 직원에게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다. 직원은 어렵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자료를 건네주며 비밀유지를 신신당부했다. 대부분 의회를 통해 나오는 자료는 집행부가 성가셔 하는 내용들이 알짜배기 정보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의원실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사무국 직원이 서류를 들고 들어온다. 그 의원은 하던 대화를 뚝 끊고 슬그머니 설명하던 자료를 뒤집어 놓는 것이었다. 의원들이 하는 얘기가 여차하면 집행부 귀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무국 직원들도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간혹 의회에 뜨거운 쟁점이 되는 현안이 떠오를 때면 집행부와 의원들 사이에서 숨죽이며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 의회 직원들의 신세라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확인할 길 없지만, 한때 의회 사무국 직원으로 일했던 한 공무원은 심심찮게 의원들의 시정질문이나 5분발언, 심지어는 행점사무감사장에서 큰소리 칠 원고까지 써 주는 역할까지 했다.

 

그럴 때 반드시 유의할 점은 절대 집행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집행부 관련부서 직원들과 “이번에는 어떤 질문을 해드릴깝쇼?” 협의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는 것.

 

게다가 집행부를 되게 잡는 의원과 친분이 있는 공무원은 집행부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을 염려하며 의회를 위해서 일을 할 것인지, 집행부의 2중대역할을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올만 하다.

 

문제는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의회에 있지 않고 집행부에 있다는 것이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막론하고 의회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 독립이 숙원사업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집행부의 견제기관인 의회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의 임명권은 집행부 수장이 쥐고 있어서 과연 이들 직원들이 어디에 마음을 두고 일을 할 것인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구나 집행부와 의회가 대립각을 세울 때는 의회 직원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나주·화순지역구 배기운 의원이 얼마전 지방의회의 감시·견제기능 강화를 위해 지방공무원 직렬을 별로도 신설하고 인사권을 독립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권한에 관한 사무를 보좌·보조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 공무원 직렬을 신설하고, 이들의 인사를 관리하기 위해 시도의회 사무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지방의회직의 실질적인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이 갖게 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지방의회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단일 직렬로 용해 보직을 관리하고 있고 그 임용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순환하며 근무하고 있어 지방의회의 고유 기능인 감시와 경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배 의원의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나마 지방의회의 고유기능인 감시와 견제에 충실한 의회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의회직렬을 새로 신설했을 경우 소수직렬로 분류, 인사적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정실인사' 개입 역시 문젯거리다. 이밖에 의회 사무처에서 일반 행정직으로 복귀가 이뤄질 경우 업무공백의 발생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인사제도를 보면 이같은 문제의 해답은 바로 나온다. 지방의회와 지방의회, 지방의회와 광역의회간의 인사교류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풀뿌리지방자치제도도 환골탈태하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권한강화와 집행부 견제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주된 역할인 지방의회에서 이를 떠받치는 직원들이 집행부에서 파견되고 일정기간 후 다시 집행부로 돌아가야 하며 인사권자가 단체장인 기형적 상황은 지방의회의 역량강화를 구조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회 사무직은 독자적 선발과 자체승진 운용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이중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독자적 발판과 역량강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