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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청정무구 전원마을에 납골묘라뇨?”

by 호호^.^아줌마 2008. 6. 2.

 

 

 

 “청정무구 전원마을에 납골묘라뇨?”

노안 영평리 복룡마을 주민들 시청 앞 릴레이 시위

기씨 문중 납골묘 추진에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 주장


“묘는 그나마 주변 환경과 어울려서 자연스럽다지만 백 80기가 들어가는 납골묘가 마을 한 복판에 들어선다면 아이들이고 부녀자들이고 어떻게 마음 놓고 나다닐 수나 있겠습니까?”


지난 21일, 채 이슬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나주시청 앞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나주시 노안면 영평리 복룡마을 주민들이 마을 한 복판에 들어서는 납골묘 허가를 취소하라는 것.

이 마을 주민 40여명은 본격적인 영농철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을 뒤로한 채 이날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아예 집회신고를 해놓고 매일 아침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한 문중에서 마을 한 복판에 백 80여기를 봉안할 수 있는 대형납골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문중에서 납골묘를 추진하려고 했던 부지는 사설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진 데다 주민들이 고소를 하면서 저지하자 이 문중에서는 변호사 등을 동원, 장묘에 관한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 다른 지역에 있는 기존 묘지를 파묘한 뒤 다시 나주시로부터 납골묘 설치 허가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문중에서 납골묘를 설치하기 위해 들여온 석재 등이 납골묘 수준이 아니라 납골당이라며 다시 한 번 행정의 허점을 꼬집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납골묘를 추진하고 있는 문중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허가를 얻었는데 마을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며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룡마을 주민들은 “주민들은 당연히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면서 “ 오백년 동안 내려온 복룡마을을 훼손하는 납골묘를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처럼 마을주민들과 문중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주시는 “일반 묘의 경우 20호 이상 인가에서 500m 이상, 도로에서 30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납골묘의 경우 이같은 규정이 없어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고 밝히며 “현재 시 고문변호사를 통해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마을주민 대표와 문중 대표를 만나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중재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다음달 26일부터 정원형태 또는 수목장림 형태의 자연장 등 새로운 자연장 제도가 시행될 예정에 따라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진행해 온 봉분식 매장방법이나, 납골당을 지어 안치하는 납골방법에 대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순 기자


◇사진1 : 납골묘 반대를 외치며 나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나주시 노안면 복룡마을 주민들


◇사진2 : 복룡마을회관 2층에서 바라다 보이는 기씨 문중 묘지 풍경. 묘는 그나마 자연스럽지만 180기가 들어가는 대형납골묘도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