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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탐방…설립 100주년 맞은 천주교 노안성당

by 호호^.^아줌마 2008. 11. 19.

탐방…설립 100주년 맞은 천주교 노안성당


나주지역 첫 본당, 초창기 모습 고스란히 간직

19일 전국의 교우․지역민과 함께 100주년 기념행사‘거행’

다음달 19~21일 ‘해피 크리스마스 이슬촌 축제’ 계획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에 위치한 천주교 노안성당(주임신부 이영선 골롬바노)이 설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전국에서 모여든 천주교 신자, 지역민들과 함께 기념행사를 가졌다.

노안성당은 이날 오전, 천주교 광주대교구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의 주례로 10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가진 데 이어 이슬촌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점심식사와 함께 전국에서 찾아온 이 성당 출신 신자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하는 어울마당 행사를 가졌다.

1908년에 설립된 노안성당은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이자 대표적 근대 성당건축물로 손꼽혀 2002년 9월 13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재 제44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노안성당이 세워지기까지의 유래를 살펴보면, 18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나주에는 이민숙(바오로)ㆍ이화서(바오로)ㆍ이진서(토마스) 세 사람이 산 너머 함안군 나산면에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던 서울 출신 정락(요한)씨로부터 가톨릭을 전해들은 후, 무안에 있는 이내수(아우구스티노) 신부를 찾아가 세례를 받고 돌아와 공소를 세우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후 1908년 프랑스인 카다르 신부가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에 땅 3,000평을 매입해 40평 규모의 ‘초가성당’을 마련하고, 손수 벽돌을 찍어 2층 양옥의 일자형 사제관을 신축했는데, 이 건물이 노안성당의 효시가 됐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카다르 신부는 군에 입대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고, 노안성당은 목포 산정동 본당의 도움을 받아 명맥을 유지한다. 그 뒤 1926년 제5대 박재수 신부가 부임하면서 만주인 인부들과 함께 카다르 신부가 지었던 사제관을 십자형 서구식 성당으로 증축해 오늘에 이른다.

노안성당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역경과 고난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00년의 역사 가운데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는, 1900년대 초반, 한국교회 관할권을 갖고 있던 파리외방전교회가 호남지역 선교를 위해 목포에서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선교거점지역을 물색하던 중 이 일을 책임 맡은 드애 신부와 뚜르뇌 신부는 나주와 계량에서 약 7km 떨어진 남산부락에 성당 부지를 매입했다.

남산에는 비록 천주교 신자가 단 한명도 없었지만 평야 지대인데다 사방 4km 안에 40여개 부락이 있어 교세 성장에 따른 지리적 요건을 감안해 성당 부지로 선정했던 것.

그러나 땅 주인이 묘를 이장하기 위해 무덤을 파보니 시신들이 그대로 있어 ‘명당’이라며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렸다. 마을사람들도 선교사들에게 땅을 파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했다. 이렇게 되자 충돌을 우려한 선교사들은 남산을 포기하고, 나주 지역의 유일한 신자 거주지인 계량마을을 성당 설립지로 정했다.

또 다른 일화는 한국전쟁과 관련돼 있다. 영광 불갑사에 본부를 두고 있던 빨치산들이 노안성당을 불 지르려고 계량마을로 들어섰는데 언덕 위에 있는 성당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병력들이 먼저와 성당에 불을 질렀나 보군’ 하면서 되돌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일이 세 차례나 있었다는 것. 건물 전체가 붉은 노안성당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빨치산들이 멀리서 성당이 불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제5대 교구장이었던 현 하롤드(성 골롬반 외방전교회) 대주교가 미국 시사 주간지「타임」에 기고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노안성당의 첫 이름은 ‘계량성당’이었으나 1927년 성당 신축과 함께 ‘나주성당’으로, 다시 1934년 나주에 새 본당이 설립되면서 ‘노안성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안성당은 낙후된 나주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1936년 김창현(바오로) 신부가 4년제 보통학교인 ‘신성학술강습원’을 설립해 해방 이후 노안초등학교가 세워질 때까지 졸업생 수 백 명을 배출했다.

또 1961년부터 1984년까지 '성 골롬반중학교'를 운영, 지역사회에 교육의 장을 제공했으며,  이후 교정을 광주대교구청소년수련장으로 개조, 전남지역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키워주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안성당이 위치한 계량마을은 주민 98%가 천주교 신자이며, 4년 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농촌체험마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닷새 동안 ‘이슬촌의 해피 크리스마스’라는 이색 축제를 열면서 전국적으로 더욱 유명해진 가운데 올해도 다음달 19일부터 21일까지 두 번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김양순 기자


◇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인 노안성당이 지난 19일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 눈길을 끌었다.

 

주임신부 이영선 골롬바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