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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김종...장미원(薔薇園)

by 호호^.^아줌마 2009. 1. 30.

장미원(薔薇園)


가슴 복판을 내리는 눈물
무섭고 험한 곳에서 눈물은 미덥지않다.
終末을 지키고 섰던 肉體 하나로
바람은 죄다 막을 수 없다.
젖은 포기마다 흐북히 스며든
비의 그 기름진 分解
비만 와도
아득했던 소식들은
무감각한 장미다발로 피어나
바람과 더불어
잠갠 채 흔들린다.

더욱 싱싱하고 팔팔한
물고기 비늘을 달고
지나간 모든 일들은 새로와지는 법이다.

길고 부드러운 파도의 등허리를
간단히 웃어 넘는 薔薇의 입술.
나이프의 빛이 버져올 때
장미가 성장했던 평일의 체온은
벌써 확실한 꿀물로 흐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기계의 톱날마다
맞물린 江의 그 환한 진실.
기침소리 하나로도
삭아 있던 邸宅은 가볍게 흔들린다.

잎잎에 젖어 있던 당신의 언어가
물방울 가운데 완전히 떠 있다가
은은한 빛으로 발견되어야 한다.
아침을 마시고 자라기 위해
屈함이 없는 자의 筋肉이 잠들 때도
비는 내리고 그 속을 헐고 섰는
장미다발의 건강한 웃음.
저리도 밝은 視線을 뚫고 나와
새로운 거리로 몰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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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시인 김종

․나주 남평 출생

․국제펜클럽 광주시위원장

․광주시 서구문화원장

․동신대 한국어학과 겸임교수

․2009 나주문학의해 조직위원장

 

 "30여년 詩의 오솔길 동행자 없어도 행복"

"‘자기의 목소리로 자기의 말을 하는 시’를 뽑자는 데 뜻이 있다. 당선작으로 뽑은 김 종의 ‘장미원’은 그런 면에서도 다른 類作을 뒤로 젖혀내는 데 충분했다. 삶의 虛한 면과 다사한 면을 함께 노래한 작품으로서 적어도 시인다운 ‘자기의 목소리’와 ‘자기 말’을 가지고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가라앉은 ‘톤’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것은 이 작자의 문학적 자질을 높이 사게 했다."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중에서>

길가에 널린 이름없는 풀꽃이며, 발길에 채인 돌멩이 밑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작은 벌레 한 마리까지도 사랑과 생명을 불어넣는 ‘사랑의 시인’ 김 종.

올해로 시력(詩歷) 30여년을 갖고 있는 그는 ‘장미원’을 비롯 ‘더 먼곳의 그리움’‘방황보다 먼곳의 세월’등 모두 9권의 시집을 펴낸 한국시단의 중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든 삼라만상에 향내음이 있듯 그에게도 그만의 독특한 ‘향(香)’을 간직하고 있다.
조금은 생소한 단어이긴 하지만 그에게서는 다른 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시인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고 있다.
말을 절제하는 단순한 행위에서부터 사색이 그윽한 촉촉한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언어’를 쏟아내는 그는 분명, 이 시대의 시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상 사랑과 환희,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가 넘쳐 각박한 세상을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시대의 조류에 따라 한 번쯤 눈을 돌릴 법도 하지만, 세상 사는 법에는 다소 뒤쳐진듯 한 시인 김 종.
그의 지고지순한 시 정신은 등단 30여년이 지난 오늘, 남이 가지않은 오솔길 만을 외롭게 걷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가만 들여다 보자. 그 안에는 숲속의 나무와 그 속에서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숲을 투과해 내리꽂힌 햇살과 올곧은 시정신이 버무려져 환희의 교향악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지난 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장미원’이란 시가 당선돼 화려하게 문단에 나왔다.
고교시절 학생문사로 전국에 알려졌던 그는 65년 청마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시대’에 이미 얼굴을 내밀었고, 이후에도 71년 ‘월간문학’과 ‘시조문학’으로 시인으로서 재검증을 거쳤다.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포함해 무려 네 차례나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검증해 오면서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문학적 감성를 갈무리 했다. ‘네가 교내에서 제일 글을 잘 쓴다’라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시인 김 종.
오늘도 그는 평소의 습관처럼 책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시상(詩想)에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