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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강화된 언론관계법 ‘걸면 다 걸린다’

by 호호^.^아줌마 2009. 3. 9.

지령 100호 특집… 전환기의 지역언론, 이제 법이다


강화된 언론관계법 ‘걸면 다 걸린다’

언론 스스로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 마련해야

신뢰확보, 발상전환, 기본충실, 전문성 강화가 ‘관건’


국내 언론계가 최근 언론의 자율성 강화냐, 공공성을 빙자한 통제냐 하는 부분을 놓고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고된 가운데 최근 국회의 미디어관련법 상정을 놓고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 역시 변화의 물결 속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또 지역 정치권은 여론에 대해 유례 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언론관계법이 강화되면서 최근 개인의 명예와 권리에 대한 소송과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언론은 한마디로 ‘걸면 걸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환기에 접어든 지역언론, 돌아갈 것인가, 돌파할 것인가?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전국 지역일간지와 지역주간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보도와 명예훼손’ 강좌와 언론학자들의 주장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언론보도 권리 침해, 어디까지 보호받나?

최근 변화되고 있는 언론환경 및 언론관계법과 관련해 충북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는 언론보도로 말미암아 인권이 침해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침해받기 쉬운 권리는 개인의 사생활보호권, 명예권이다. 사생활보호권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개념으로 그 뜻은 ‘혼자 가만히 있을 권리’이다.


사생활보호권 침해란 크게 ▶공간에 대한 침범 ▶진실하기는 하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을 알린 경우 ▶허위사실 보도로 사회로부터 오인을 받은 경우 ▶개인정보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은 개인에 대한 어떤 ‘사실’을 유포하여 당사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로 프라이버시 침해와 겹칠 수도 있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악성 댓글로 인신공격 하는 것은 ‘모욕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     죄’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명예훼손과 모욕죄 얼마나 다른가?

A가 B에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정말로 넌 싸가지 없는 아비의 그 자식이네.”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건 명예훼손일까? 그렇게 말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을까?

처벌하긴 어렵다. 이유는 명예훼손죄로 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모욕을 준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차이는 사실이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의 차이이다.

명예훼손법상 사실에는 진실의 사실과 허위의 사실이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 표현이 담겨 있어야만 성립한다. 예를 들어 “시의원 아무개가 업자로부터 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라는 표현은 사실 표현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죄를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70조에 벌칙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과 형법 309조 제1항(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307조 제1항(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보도로 인격권을 침해한 언론사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라는 ‘공공성’이 성립된다면 법으로부터의 면책권을 얻는다. 지금까지는 한국사회가 언론에 대해 이 면책권을 매우 관대하게 허용해왔으나 최근 언론환경을 돌아볼 때 이제는 결코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교수가 내놓는 전망이다.


◇ 언론분쟁을 예방하려면….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해 언론피해와 관련해 실시한 상담이 총 2천5백53건을 처리해 2004년 민간언론피해상담센터가 발족된 이후 가장 많은 상담건수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4년 1천8백16건을 처리한 데 이어 2005년 2천3백53건, 2006년 2천3백4건, 2007년 2천3백43건, 2008년 2천5백53건을 기록해 언론피해상담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상담신청 매체유형 중 일간신문이 7백55건으로 전체 상담건수의 28.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방송(7백2건), 인터넷신문(3백53건) 등의 순서였다. 또 신청인 유형은 개인이 상담한 경우가 1천7백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반단체(2백76건), 회사(2백41건) 공공단체(85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 구율화 변호사는 “언론보도에 따른 분쟁이 곧바로 고소, 고발로 이어지면서 감정적인 대립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히며 “개정된 언론중재법이 발효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조정, 중재 대상에 IPTV, 포털 및 언론사닷컴 등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상담의 양상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명예훼손은 ‘A모 의원’으로만 표시하더라도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면 언론사는 명예훼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    ▲ 언론중재위원회 구율화 변호사

 

또 본문과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할 정도로 과장 또는 윤색된 제목은 그 제목만으로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며, 초상권은 초상권 주체로부터 사용 동의를 받았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는 동의를 구해야 하고 초상권 주체가 미성년자일 경우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언론사가 경찰로부터 입수한 피해자의 상해부위 신체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공개하더라도 초상권 침해 및 사생활보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 독자의 알권리와 언론의 알릴 의무

김성규 변호사는 취재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법행위와 관련해 “알 권리는 국민의 권리이지, 결코 언론의 권리가 아니다.”고 못 박고 있다.

 

“알권리는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항해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공적 의견 형성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써 발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빌미로 위법을 저지르는 경우 예외 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언론소송에 대한 최근의 판결경향에 대해 강의하는 김성규 변호사

 

하지만, 정보취득 과정이 불법이라고 해서 그 내용과 상관없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불법한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공익에 들어맞으면 그 공익과 보도함으로써 발생하는 해악을 비교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특히, 최근 판례를 살펴보면, 명예훼손으로 말미암은 언론관련 소송에서 ▲정당 또는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주장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 ▲공직자의 청렴성 및 도덕성에 대한 의혹 제기 ▲ 종교적 비판 ▲언론사 간 상호비판 및 감시활동 등 공적 영역의 보도에선 면책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알릴 의무에 대해 언론사별로 자율적으로 내부적 기준을 설정하고 독자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판단의 척도를 만들어 나가는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역언론, 주민 편에 서야 산다

지역신문과 관련해 남다른 애정과 함께 뼈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언론학자 가운데 한 명이 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다.


장 교수는 지역신문이 지역사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지역신문이 관공서나 상가 위주로 배부되고 있고 계도지라는 명목으로 경로당에 주로 배달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의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서는 가정독자가 많아야 하는데도 가정독자의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신문 기자들의 이권개입에 대해 일침을 놓고 있다.

선거 때는 특정 후보의 참모 노릇과 심지어 정보원 노릇까지 하는가 하면, 선거 후에는 건설업, 주차장사업, 부동산 투기 등 개입하는 영역이 거의 전 분야라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짜 취재와 관언유착도 이러한 맥락에서 불거진 부실한 유형이라고 그는 일갈한다. 현재의 수준으로 본다면 대다수 한국의 지역신문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사회적인 측면에서나 퇴출돼야 할 대상이라는 것.


그러나 지역언론의 현실이 자칫 지역언론 무용론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장 교수는 “민주주의가 명실상부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고 지역균형발전이 실현되려면 제대로 된 지역언론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전환기에 서있는 지역언론이 살아남는 길을 지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의 발상의 전환과 언론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여기에 부합하는 지역신문은 살아남고 부실하고 부패한 지역신문은 자연 퇴출되는 건강한 지역 언론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지역 언론인들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김양순 기자 ysna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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