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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여성칼럼…100이라는 숫자

by 호호^.^아줌마 2009. 3. 9.

여성칼럼…100이라는 숫자

 

 

 

 

 

 

 

 

 

 

 

 

 

 

김현임


100, 100, 100이란 숫자가 종일 나를 잡는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그들이 누릴 수명의 최상 치를 나타내는 숫자이기도 하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단어에서처럼 ‘많다’의 극치를 내포한 숫자가 100. 어쨌든 100에는 사람을 휘어잡는 그 무엇이 있다.


화면을 보는 내내 ‘녀석’이라는 귀염성 있는 사내아이의 호칭을 연발하게 했다. 주인공이던 톰 소여보다 아슬아슬한 높이에 매달린 나무 위의 오두막에 살던 깜둥이 소년이 더 나를 끌었다.


간섭도, 매임도 없는 자유로운 생의 유혹과 두 소년의 계산 없는 우정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으리라. 그 허클베리 핀의 친필원고가 100년의 침묵 속에 깨어났다는 그 숫자의 첫 번째 감흥에서 채 헤어 나오기도 전이다.


러시아의 수학자 그리고리 페델만이 거부했다는 상금의 액수가 100만 달러, 그가 풀어낸 푸앵카레 추론이 세계의 수학자들을 괴롭혀 온 세월의 숫자와 겹침도 우연이지만 페델만이라는 이름에 내 눈이 번쩍 뜨였다.


두 달 전 나는 그의 이름을 알기 위해 얼마나 전전긍긍했던가. 내 글제인 ‘바보선비’의 소재가 그였다.

쥐꼬리만 한 연금에 의지해 늙은 어머니와 사는 은둔의 수학자란다. 그의 안위를 염려한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 ‘페델만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벽증에 가까운 행태다. 


최근엔 3년간 매달렸던 수학연구도 그만두고 명상생활에 들어가 더는 수학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무하던 연구소에서 사직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어떤 형태의 금전적 지원을 거부, 당대 최고의 수학자가 굶어 죽을 판이란다.


뉴스 보기가 겁이 난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최악의 경제 한파다. 그 매서움에 가슴까지 얼어붙었을까.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요즘 세태에 더더욱 가중되는 경제 한기다. 현대판 바보선비 페델만이 돋보이는 이유다.

상금을 내건 재단 측에서 무려 100만 달러의 상금수여를 놓고 이른바 ‘페델만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다.


하지만, 극단적이리만큼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종교적 생활, 그리고 신념의 문제가 결부된 문제라서 페델만에 대한 어떤 지원도 불가능으로 점쳐지고 있다는데.


100년 전 마크 트웨인의 묵은 원고 속에 숨 쉬는 어린 소년의 고집, 그러니까 양자로 들이겠다는 부잣집의 제의를 일언지하 거부하던 고 녀석의 맹랑한 자부심과 우리 인간들의 한계 수명이 겹쳐지며 내게 백념(百念)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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