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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남도음식·사찰음식 명인 천수봉 씨

by 호호^.^아줌마 2009. 4. 3.

일하는 나주인, 그들이 아름답다③


“남도의 전통음식 계보 이어갑니다”

 

…남도음식·사찰음식 명인 천수봉 씨

 


“전라도 아낙치고 음식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좀 더 전라도 맛이 나게, ‘이게 나주 음식이다’ 하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조금 더 연구를 하는 것뿐이지요.”

 

전통사찰음식·약선요리 연구가 천수봉(59·나주시 남내동)씨. 천 씨는 이미 남도음식의 명인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안동 가톨릭상지대학 전문CEO과정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울세계음식대회에서 배와 김치, 홍어를 이용해서 만든 ‘송학’이라는 요리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또 신지식인으로도 선정이 됐다.

이와 함께 순천 낙안읍성에서 개최된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남도요리 명장콘테스트’에서는  개발요리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남도 음식명장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사찰요리란 이런 것

천 씨는 지난 3일부터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도심 속 사찰 무각사에서 사찰요리 강좌를 시작했다.

3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강좌를 듣기 위해 광주지역 주부들뿐만 아니라, 해남, 강진 등지에서 수강생들이 쇄도해 다음 강좌를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천 씨가 말하는 사찰음식은 고려왕조 이후 사찰에서 전해지는 음식으로 대개는 떡이나 나물, 두부나 김치, 나물을 이용한 요리가 대표적이며, 매작과나 버섯잡채, 장아찌, 칼국수 같은 단출한 음식이 사찰음식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천 씨는 여기에 나주의 특산물인 배를 이용한 요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배 옹심이죽과 배죽 샐러드, 그리고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풋것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전수할 계획이다.

천 씨가 요리연구소를 겸해 운영하고 있는 나주시 남내동의 한 작은 한정식식당은 주중에는 밥집이지만 주말에는 천 씨로부터 요리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지역 안팎의 문하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남도요리 명장 천수봉 씨가 나주배를 이용한 전통요리와 사찰음식 전수에 발 벗고 나섰다.

<사진은 나주배를 이용한 된장·고추장 강습회 장면. 제공 나주문화체험학교 홍양현 대표>

  

나주배요리만도 스무 가지 남짓

천 씨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음식은 톳두부무침, 인삼겉저리, 새송이구이, 잣취나물무침, 청포묵, 더덕냉국, 달래오이무침, 취나물장아찌, 굴비장아찌, 산초장아찌, 버섯탕수 등 20여 가지의 토속밑반찬에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배와 견과류 등을 이용해 감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또한 20여 가지의 재료로 육수를 우려 내 만든 간장게장은 짜지 않으면서도 달큼 짭조름해 게장의 맛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해주며, 짚에 낙지를 돌돌 말아서 삶은 다음 양념을 발라 구운 낙지호롱, 전복장아찌 등은 다들 ‘내로라’하는 음식대회에서 으뜸으로 뽑힌 명작들이다.

 

천 씨가 나주배와 메론, 금성산 녹차 등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개발한 요리는 무려 20여 가지에 이른다.

 

배와 멜론을 주제로 한 배 과편, 배 황토구이, 배 옹심이죽, 배·메론 생채무침, 배 튀김, 배 찜, 배·메론 빙수, 금성산 야생녹차 전과, 배 장아찌, 배 피자, 배 오미자채, 배 식혜, 배 조청, 배화채, 배 떡, 배정과, 배 마른건과 등.


나주의 전통 가양주 개발에 혼신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나주의 전통 가양주(家釀酒)로 배술을 빚는 비법을 연구 중이다.

천 씨는 우연히 김영호 전 나주읍장의 집에서 전해지고 있다는 배술에 대한 얘기를 들을 뒤 이를 복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진도에는 홍주, 고창에는 복분자주, 전주에는 이강주가 있듯이 나주에도 ‘이것이요’ 할 만한 토속주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천 씨는 문헌과 김 전 읍장 가족들의 고증을 통해 배술 빚기를 반복하고 있다. 술이 익을 때쯤 지인 몇 명을 초청해 시음을 하고 문헌에 나와 있는 그 술맛을 완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개성이 고향인 천 씨는 전쟁통에 어머니의 고향인 나주로 온 가족이 피난을 오면서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운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회고한다.

 

음식명장이라는 자부심과 손님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정성을 다하는 천 씨는 음식궁합까지 고려하며 음식을 요리할 정도로 전통음식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때 지역사회에서는 여성계의 마당발로 더 잘 알려졌던 천수봉 씨.

1975년 새마을운동 교동지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나주시새마을지회장, 자유총연맹나주시회장, 21세기여성발전협의회 나주지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인생의 여백을 채워나가고 있다.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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