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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나주경찰서 여성청소년팀 박민경 경사

by 호호^.^아줌마 2009. 4. 11.

일하는 나주인, 그들이 아름답다④


“범죄로부터 어린이와 여성 지켜드립니다”

…나주경찰서 여성청소년팀 박민경 경사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사회현실 속에서 웃음 한 번 터놓고 웃을 일이 없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 동료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읽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이웃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나주인, 그들의 삶 속에 숨겨진 봄햇살 같은 아름다움을 찾아가 본다. / 편집자주


 

 

“농촌으로 갈수록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범죄피해를 당하고도 오히려 죄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죄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아이의 장래를 망친다면서 쉬쉬하며 넘어가는 부모님들 때문에 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거구요. 어린이와 여성범죄에 있어서만큼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막아내야 합니다.”

 

나주경찰서 여성청소년팀 박민경(31)경사의 우려 깊은 목소리다.

박 경사는 이틀 전에도 성폭력을 당한 어린이를 면담했다. 조사를 위해 어렵게 경찰서까지 나왔던 아이가 경찰서에 왔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울음을 터뜨려 결국 박 경사가 집으로 방문조사를 나간 것이다.

 

경찰이 집에 드나든다는 것만으로도 이웃에 알려질까 염려하는 가족들을 배려해 친척인 것처럼 방문을 했다.

 

지역에서는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자신들이 잘못이나 저지른 양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그러다보니 처벌을 받아야 할 가해자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활개를 치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박 경사는 이런 부조리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어린이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몇 해 전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빚어졌던 성폭력비리를 피해학생들의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여성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주축이 돼서 결국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 않았던가?

 

지난해 8월 나주를 비롯한 광양, 고흥, 해남 등 전남지역 2급지 경찰서 네 곳에 여성청소년팀이 신설됐다.

이곳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대부분 은밀하면서도 긴밀한 수사가 요구된다. 아울러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정 인원은 고작 2명, 청소년범죄와 여성범죄 전반을 다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이런 가운데 박 경사는 최근 지역 아이들과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달라졌다.

지난해 결혼한 새내기 주부이자, 곧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가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남의 아이들뿐만이 아닌 내 아이의 문제로 자신의 업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순경 계급장을 달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당시만 해도 직업으로서 경찰이었지, 특별한 소명의식으로 경찰이 된 것은 아니었노라고 고백하는 박 경사.

 

첫 발령지였던 금성지구대 근무시절 종종 출입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불청객(?)들 때문에 혼비백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박 경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여경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주취자들 문제이다. 주취자가 꼭 남성일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더러는 여성취객들의 못 말리는(?) 술주정을 맡아야 한다. 남자경찰관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훌훌 옷을 벗어던지며 난동을 부리는 여성취객들을 감당하는 일도 박 경사의 몫이었다.

 

그런 새내기 순경시절을 거쳐 박 경사는 2006년 1월에 치른 경장 승진시험에서 전남도내 수석합격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승진했으며, 지난해 치러진 경사 승진 시험을 거쳐 7월에 임용됐다. 아울러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오던 동갑내기 소방공무원과 지난해 화촉을 밝혔다.

 

박 경사는 몇 해 전 영화 ‘그 놈 목소리’가 인기를 끌 무렵 “우리 아이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며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을 위협하는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박 경사의 걱정이다. 특히, 새학기를 맞아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꼭 당부해야 할 것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 주소, 전화번호, 부모 이름 등을 기억하도록 가르치라는 것. 단순히 길을 잃거나 잠시 부모와 떨어지게 되었을 때는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위급상황시 대처방법을 알려주고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 위급 상황 발생시 주위 어른들이나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셋째, 밖에 나갈 때는 누구랑 어디에 가는지 꼭 이야기하도록 가르치라 한다. 평소에 밖으로 놀러 나갈 때는 누구와 어디에 가는지 이야기하고, 언제 돌아올 것인지 등을 부모와 함께 약속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평소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행동하지 않으면 자칫 소중한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박 경사는 강조하고 있다.

지역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에서 이제 그녀 스스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감회가 더욱 깊어진다는 박 경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사회, 여성과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지역민들이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김양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