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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방축마을 수호나무는 물버들나무

by 호호^.^아줌마 2009. 6. 10.

 

할머니, 비 오는데 왜 여기 나와 계셔요?

 

여긴 비 안 맞어. 나무가 가려준께.

 

비오고 그러면 몸 안 아프세요?

 

사방데 쑤시고 아프제잉.

 

누구랑 사세요?

 

나 혼자 살제, 누구랑 살겄어.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이쭈니.

 

 

예?

 

김이쭈니라고.

 

김?

 

김!

 

익순?

 

아니, 이쭈니!

 

일순이라고?

 

엉, 그래

 

 

연세는 얼마나 드셨어요?

 

여든 다섯인가, 여섯인가 돼.

 

그러시구나. 할머니, 비 더 많이 내리기 전에 집에 들어가셔요.

 

오이, 그려. 근디 아줌마여, 아가씨여?

 

뭐 같이 보여요?

 

아줌마 같기도 허고, 아가씨 같기도 허고...

 

아줌마여요, 애기엄씨.

 

어~ 그래. 우리마을에 뭣허러 왔는디?

 

취재왔어요. 신문에 낼라고...

 

어~ 그래. 그라믄 잘 써줘잉?

 

예. 걱정마셔요, 할머니.

 

할머니, 여기 한번 서봐요. 사진찍게.

 

다늙어빠진 늙은이 찍어서 엇다쓰게.

 

멋지잖아요. 나무랑 할머니랑 친구같구만.

 

그려. 근디 신문에는 내지말어.

 

왜요? 이쁘시구만.

 

물색같은 게 신문에 나면 흉나지.

 

예, 알았어요, 할머니.

 

 

대게 마을 당산나무는 느티나무가 많은데

이 나무는 약간 다르다.

아니,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마을이장님께 여쭤보았다.

물버들나무란다.

한 오백년 됐다는...

물버들나무라...

 

버드나무 종류를 살펴보니 39가지나 된다.

 

1,양버들 2,은사시나무 3,이태리포플러

 

4,내버들 5,분버들 6,여우버들 7,갯버들

 

8,눈갯버들 9,긴잎떡버들 10,떡버들

 

11,버드나무 12,호랑버들 13,눈산버들

 

14,새버들 15,능수버들 16,당키버들

 

17,긴잎사시나무 18,사시나무 19,은백양

 

20,털사시나무 21,당버들 22,물황철

 

23,중국황철 24,털황철 25,현사시

 

26,쭉버들 27,왕버들 28,털왕버들

 

29,용버들 30,긴잎여우버들 31,백산버들

 

32,산버들 33,미루나무 34,수양버들

 

35,좀호랑버들 36,고리버들 37,붉은키버들

 

38,버들 39,콩버들

 

헥헥;;;

 

진짜 많긴 많다.

 

 

물버들나무는 대개 아무데나 심고 어디서나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다.


물로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물기가 많은 호수가나 늪지대, 못가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물버들나무에 대한 전설이다.

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고요히 잠 든 한밤중에 ‘불이야!’ 하고 외치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려 퍼졌다.


선잠을 깬 마을 사람들이 잠결에 놀라 뛰쳐나와 보니 캄캄한 밤중에 산너머에서 불길이 솟고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한 해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화재가 이 마을을 찾아들곤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마을 사람 중에는 여기가 살 곳이 못된다 하여 가산을 정리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왜 이런 변고가 잦을까?”

“이 동네는 아무래도 사람 살 곳이 못되는구나. 어딘들 여기보다는 낫지 않겠나.” 

 

떠나는 사람들도 사람들이지만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불안할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동회를 열고 지혜를 짜내 보았다.

“왜 불이 자주 나는지 그 원인이 무엇일까?”

“저녁마다 교대로 순행을 돌도록 하지.”

“낮에 불이 나는 것을 어떡허구.”

“집집마다 우물을 파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어때?”

“물은 불을 끄는데 필요하지 불을 예방하는데 무슨 소용인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서낭당에서 동제를 지내는 것이 어떻겠나?”

“귀신이 불을 지른다던가?”

아무리 원인을 찾아 보아도 찾을 수 없었고 대책을 세워 보았자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없었다.


온 마을이 불바다고 집집마다 불꽃이다. 지붕이 불타고 세간이 불탔다.

 

어떤 집에서는 식량이 타서 잿더미가 되고 미처 피신시키지 못한 돼지나 농우소까지 불에 타버리곤 하였다.
문제는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였다.

이렇듯 마을이 화마에 시달리던 어느 날 이 마을의 김노인이 하루는 꿈을 꾸었다.

큰 산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꿈에 불이 나면 재수가 있고 집안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마을의 불은 문제가 다른 것이다. 재수보다도 불을 막아야 한다.

김노인의 꿈에 다른 나무들은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는데 유독 물버들나무만은 조금도 타지 않고 불더미 속에서 푸르게 서 있었다.

김노인은 꿈이 하도 신기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보게들 어제 밤에 내 꿈에 산에 불이 났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나무들은 불이 붙어 벌겋게 불꽃이 피어오르는데 물버들나무는 불에 타지 않더군 그래.”

“물버들나무는 평소에도 불에 타지 않는가?”

 

“타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대.”

“그러면 그것은 무슨 계시가 아닐까?”

“신령님이 우리 마을을 화마에서 구해주기 위해서 계시를 해 주신 것일게야.”

“그러면 우리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이에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신령님이 이 동네에 불에서 구해줄 수 있는 방책을 현몽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동문산이 마주 보이는 마을 어귀에 물버들나무를 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다음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삽을 들고 나왔다.
마을 어귀에 큰 연못을 파고 주위에 물버들나무를 심었다.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물버들나무를 심은 후로는 마을의 화재가 씻은 듯이 없어졌다.


마을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번창하고 있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지금은 그 연못은 없어지고 두 아름크기나 되는 세 그루의 물버들나무만이 의젓하게 서서 수호목으로 건재하고 있다.

 

물론 방축마을만의 전설은 아니다.

당산나무가 물버들나무인 마을은 다들 이런 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다. 

 

  

 

나주시 남평읍 교원리 방축마을

이 마을은 平山申氏가 화순에서 거주하다 外家의 養子로 입양하여 이 마을에 최초로 정착하였으며

그 후 인동 張氏가 入鄕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마을에는 딱 보면 500년인 물버들나무가 있는데 가뭄때 버들祭를 지내면 가뭄이 해소되고 풍년을 이룩하였다 한다.

마을설립 당시 마을 입구에 오가리만한 방죽(둥그런 구기)과 堤防이 있었다하여 방축이라 불렀다 한다.

 

                                                                                   나주평야정보화마을 정문찬 촌장 증언

 

                                                                                    

                                                           주님 홀로 가신 그길 /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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