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이야기

최선을 다해 끝까지 걸어온 43년

by 호호^.^아줌마 2009. 6. 13.

특별연재…나의 그리운 교단일기(마지막회)


최선을 다해 끝까지 걸어온 43년

 

                                                                                                김정음자(은퇴교사·나주시 대호동)

 

 정년을 1년 6개월 앞두고 새로 근무할 학교를 선택하여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날입니다. 작은 학교에 남아있으면 5,6학년 복식수업을 해야 하고 학교 업무는 교사 세 명이 감당해야 합니다.

 

학교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학교의 일의 양은 똑같습니다. 이 학교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업무는 너무 많고 5,6학년 복식수업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고,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6학급인 이웃학교로 내신을 썼습니다. 학교는 작지만 진도대교를 막 건너면 위치한 학교로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로 가는 일은 1%의 희망도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진도초등학교로 발령이 났습니다. 전교생이 34명인 학교에서 천명이 넘는 진도초등학교로 옮긴 것입니다.

 

광석초등학교는 5명의 교사가 있었는데 학급수가 줄어 세 명의 교사만 남고 두 명이 나가야합니다.

 

2월 20일 자정이 가까울 무렵 전화벨이 울립니다. 교육청에서 밤이 늦도록 불을 밝히며 인사작업을 하신 장학사께서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선생님, 연세도 많으신데, 큰 학교로 가시면 어떠실까요?”

 

점점 빛을 잃어가며 서쪽하늘 끄트머리에 걸쳐있는 교육계의 작은 별 하나를 바라보며 챙겨주는 후배 장학사가 있기에 그래도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그 장학사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합니다.

 

2007년 8월 29일, 43년 동안의 교단생활을 마치며 대한민국으로부터 황조근조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훈장을 받았다고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남편 왈,

“훈장 받아서 엇다가 쓰는디? 차라리 양말을 주면 발이라도 따실 것인디.......”

 

일본의 혼도 자동차회사 사장은 “때로는 대학졸업장이 극장표 한 장만큼도 가치가 없다" 고 말했다지요. 제가 받은 훈장도 가격으로 따지면 양말 한 켤레만큼도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훈장을 받게 되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약한 몸으로 인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끝까지 나의 갈 길을 완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누구든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후회가 없습니다. 추억이 남을 뿐이지요.

지금도 떠나온 교단을 추억하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