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이야기

송전탑투쟁, 반대가 아니라 상생이다

by 호호^.^아줌마 2009. 6. 20.

특별기고송전탑투쟁, 반대가 아니라 상생이다


 

박재웅(38·다시면 가운리)


광주 평동-나주간 15만4천볼트 특고압 송전탑 98기 가운데, 다시면 가운리 1구에 10여기, 가운리 2구에 10여기는 민가에서 평균 30~100m 거리에 설치되고 70m 높이의 20여기 송전탑은 가시정도가 100%로 주거환경 및 경작활동에 극도의 위압감을 조성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이 송전탑이 혁신도시용이라는 한전측의 설명에 반대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사실은 이 송전탑이 혁신도시용이 아니었으며, 사업의 목적이 전력안정화 일환이기에 송전탑 설치가 시급하게 결정되거나 진행될 사항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2008년 이전에 수차례 반복된 설계변경 과정에 있어서 한전-나주시만 설계변경의 검토 주체가 되었고 주민의견이 배제된 결과, 다시면 가운리 구간의 설계는 민가에 근접되었고 일방적으로 확정 및 승인한 것에 대해 주민들은 의혹과 행정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그 증거를 이제는 확보하고 있다.

 

다시면 가운리 피해지역 주민들이 특히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2007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한전측이 공군부대 5.4km 이격거리를 강제규정처럼 내세웠고 주민들이 요구한 마을의 능선너머로 설계변경은 수용불가 입장으로 시간끌기 후 밀어붙이기식 사업을 강행하고 있으며,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아래 주민이 이해하고 협조하라는 식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지난 9일 공군부대로부터 이격거리에 상관없이 산악고지(정상고도)에서 좌우로 100m가량 7부능선보다 낮은 위치에 송전탑을 설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제는 이격거리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한전의 입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나주시의회 차원에서 한전과 국방부에 재심의 요청을 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는 곧바로 나주시의원 공동의 진정서로 모양을 갖추면서 국방부를 제외한 감사원, 국가권익위원회, 지식경제부, 한전 본사 등 4개 기관에 전달됐다.

 

하지만, 다양한 채널의 의견을 듣고자했던 주민들의 의도와는 달리 지식경제부에서는 진정서를 한전 감사과로 넘겨버렸으며, 회신마저도 기존 한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더구나 의장을 비롯한 전체 의원이 연대서명으로 작성해서 보낸 진정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 나주시의회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주민들로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터전을 빼앗긴다는 주민들의 불안감 속에서도 한전은 보란 듯이 공사를 강행해나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주민들은 우리의 뜻을 헤아려줄 책임있는 사람을 찾아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현직 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시장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부시장과 관계 공무원들도 만났고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발전의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특고압 송전탑으로 인해 자자손손 물려받은 생활터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필사의 의지로 저항하는 다시면 가운리 주민들의 고충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남아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주민-나주시-한전’의 유기적인 협조와 지혜가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이제는 충분한 자료의 검증을 통해서 가운리 주민들은 논리적으로 호소할 준비가 되어있다. 금성산 미사일기지로부터 이격거리 1km를 제외하고 다시면 가운리까지 구간에는 4km라는 산악지형이 존재하고 있는데, 5km라는 비경제적 원거리를 우회하여 재설계변경한 근거는 지극히 억지논리라는 사실을 주민들은 확인했다.

 

미사일기지로부터 다시면 가운리까지 5km라는 거리의 중간지대에서 진행된 다양한 설계변경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한전-나주시’에 송전설계의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나주시의회의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 싸움의 끝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다시면 가운리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지켜내기 위해서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명확하다. 이 송전사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려는 입장이 아니고, 집단이익을 위한 님비현상도 아닌, 단지 삶의 터전을 보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토록 소박한 꿈마저 무시당한다면 주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기대하며 살아갈 것인가. 다시면 가운리 주민들도 나주시민이다. 나주라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리고 나주를 대표하는 행정과 의회에서 피해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꿈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위 기고문은 원 기고자 박재웅 씨의 글에 주민대표 김용도 씨의 의견이 상당부분 추가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