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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혜정씨의 눈물

by 호호^.^아줌마 2009. 7. 13.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눈물은 순수하다. 가식이 없다.
기도할 때 거짓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은 없다.
눈물은 물기있는 언어다.
눈물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눈물은 마음에서 곧바로 흘러나온다.
눈물을 흘리라.
우리가 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소망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바람'의 언어다.

- 밥 소르기의《내 영이 마르지 않는 연습》중에서 -

 

며칠 전

한 여인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눈자위가 빨개지면서

그녀의 눈안에 가득차 오르는 바다같은 눈물...

 

친정부모가 경영하는 양계장이 물바다가 돼

5만 5천마리나 되는 닭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천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막내딸 형혜정씨.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냄새에 코를 감싸쥐는 판에

 온 몸에 묻은 오물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돕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눈물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눈물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남자는 울지 않습니다.

속으로 울 뿐입니다.

 

평생 농사를 지어 6남1녀 가르치고

여섯딸 잘 키워 시집보내고,

이제 마지막 남은 막둥이 아들 학교 마치면

농사 인생 끝이라는 생각으로

닭을 키워온

나주시 남평읍 우산리 인암마을 이장 형시혜(63)씨

 

7월 7일 아침

벼락 같은 집중호우에

손을 써볼 방도도 없이

양계장이 물에 잠겨 

생때같은 닭들이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저 것들이 다들 자식 아닙니까!"

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

 

그래도 그는 울지 않습니다.

원망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일처럼 달려와 일을 거드는 이웃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랜 세월 바람에 시달리고

눈비에 시달려온 농민은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일어설 희망부터 챙기는 것이지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천국이 그의 것이니까요.
애통하는 자도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위로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유한 자가 복이 있답니다.

그에게는 땅이 기업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도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배부르게 될 것이고,

긍휼히 여기는 자도 복이 있습니다.

그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화평케 하는 자 복이 있습니다.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입니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 복이 있습니다.

천국이 그의 것이 된다고 했습니다.

-마태복음 5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법회에서(2009. 7. 10. 심향사)


 

 

 

 

                한전 송전탑 설치에 항의하는 노안 장등마을 주민

 

 

슬퍼하며 애통하며 울찌어다

너희 웃음을 애통으로, 너희 즐거움을 근심으로 바꿀찌어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야고보서 4장 9~10절)

 

오늘도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눈물 같은 빗물 속에서

애통해 하는 자들의 마음을 읽습니다.

저도 제 마음속 응어리진 그 무엇이 있다면

울음으로써 녹여내고 싶습니다.

눈물의 세례를 받고 싶습니다. 

 

 

 


Nobody Knows De Trouble I've Seen

Double Bass / Gary Karr(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