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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

'기적의 사과' 꼭 먹고 말리

by 호호^.^아줌마 2009. 8. 14.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

스피노자의 말이죠.

그 말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지구의 종말...

사과나무...

스피노자...라는 단어적 매력에 이끌려 신봉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진정한 사과농사꾼을 만났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절에

나주에서 차농사를 짓겠다고 덤벼들었다가

몇년째 낭패만 보고 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최영진 씨라고, 면사무소 계장으로 정년한 분입니다.

 

많은 이야기 끝에 이 분이 건네준 책입니다.

'기적의 사과' 일본인 사과농사꾼 얘기를 다룬 책입니다.

 

"읽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하며 받긴 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승지행 대하소설 '토끼타령'을 한 삼십쪽 읽다가 덮어둔지 달포가 지났고,

박상길 수필집 '도시살이의 여백'도 띄엄띄엄 읽고 있는 중이고,

얼마전 벌교에 다녀온 뒤로 강한 이끌림에 추켜든 조정래 '태백산맥'이 막 1권을 넘어가는 중이라

언제 읽으리... 시큰둥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잡힌 점심약속이 오후 1시라

남들 밥 먹는 시간에 할 일도 없고 해서

나주시청 담벼락 옆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던 중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러기 전에 15년 6개월 동안 타온 아벨라 승용차가 오늘 제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프레스토가 거침없이 흘러나오고,

에어컨은 한낮의 무더위를 씻어 주는데,

차창 밖 사이드미러는 이렇게 싱그러운 담쟁이덩굴을 보여줍니다.

와~ 멋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봅니다.

그동안 흘깃흘깃 옆 차선 동정을 살피기에 급급했던 옆거울이

이렇게 오묘한 즐거움을 안겨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아오는 인생 전체를 통들어

이 차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것이 있었나 싶습니다.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이 초록의 담장을 아벨라가 비로소 오늘 마음의 창을 열어 보게 만들어 주는군요.

"고마워, 아벨라!"

  

 

 

기적의 사과는 썩지 않는 기묘한 사과에 대한 이야깁니다.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고 오직 정성만으로 최고의 사과를 만들어낸 한 농부의 감동 스토리!


무농약 사과 재배를 향한 꿈의 도전기 『기적의 사과』. 농약을 안 쓰고 사과 농사를 성공한 기적과 같은 일을 이뤄낸 한 농부가 있다. 2006년 12월 7일 NHK에서 다큐프로그램으로 반영되면서 일본에서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킨 사과 농가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방송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나약함을 이겨낸 한 남자와 그를 믿고 지켜봐준 가족들의 이야기는 뭐든 쉽게 포기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전한다.

문명이 진보하면서 우리는 늘 편하게 살아왔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농약과 비료의 발달로 보다 더 손쉽게 채소와 과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에 반기를 든 한 농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기무라 아키노리로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무농약 사과 재배의 꿈을 이뤄냈다. 이 책은 무농약 사과 재배에 최초로 성공한 그의 도전과 역경의 감동 실화를 펼쳐낸다.

사과를 연구하고, 밭을 연구하고, 밭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모두 연구하는 기무라 아키노리는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농부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하는 것은 비단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해서만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낸 꿈꾸는 인간의 참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도전 정신과 인간의 잘못된 상식을 뒤집는 삶의 자세를 통해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치명적인 문제로 사과밭의 나무들이 죽어가는 순간,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들에게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때 그는 모든 사과나무들에게 매달려 애원했지만 이웃의 밭과 붙어있는 나무들에게는 차마 애원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살아남은 나무들을 관찰하던 그는 자신이 애원하지 않았던 나무들이 한 그루도 남지 않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과나무를 사랑하는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뼈아픈 후회를 전한다.

 

이 책의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1949년 아오모리 현 이와키마치에서 대대로 사과 재배를 해온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히로사키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히타치 계열의 제조회사에 취직하지만 1년 반 만에 귀향하여 1978년부터 사과 재배를 시작한다. 생명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사과 재배에 실천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도전이었다. 도전의 대가는 혹독했다. 밤낮으로 들끓는 해충과 씨름하고`, 누렇게 말라 죽어 가는 사과나무를 돌보아야 했다. 가난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 ‘나무만 보고 흙은 보지 못했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어,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완성한다. 10여 년간 사과나무는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지 않는 야생의 힘을 스스로 회복하여, 현대 문명의 발달 이래 존재하지 않았던 지금껏 인류가 먹어 보지 못한 야생의 사과를 선물했다. 그의 기적의 사과는 2006년 12월 일본 NHK의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소개되었고, ‘단 한 번만이라도 기무라 씨의 사과를 먹어 보고 싶어요’ ‘기무라 씨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와 같은 사연이 담긴 7백여 통의 편지가 방송국으로 폭주했다. 온라인에서 3분 만에 품절되는 사과, 이를 재료로 만든 수프를 먹으려면 1년간 기다려야 하는 ‘기적의 사과’를 키우는 그는, 여전히 소박한 시골 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자연농법을 알리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상은 출판사 정보>


 

저는 지금 이 책에 빠져있습니다.

내일까지 넘겨주어야 할 중요한 프로젝트의 시나리오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내일까지 마감해야 할 기사를 하나도 안 쓴 상태에서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발 동동구르며 머리를 쥐어뜯을 지라도

저는 지금 이 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벌레와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결코 벌레를 미워하지 않는...

벌레를 이해하면서 사과를 키우는 그런 이상야릇한 농사얘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어렸을때 꼬박 하룻밤 하루낮에 걸쳐 읽어내렸던 '오싱' 이후의 몰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정식으로 느낌을 올리겠습니다.

이제 책으로 눈 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