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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스크랩] Alcoholic 1

by 호호^.^아줌마 2009. 11. 19.

 술은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술은 악마의 피라고도 한다.

주석이 길면 수명은 짧다는 속담도 있다. 술이란 어떻게 절제를 하느냐에

따라 명약이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전에 한참 심사가 불편했을 때 사촌 누이의 집 근처에서 웅크리고 보낸

세월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온통 보이는 것이 회색빛으로만 느껴 질 때였다.

낮이면 어두운 골방에 틀어박혀 소설이나 잡문 나부랭이를 뒤적거리며 시간

을 허비하고 밤이 이슥해지면 불빛 비치는 거리로 나와 술 잔으로 세월을 보

냈다.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었지만 붙잡고 싶은 순간들도 아니었기에, 지금 

돌이켜 보니 한심스러운 한 때였다는 생각만 든다. 근래에 술 때문에 힘 들어

하는(?) 친구와 종형의 모습을 보고 그때 생각이 나서, 겪었던 일 -  한 토막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누이는 낮은 다리 건너 시내쪽에 작은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여유롭지는

않았으나 그럭저럭 생활하기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끔 오며가며

내가 웅크리고 있는 숙소에 들려 들여다보기도 했고 방문을 열고 자빠져 있는

꼴이라도 보면 혀를 끌끌차며 욕을 해대기도 했다. 그래도 종형제라고 무슨 날

집으로 불러들여 한 자리를 주기도 했지만 매부의 얼굴을 보기가 안쓰러워 좌불 안석이 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여관에 급한 일이 있

거나 가볍게 손을 볼 일이라도 있으면 바쁜 매부의 손을 빌릴 수 없어 언제나 나를 불렀다. 술도 마시기 싫고 뒹구는 시간이 지루해지면

간혹 여관에 들려 현관 접수실에 앉아서 집안 이야기나 잡담으로 저녁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 본 여관의 풍경들을 일일히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술에 취한 별의별 사람들이 다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질 때였다. 아마도 장마였던가 보다. 점심시간이 넘도록 골방에서 넘기던 책장을 밀어 놓고 추녀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여관에서 연락이 왔다. 일이 생겼으니 건너 오라고 한다. 빗물에 후즐근해진 모습으로 현관에 들어

서자 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 한다. 어제 저녁에 들어 온 사람이 그때까지도 나가지 않아 들여다 보니 인사불성이라

는 것이다. 2층 객실의 문을 열었다. 방안은 온통 토사물 냄새로 가득했다. 침대 위에서 자다 굴렀는지 손님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짧은

머리에, 나이는 한 오십대 초반으로 보였으나 얼굴은 온통 검은 빛 일색이다. 더구나 배는 남산만해 임신 8개월이 넘은 임산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몇 번인가 술에 취해 투숙을 했던 사람인데 다음날 나가는 시간이 비록 늦기는 했지만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숨만 내 쉴 뿐 도통 눈을 뜰 줄 모른다. 옆집의 식당 아줌마가 방안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

을 들여다 보니 안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누이는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더니 연락할 곳을 알아내고는 전화를 걸어

한참이나 대화를 나눈다. 전화를 끝낸 누이는 지프린 얼굴을 한 채 이야기를 했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여관에서 알아서 처리를 하라고 했단다. 객실에 누워있는 사람은 알콜중독자로 병원도 여러차례 드나든 사람이었다. 젊어서부터 술을 입

에다 달고 다녔던 사람인데 나이가 들어 갈수록 술에 젖어 모든 것을 망쳤다고 한다. 직장은 물론, 식구들의 건사도 팽개친 채 전재산을

술로 날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족들과 친지들이 수 없이 말렸어도 그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사람을 행여 병원치료를 받으면 괜찮

아질까했으나 오히려 그것은 망쳐진 육신을 보호하여 퇴원후의 반복되는 술중독을 초래했다. 그 결과로 동네에서도 사람취급 하지 않

았고 가족들도 버린사람이 되어 행려자처럼 술에 취해 지냈던 것이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장구한 세월이 간을 망쳤는지

간경화가 오기 시작하고 복수가 차오르는데도 술을 끊지 못했다. 그렇게 산 세월의 육신이 한 여관방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널브러

져 있는 것이다.

 

 망서리며 서성이던 누이가 가족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했다. 대답이 빤한 모양이었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을 그곳보다는 119에 신고

하는 것이 빠르다고 알려주었다. 행려자로 분류되면 해당관청에서 행정처리를 한다. 신분증을 소지할 리도 만무하고 말도 못하는 인사

불성의 지경이니 무연고자로 처리될 것이다. 가족이 있어도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것이다. 그렇게되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요행히 지문

감식이 되어 신원이 파악되어 가족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119 앰블런스가 왔다. 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며칠 후 옆집 식당

아줌마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병원으로 간지 이틀만에 그사람은 눈을 감았다고 한다. 

 

 로마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세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네째 잔은 발광을

하기 위하여 마신다고. 그런데 다섯째 잔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마도 다섯째 잔은 죽기 위하여 마시는 술이 아닐까. 죽은 그사람은

혹시 죽기위하여 술을 마셔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마시는 술은 이 다섯 잔 중의 어디에 속하고 있는 것일까.

 

Graham Dalby And The Graha... - Lapland Tango - Tango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출처 : 배깃재 길손
글쓴이 : 담원{曇鴛} 원글보기
메모 : 가족 가운데 알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있어 옮겨왔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