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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스크랩] 이상한 교육 정책

by 호호^.^아줌마 2010. 4. 6.

올해

우리 학교(나주고등학교)는

날 벼락을 맞았습니다.

미술실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근데 무슨 날벼락일까요?

미술실 사진을 잘 보십시오.

컴퓨터를 중심으로 좌우에 작업대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작업대에 또 하나의 새로 맞춘 작업대가 각각 놓여 있습니다.

 

...

 

나주고등학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 해 6학급에 맞추어 17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도교육청에서 갑자기 5학급으로 편성하고 교사 정원도 3명을 감축하라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졸지에 1학년은 5학급으로 편성되고 선생님 세 분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쫒겨나는 꼴이 되었습니다.

최근 몇년간에도 교사 수는 2~3명씩 꾸준히 감소해왔고 이제야 안정을 되찾나 싶었는데 엎친데 덥친 격이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이 적은 저도 1순위로 쫒겨날 처지였으나 쫒겨나갈 학교마저 없으니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결국 1학년 학급당 학생 수가 작년 28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학급당 인원수가 해년마다 줄어들어야 할 판에 거꾸로 7명이나 늘어나다니 이게 될말입니까?

우리학교 교직원들은 기가 차서 한 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각 시도별로 교사 정원를 배정할 때 한 학급당 몇명으로 배정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전라남도와 같이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올해부터 학급당 교사 수 배치 원칙을 저버리고, 무조건 학생 수당 교사 수 배치를 기습적으로 단행한 것입니다.

결국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라남도는 아비규환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속수무책인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조차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렇다고 일선 학교마저 학생 수대로 배치할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된다면 학생 수가 16명 이하인 섬마을 학교의 경우 한 분의 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합니다.

결국 작은 학교를 살리다 보니 나주고등학교처럼 그럭저럭 큰 학교의 교사 수를 어쩔 수 없이 큰 폭으로 줄이고 학급당 인원수를 늘리는 고육지책을 택한것이지요.

 

저는 덕분에 담당 교사가 쫒겨난 한문과목을 음악선생님과 함께 맡기로 서약(?)을 하고 살아남았습니다.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더군다나 과거 한문교육 피해세대인 저에게 중학교도 아닌 고등학교 한문을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지금이 21세기 맞는지요? 그리고 엊그제 공교육을 살려 과외를 뿌리뽑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접하면서 씁쓸히 웃었습니다.

정치는 입으로 한다더니... 어쨌던 요즘 옥편을 찾고 사서삼경을 외우고 쓰느라 죽을 맛입니다. 애들에게도 미안하고요.

 

미술실도 황당했습니다.

원래 4인용 작업대 여섯개가 배치되어 있는데 도무지 두 개를 더 넣을 공간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 미술실 장의자와 자료보관대를 들어내고 위의 사진처럼 기형적 작업대가 설치된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새로 만들어 붙인 가로 세로 80*90cm 작업대를 3명이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총 6대의 컴퓨터로 이젠 포토샵 수업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과거의 콩나물 교실로 되돌아 간 것입니다.

미술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 30명이 학습할 수 있는 과학실을 새로 조성했는데 이 일은 더 큰일입니다.

 

제가 화나는 것은 이 나이에 머리 싸메고 한문 공부를 하는 것도, 미술 시간에 비좁은 의자사이를 불편하게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이 장사치들만도 못한 밀어부치기 경제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하는가입니다.

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농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이 통합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철저히 응징하는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제 이미자의 노래에 나오는 섬마을 선생님이나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근무하면서 꿈을 간직해왔던 고향  마을 학교는 모두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막무가네 신자유주의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본디 신자유주의란 자유무역의 확산 말고도 자본주의의 결함을 억제하기 위하여 국가가 경제에 적절히 관여하는 주의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자유주의는 처음도 끝도 효율성만을 강조하면서 질주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한문선생된 마당에 한문으로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 하였습니다. '소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라는 뜻입니다.

학교가 없는 삭막한 농어촌을 생각해보십시오. 교육 예산을 줄이기 위해 마구잡이로 농어촌 학교를 없애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농촌은 더더욱 피폐해지고 말것입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 하였습니다.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양자강 한 복판에서 물 속에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즉시 뱃전에 작은 칼로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칼을 찾으려 했다고 하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융통성 없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였습니다.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와 효율만을 위해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인 4대강 죽이기와 세종시 변경, 문화권력 장악을 위해서 언론을 길들이고 진보단체의 씨를 말리는 일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먼 훗 날, 아니 조금 훗 날,,, 그들은 그들이 묶은 매듭을 스스로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내년이면 전 나주고등학교를 떠납니다. 제발 이 학교에 새 미술선생님이 부임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고 조속히 미술실의 기형화된 작업대가 제 모양을 되찾기를 역시 기원합니다.

 

국회에서는 농어촌교육특별법을 통과시켜 합리적이고 평등한 교육 기반을 하루속히 만들것을 기원합니다.   

 

 

 

 

 

 

 

 

출처 : 부터...
글쓴이 : 박철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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