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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여행기

오뉴월 농사시름 보릿대 연기 속으로...

by 호호^.^아줌마 2010. 6. 14.

◇ 망종인 지난 6일 나주시 다시면 랑동마을 들녘에서 보리를 수확한 뒤 보릿대를 태우고 있다.<사진 : 차별화 홍양현 선배님>

 

오뉴월 농사시름 보릿대 연기 속으로...


선거철에 일손을 뺏겨 늦어진 보리수확이 한창이다. 망종인 지난 6일 보리수확을 마친 다시면 들녘에서 보릿짚을 태우는 연기가 솟아오른다.

 

망종은 보리를 먹게 되고 볏모를 심는 시기다. 망종이 일찍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고 늦게 들면 나쁘다고 했다. 망종까지는 보리를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 갈아 콩도 심게 된다.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넘어져 수확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요즘은 기계로 보리를 베니 그럴 염려는 덜게 됐다.

 

보리를 수확한 뒤에는 보릿대를 태우는 것은 모내기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모가 빨리 사름(뿌리 활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농가에서는 이맘때를 일러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하던가. 농사일이 끊이지 않고 연이어져 일을 멈추는 것을 잊는다고 ‘망종(忘終)’이라고도 했다. 보리와 밀을 베랴, 논을 갈고 써래질 하고 모심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자연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들고,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때의 농촌풍경을 시인 이문구는 ‘오뉴월’에서 이렇게 감칠맛 나게 표현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봄은 이렇게 여름에게 자리를 내주고 보릿대 연기 속으로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