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꽃이야기

죽설헌, 그 푸른 숲에 깃든 시원 박태후 화백의 예술혼

by 호호^.^아줌마 2010. 7. 13.

 

 죽설헌, 그 푸른 숲에 깃든 시원 박태후 화백의 예술혼

 

나주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호남대학교에서 조경미학을 가르치는

시원 박태후 화백은 젊은시절 광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지도사를 지낸 

생태전문가이기도 하다.

 

30여 년 동안 손수 가꾼 나주시 금천면 촌곡리 죽설헌 자택의 정원은 

마치 수목원을 방불케 할 정도의 다양한 수종과 기품있는 꾸밈새로 일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와 생태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남도의 대표적인 개인정원으로 손꼽힌다.

 

 

 

 

나주시 금천면 촌곡리 국도1호선(광주→나주 방면), 나주배박물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드넓은 배나무과수원 사이로 올망졸망 농가들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 작은 저수지 둑방을 건너면

사철 푸르름이 지지 않는 죽설헌이 나온다.

죽설헌은 박태후 화백의 예술혼과 함께 남도의 대표정원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나주시가 생태관광문화사업으로 일명 '죽설헌 문화촌'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뒷마당 넓은 연못에는 노랑꽃창포가 한창이다.

어릴적 마을앞 개울가에도 논두렁가에도 흔하게 피어나던 노랑꽃창포를 지금은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선생은 일부러 연못에 노랑꽃창포를 심었다. 수질 정화에 더없이 좋고 심어놓으면 절로 잘 자라는 우리 꽃이기 때문이다.

  

죽설헌 4천여평 공간에는 120여 종류, 천여 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홍매화부터 시작해 산수유, 백매, 양앵두 같은 봄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는데 지금은 해당화, 찔레꽃, 불두화, 작약이 한창이었다.

 

선생은 가장 좋은 나무, 나무 중의 나무로 유실수를 꼽는다.

꽃 피고, 열매 열리고,  새가 날아와 먹고 노래하고 수형까지 아름다워 사람에게 가장 유익한 나무라는 것.

 

죽설헌의 한그루 나무,  풀 한포기마다 이야기 없는 것들이 없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나무는 나주 불회사 대웅전 뒤에 아름드리로 자라던 추자나무 종자를 얻어 심은 것이란다.

 

지금은 죽설헌 지붕위까지 자라 그 나무 역시 아름드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불회사 대웅전의 나무는 베어져버렸다.

배박물관 옆에 봄이면 이쁜꽃을 피워내서 내심 지날 때마다 욕심냈던 산목련을 어느날 주인이 파서 버렸더란다.

어찌어찌 그 나무를 가져와 부러지고 찢겨진 것을 애지중지 살려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데  해마다 꽃과 향기를 주는 

키 큰 나무로 자라 죽설헌의 명물이 되었다.

 

 600미터 기왓길, 탱자나무 울타리, 송악과 능소화로

숨겨진 가로등, 마삭과 공생하는 나무들, 질경이길,

노랑꽃창포 피어나는 자연연못, 왕버들이 있는 자연연못, 파초밭 등 죽설헌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다.

 

그중에 기왓길은 선생이 손수 10여년동안 모아 쌓은 기왓담이다.  처음엔 그저 기와가 좋아 취미로 모은 건데 지금은 사명감으로 모으고 있다고 한다.

 

100년 이상된 손기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손기와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죽설헌이 되었다고 한다.

기왓담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조경작품이고 설치미술 작품이다.

 

질경이길은  키 큰 풀들을 베어내니 자연스레 키작은 풀들이 들어와 사는데 질경이도 그렇게 들어와 오붓한 질경이길이 절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자연은 성가시게 하지 않고 그냥 두면 그곳에 맞게 그곳에 어울리게 알아서 자란다. 선생이 말씀하시는 한국정원이 그렇다.

 

잔디나 시멘트로 포장되지 않은 마당 가운데서 콩타작, 보리타작 하고 마당가 텃밭에 먹을 채소 길러먹고 장독대에 봉숭아, 맨드라미 한두 그루 심어 키우고 돌담에 호박이나 박넝쿨 올려 열리면 따먹고 꽃피면 피는데로 수수하게 즐기는 것,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서로 동화되어 사는 것 말이다.

 

선생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일은 새만금 갯벌을 막은 것이다. 죽설헌이야 40년이면 만들 수 있지만 한번 숨통을 끊어버린 갯벌은 400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하고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원 박태후 화백, 광주의 대표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광주생명의숲' 창립회원이고 생명의숲의 '초록나무 한그루'다. 

 

그리고 죽설헌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며 환하고 밝은 꺼지지 않을 예술의 등불 하나 켜들고 서 있다.

 

 

49

 

* 이 내용은 한국언론재단에서 실시하는 기획취재 자문요원 프로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생명의숲 관련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