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이야기

모기 보고 칼 뽑나

by 호호^.^아줌마 2010. 8. 17.

모기 보고 칼 뽑나


옛 속담에 ‘모기 잡으려고 칼 빼 든다’는 말이 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또는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대책을 세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할개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 즉, ‘어찌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랴’는 말이 있다. 그 유래는 이렇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유(子由)는 노나라의 작은 읍 무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공자에게서 받은 예악(禮樂)에 의해 백성들을 교화하는 데 힘을 다했다.

 

하루는 공자가 두세 명의 제자를 데리고 자유를 찾아왔다. 그때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추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리오?”

 

자유가 대답했다. “이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조금 아까 한 말은 농담으로 한 것일 뿐이다.” 사실 공자가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 라고 한 것은 자유가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인데도 이런 작은 읍에서 성실하게 하는 것이 보기 좋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요즘 이 말은 공자의 본뜻과는 의미가 바뀌어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인물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비유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나주사회에서는 모기나 파리를 보고 칼을 휘두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주시의 대의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의회가 무슨 큰일이나 일어난 것처럼 성명서를 발표하며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시의회 비주류에 속하는 비민주계 의원들이 민선5기가 출범한 지 막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성명서를 발표해 시민사회를 바짝 긴장시켰다. 성명이 요지는, 민선4기 때 추진했던 사업들을 흔들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 대표적인 사업들은 나주영상테마파크와 종합스포츠타운, 미래산단 등의 사업이다. 민선4기 때도 말 많고 탈 많았던 사업들이다.

 

그런데 임성훈 시장이 이들 사업들에 대해 손익계산을 따져보자고 승부수를 던진 모양이다. 과연 이들 사업을 추진해서 나주시가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임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원 투자해서 천 원 버는 사업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남는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바 있다.

 

아마도 영산강문화축제를 비롯해서 민선4기의 사업들에 대해 축소 또는 폐지,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민주계 의원들이 발끈 하고 나선 것하며, 민주계 의원들이 시장을 옹호하는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 하며 시민들의 눈에는 왠지 모기 보고 칼 빼 드는 검객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집행부에서 하는 일이 문제가 된다면 나주시의회는 정식으로 이를 안건으로 삼아 의회에서 따지면 되는 것이다. 그 것이 제 논에 물대기식 논쟁이 아니라면 시민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론화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지금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65년 전 못 받은 임금을 받겠다고 소송을 불사하고 있는 마당에 나주시의원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

 

한전이 애초 계획대로 온전하게 혁신도시로 이전해 올 것인지,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나주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금 우리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추진할 일들이 이것들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