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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책 읽기 좋은 이 계절에

by 호호^.^아줌마 2010. 8. 29.

 

 책 읽기 좋은 이 계절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광주 충장로거리를 거닐다 문득 고등학교 때 외우고 다녔던 파스칼의 팡세 서문이 생각나 삼복서점을 들렀다.

 

서점 안에는 거리의 북적이는 인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서서, 더러는 쪼그리고 앉아서, 또 더러는 신문지를 깔고 아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팡세라니, 물론 철학적인 깊이를 알아서라기보다는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그 말 한마디에 매료돼 서문을 읽고 또 읽고, 아예 프랑스어 원문을 찾아 중얼거리고 다닐 정도였다.

어떤 내용이었던가. 가물거리는 생각을 더듬어 옮겨본다.

 

‘사람은 자연 가운데 가장 연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

사람을 없애기 위해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수증기, 물 한 방울로도 넉넉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사람을 없앤다 해도 사람은 자신을 없애는 우주보다 훨씬 위대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과

우주가 자기보다 훨씬 위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L'homme n'est qu'un roseau, le plus faible de la nature,

mais c'est un roseau pensant.

Il ne faut pas que l'univers entier s'arme pour l'ecraser,

une vapeur, une goutte d'eau suffit pour le tuer. 

Mais quand l'univers l'craserait, l'homme serait encore plus noble que ce qui le tue,

puis qu'il sait qu'il meurt et l'avantage que

l'univers a sur lui.  L'univers n'en sait rien.

 

새삼스럽게 팡세를 떠올리고,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순전히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 동창생으로 인해 비롯됐다.

 

취재를 위해 프랑스를 가게 됐다. 막상 날짜가 닥치자 불안감이 커져 가는데 이럴 때 프랑스에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떠올린 이름이 ‘홍태영’이라는 친구다.

 

초등학교 동창가운데 서울대를 간 친구가 두 명 있는데 한 (여자)친구는 법관이 됐고, 또 한 친구는 성북동장이던 아버지가 정년퇴임식을 하던 날 만났는데, 곧 프랑스 유학을 가게됐다는 얘기를 떠올렸다.

 

그러니 그 친구 지금 외교관이 되어 프랑스에 있던가, 아니면 국내 어디에서 프랑스와 관계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려니 하는 막연한 기대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많은 이름의 ‘홍태영’이 나오는데, 국방대 홍태영 교수,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홍태영 연구원, 무슨무슨 포럼의 발제자 홍태영... 동명이인인지, 실제 그 친구인지 몰라 헤매는데 「국민국가의 정치학」이라는 책의 저자가 홍태영인데 그가 나주 출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옳거니 바로 이 친구구나 생각하니 지금까지 긴가민가했던 홍태영이라는 인물이 모두 동일인물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홍태영, 한 인물 하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가 쓴 또 다른 책들을 들춰보니, 「몽테스키외&토크빌」「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서양근대정치사상사」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프랑스 공화주의 축제와 국민적 정체성’, ‘젠더화된 공화국’, ‘문화적 공간의 정치학’ 등의 책들이 이어졌다.

 

현재의 내 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하지만 10대 청소년기를 보내며 프랑스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빛났던 파리 시민들의 힘과 프랑스라는 국가의 저력에 감탄했던 그 기억을 되살려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올 가을엔 팡세 전문과 홍태영의 ‘국민국가의 정치학’을 읽고자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종일 들여다보는 것이라야 인터넷에 떠도는 쓰디쓴 사회고발기사 나부랭이들과 4대강이니, 청문회니 하는 정치권 뒷담화 나부랭이들이니, 올 가을에는 해가 지면 불을 켜고 책을 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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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처럼 그대곁에 - 이선희

그대 멀리있다 하지만 마음은 자유로워
생각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은 벌써 그대곁에
그대 보고싶어 하지만 내 몸은 사슬에 묶여
한 발 두 발 다가가지만 아직도 그대 보이지 않아
마음처럼 그대곁에 있고 싶어요
마음처럼 그대곁에 살고 싶어요
내 몸은 아직도 먼데 마음처럼 그대곁에

가사 출처 : Daum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