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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지역축제, 다시 시작하자

by 호호^.^아줌마 2010. 11. 2.

 

지역축제, 다시 시작하자


공교롭게 축제가 사무실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바람에 생쥐 풀방구리 드나들듯이 들락거리며 축제를 즐겼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생생한 원음으로 들려오는 축제 현장음에 누군가 노래를 잘 부른다 싶으면 바로 카메라를 들고 튀어 나갔다.

 

그 소식을 내 나름 영산강문화축제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며 블로그며 페이스북, 트위터에 올렸더니 원근각처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아뿔사! “원래 나주 축제는 이러냐?” 하는 말에 “뭐가?” 하고 되물었지만 바로 뒤통수가 켕겨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지만, 나주 지역축제에 ‘나주’가 없고, 영산강문화축제에 ‘영산강’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산강문화축제가 말야, 큰 의미로 봐서 영산강을 중심으로 꽃을 피운 나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말하는 거지. 영산강에서 뱃놀이 하는 것만이 영산강축제가 아니란 말야.”

 

진땀을 흘려가며 설명을 해봤지만 썩 탐탁스러워 하는 모습이 아닌 듯했다.

 

기왕 왔으니 요기나 하자 해서 데려간 곳이 모 단체가 운영하는 천막부스였다. 부침개, 돼지 머리고기, 떡국, 곰탕...

 

“이거 밖에 없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인을 살피다, “한정식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그리 갈까? 이참에 영산포다리 건너서 홍어정식은 어때?” 손님을 치르는 내내 왜 내가 식은땀을 흘려야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뜩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지역축제를 열 때 사회 곳곳에서는 많은 예산과 공무원 인력낭비를 가져오는 지역축제를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인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자체장의 치적이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한 축제도 많았고, 단체장이 바뀌면 축제도 덩달아 바뀌어갔다.

 

이번 영산강문화축제도 사실은 열지 말자는 것이 현 시장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안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축제예산을 일자리창출사업으로 돌리겠다는 의도였다고 하나 반발이 거세자 슬그머니 축제 추진 주체를 민간으로 돌리고, 예산도 절반으로 줄여서 치르도록 한 것이다.

 

8월말에 축제추진위원회가 재구성되고 두 달 만에 축제를 치렀으니 번갯불에 콩이 볶이기도 전에 집어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축제추진위원회에서 이러저러한 제안들을 쏟아놓기는 했으나 시일이 촉박하니 기존에 그려놓은 밑그림을 바탕으로 일단 축제를 치러놓고 보자며 지나왔다.

 

이제 축제가 끝났다. 모처럼 추수를 마치고 축제장에 풍물놀이로, 생활체조로, 들노래로 나와 흥겨운 무대를 꾸며준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악조건 속에서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추진위원회와 실무위원들, 스텝들에게도 감사한다.

 

하지만 이제 차분히 내년 축제를 기획하면서 하나하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주의 지역축제,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