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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

이어령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by 호호^.^아줌마 2010. 11. 24.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지은이) | 열림원 | 2010-11-12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베스트셀러인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통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오만함에 대해 참회했던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 냉철한 평론가이자 대표 지성이라 불리던 그가 하나님을 영접한 것은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충격적인 하나의 ‘사건’이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비로소 하나님 아버지를 처음 만난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어머니 앞에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고희를 넘긴 어린 아들은 왜 다시 어머니 앞에 섰는가?


저자인 이어령은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신변과 개인적인 가족사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는 티끌 하나도 숨길 수 없음을 깨달은 회한에서 비롯한 것이다.

학자이자 문인, 각료, 그리고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지만 ‘인간 이어령’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다가가는가를 생생하게 지켜보기도 했지만, 인간 이어령에 대해 재발견하는 계기를 찾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독자적인 관심과 저자의 개인적인 바람이 묶여 나오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마음 한구석에는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와 같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을 밝혔다.

『지성으로 영성으로』를 읽은 독자들 역시 인간 이어령의 굴곡진 가족사와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영접할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사연을 다시 한 번 들어보고자 열망했다. 저자는 또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이미 『지성으로 영성으로』에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했기 때문에 ‘어머니의 귤’ 이야기처럼 일부만 소개되었던 글의 전문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았음을 고백한다.

이 책은 곧 『지성으로 영성으로』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의 연장이다. 그런데, 바로 그 사이에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신다.


왜 또다시 어머니인가?


저자인 이어령은 70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영화와 그만큼의 격랑을 겪는다. 사회의 각계각층으로부터 존경받는 삶을 살았지만, 무엇보다 소중했던 손자를 잃고 자신의 딸마저 실명의 위기에 처하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적처럼 하나님을 만나 크리스천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뒤늦은 회심이 오래전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섯 살 때, 대낮에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린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여섯 살의 어린아이가 무슨 슬픔이 있어, 혹은 무슨 철학적인 생각이 있어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길 한복판에서 여섯 살의 어린아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저자는 그때의 기억을 여전히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저자는 어쩌면 그것이 ‘영성’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어린 시절부터 이미 하나님은 곁에 있었지만, 70이 넘어서야 비로소 그분을 온전히 맞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또, 한 번도 ‘영성’으로부터 멀어진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 알 수 없는 역설이 바로 ‘어머니’에 대한 고백이자 그리움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라는 말처럼 저자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절대자와도 같은 대상이었다.


표제작이기도 한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저자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라는 여섯 가지 은유의 소제로 풀어내고 있다. 어머니는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이 되기도 하고, 최초로 “떠나고 돌아오는 것”을 가르쳐주시기도 하고, 언제나 “뒤주처럼 묵직하고 당당”하시다.

또 “금계랍의 맛은 어머니의 추억”으로 입안에 남아 있고, 어머니는 “지폐 몇 장으로 살 수 있는 귤”이 아닌 귤에 대해 알게 해주시고,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이자 “갈증의 바다”로서 남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토록 온전하고 사무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실명의 위기에 처한 딸을 통해 느낀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과도 닮아 있다.

이 책의 4장에 실린 「나는 피조물이었다」에서 이러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여섯 살 때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어떻게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또 영성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문답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피조물이었다」는 CBS라디오 ‘장승철의 CBS 초대석’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저자가 개심을 하고 크리스천이 되는 과정을 좀 더 세세하고 명징하게 담았다.


이 밖에도 이어령만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이 가득하다. 특히 3장에 실린 「나의 문학적 자서전」에서는 그간 치밀하게 축조해온 이어령의 문학이 과연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돼왔는지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을 도식적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어령의 문학은 ‘어머니’로부터 시작해서 ‘하나님’으로 완성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책은 인간 이어령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간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던 원로 작가의 숨김없는 고백은 그만큼 마음의 깊숙한 곳을 울린다.

특히 그것이 오래 묵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거나 자신의 신념을 바꿀 만한 변화에 관한 이야기일 때는 누구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의 어머니를 가진 사람이라면, ‘영성’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의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어령의 순정한 고백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고향은 어디 있는가 / 오르페우스의 언어


2장 이마를 짚는 손

이마를 짚는 손 /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 I /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 II / 빛의 무덤에 세우는 묘지명 / 진주의 전주곡 / 길고 긴 탄생 / 누가 빗속에서 울고 있다 / 우수의 이력서


3장 나의 문학적 자서전


4장 나는 피조물이었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이다. 그것은 비유로서의 책이 아니다. 실제로 활자가 찍히고 손에 들어 펴볼 수도 있고 읽고 나면 책꽂이에 꽂아 둘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나는 글자를 알기 전에 먼저 책을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시기도 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신열이 높아지는 그런 시간에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주신다. 암굴왕, 무쇠탈, 장발장, 그리고 이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는 아련한 한약 냄새 속에서 들었다. 겨울에는 지붕 위를 지나가는 밤바람소리를 들으며 여름에는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머니의 하얀 손과 하얀 책의 세계를 방문한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중에서


 “아, 이마를 짚는 손. 장갑을 벗은 맨손. 그것은 타인의 손이면서도 이미 타인의 것이 아니다. 대체 머리맡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이마에 와 닿는 그 손은, 어머니가 아내의 그 손은, 아니 그 건강한 손들은 나의 감기를 대신 앓아줄 수는 없는 멀고 먼 이방인과 다름없는 손들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몸에서는 차가운 바깥 공기가 풍겨 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내 곁에 있지 않고 건강한 생활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손이 이마에 닿을 때 거리에서 나는 내 스스로의 열을 느낀다. 어렴풋한 황혼의 빛 속에서 어둠과 밝음을 나눌 줄 알고 5월의 바람 속에서 사라져가는 봄과 다가오는 여름의 의미를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마 짚는 그 손과 나 자신의 한계를 뚜렷하게 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손들이 줄곧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마를 짚는 손」 중에서 -



 “솟아오르는 아침 해보다 장엄하고 드라마틱한 게 있나요? 타오르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면 천지창조 첫째 날처럼 구름장 뚫고 빛이 가득한데 그 이상의 드라마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건 어제 뜬 해고 내일도 또 뜰 거야, 그러면 신기할 게 없겠죠. 하지만 내일 죽을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를 본다고 해보세요.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죽음을 느끼지 않는 삶은 허깨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 순간이 오지 않는다, 시간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한 번뿐인 시간이 지금이다, 라고 생각하면 누가 적당히 살겠습니까. 온몸으로 투신할 것입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면 성스럽고 순결하게 살리라고 봅니다. 태양이 새롭게 떠오르는 이 길을 두 번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번 걸어보세요. 풀 한 포기, 흙 한 줌, 벌레 한 마리도 얼마나 아름답고 눈물겹겠어요?”

「나는 피조물이었다」 중에서


저자 : 이어령  

출생: 1934, 충남 아산 (염소자리)

직업: 소설가, 문학평론가

가족: 아내와 슬하에 2남 1녀

취미/특기: 음악감상

기타: 1956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1960년 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1987년 단국대학교대학원에서 문학박사가 되었다.


최근작 

2010년 11월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


최근작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십이지신 토끼> … 총 139종


소개 : 문학평론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희곡작가, 시인, 대학교수, 언론인이다. 문화부장관을 지냈으니 행정가에, 올림픽 행사를 기획했으니 문화기획자라고도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밀리언셀러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어령의 이런 다양한 이력을 ‘간단하게’ 정리해도 다음과 같다.

1933년 12월 29일에 태어났다. 그러나 호적에는 1934년 1월 15일로 올라 있다. 1956년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문학예술》지를 통해 등단했으며,〈우상의 파괴〉를 발표했다. 1960년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1987년에 단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와 인연을 맺어 석좌교수, 석학교수를 거쳐 2001년에 스스로 퇴직했다. 1990년에는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했고, 2009년에는 경기도 디지로그 창조학교를 설립, 명예교장을 맡고 있다.

1960년, 28세라는 젊은 나이에〈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조선일보〉〈한국일보〉〈중앙일보〉〈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1972년,《문학사상》을 창간호부터 1985년까지 주간으로 지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중앙일보〉 고문을 맡고 있다. 1988서울올림픽 때는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90~1991년까지 초대 문화부장관이었으며, 1999년에는 대통령 자문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식전문화 및 관광협의회 공동의장을 맡아 활약했다. 2010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어령은 소설, 에세이, 희곡, 시 등 거의 모든 장르에 작품을 남겼다. 저서는 거의 100여 권에 이른다. 다음은 저서의 일부 목록이다. 오래된 저서는 출판연도와 출판사를 달리해서 계속 재출간되었기 때문에 연도와 출판사 이름은 적지 않았다. 일본어로 쓰여진 저서도 빠졌다. 《지성의 오솔길》《저항의 문학》《흙 속에 저 바람 속에》《바람이 불어오는 곳》《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노래여, 천년의 노래여》《장군의 수염》《환각의 다리》《기적을 파는 백화점》《축소지향의 일본인》《공간의 기호학》《디지로그》《젊음의 탄생》《지성에서 영성으로》



고등학생때 제법 심오한 마음가짐으로 읽었던 책 《거부하는 몸짓으로 이 젊음을 》


작가의 말 : 이미 나는 70년대의 '청년 문화 논쟁'이 일기 이전인 60년대에 '청년 문화론'을 써왔으며, 히피 문화가 일기 전에 이미 그 같은 징후를 〈오늘을 사는 세대〉라는 연재 에세이에 밝혔다. 지금 그 글들을 보면 옛날 사진첩의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두 번 같은 나이를 살 수 없듯이 글 쓰는 사람은 두 번 같은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러므로 여기 실린 이 글들은 젊음에 대한 글이 아니라 '젊음' 그 자체라고 하는 편이 정직할 것이다. 젊음이 갖고 있는 열정, 성급함, 그리고 모험과 반역... 장점에서 결점까지 글 자체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