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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by 호호^.^아줌마 2011. 6. 18.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날마다 편지를 쓰지만

실은, 받아줄 사람도 없는 공허한 읊조림

공연히 하늘의 구름을 보고

하릴 없이 바람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실은 그 어느 곳도 닿을 곳이 없는...

내 삶의 종착역은 사실 지금 이곳 여기인데

마음만은 머언 먼 그 어딘가를 향해 떠나가는... 

6월은 방랑의 계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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