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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④ 용담(龍膽)

by 호호^.^아줌마 2011. 10. 17.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④

 

꽃마을에 돌아온 늦깎이 시인-용담(龍膽)

 


학명: Gentiana scabra Bunge for. scabra

분류: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


갈바람 이는 북으로 이슬받이에 오래도록 남아 피는 꽃이 있었다. 눈가에 남보랏빛 아이세도우가 매력적인 ‘용담’이다.


정이월 고개 넘어 남으로 돋은 노루귀나 복수초 같은 애봄의 꽃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그 자리를 털고 부스스 일어나 거울을 드는 꽃마을의 잠꾸러기 미인이다. 용담은 피기도 늦게 피지만 지기도 오래 져 안타깝고 그리운 맘이 보통 아닌 꽃이다.


용담은 젠티아나(Gentian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일리리안이라는 나라의 왕 젠티우스(Gentius)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인데, 유래를 보면 평화로운 나라에 흑사병이 돌아 많은 백성이 죽어가자 왕은 높은 산에 올라 ‘제발 이 병을 물리칠 약을 점지해 주십시오!’ 기도를 하고 활을 당겼는데 화살이 꽂힌 자리의 풀이 바로 ‘용담’이었단다.

 

이때부터 ‘신이 가르쳐준 영험한 풀약’으로 ‘젠티아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듣자니, 인간의 간에는 역시 웅담(熊膽:곰의 쓸개)이라 하는데, 용담(龍膽)은 곰보다 강한 상상의 동물인 ‘용의 쓸개’라 하거니와, 잎이 까마중(용규:龍葵))을 닮고 그 맛이 쓸개(담:膽)처럼 쓰다 하여 의원들이 훗날 ‘용담초(龍膽草)’ 혹은 ‘초룡담(草龍膽)’이라는 약명을 지어주었다고도 하는, 그뿐인가, 눈발이 날리는 산중에 토끼가 가르쳐준 풀로 어머니의 오랜 위장병을 고쳤다는 나무꾼의 설화까지도 이 풀이 어떤 병을 잘 고치는지 짐작케 한다.

용담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약으로 더 유명한 우리의 산꽃이다.


용담은 사람의 간과 담으로 흘러들어 위액과 담즙분비를 증가시켜 건위(健胃)하고 간 손상과 궤양을 막아주는 효능을 동시에 발휘한다. 혈압을 내리고 이뇨, 항균, 항염, 말초순환개선작용이 있으며, 흰 쥐의 실험을 통한 항당뇨 효과도 보고 된 바 있다.


필자가 한창 들꽃공부에 빠졌을 땐 늦가을에도 홀로 깊은 숲길을 헤매었는데, 산모롱이 인적 없는 곳으로 한 떨기 용담을 찾던 기억이 첩첩하다. 지난 삶의 날선 애간장을 내려놓고 그 시절 불콰했던 위장을 꺼내어 내 존재의 무릎을 꺾어 주저앉혔던 ‘각성의 꽃노래’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것. 

 


정이월 고개 넘어 남으로 닿은

햇살 좋은 산길 양지녘엔 꽃이 피지요.

갈빛 시간들 헤쳐 나와 만난 꽃이라면

복수초 산자고 솜나물꽃 앞이라면,

눈보라 속 아득히 에우던 마음마디

뚝 접어 무릎 꺾고

주저앉아 있게 하지요.


갈바람 이는 북으로 이슬받이에

오래도록 남아 히는 꽃이 있지요.

여름 내 깊어진 남보랏빛 그리움

온 몸에 짙디짙게 물들이지요.

봄꽃 버힌 이들의 애틋한 마음마디를

뚝뚝 부러뜨려 무릎 꿇게 하지요.


내 이리도 헐쭉 허리 굽어

풀잎비늘 떨며 꿈꾸던 작은 나팔소리

이제야 어릿 세상에 흩뿌리니

그 몸빛 그 향기를 외면하지 마오

씁쓸히 얼비친 내 미소가 슬프진 않아도

피우지 못해 견딘 세월 굽이굽이

스며든 쓴 멍울 푸르게 푸르게

내 쓸개는 참 쓰기도 쓰다지요.

                            -졸시 용담 전문 -

 

 

밤새워 무거운 외투를 벗고 마침내 안개 속으로 돌아온 시인! 용담을 보면 나는 늦은 아침으로 다가와 내게 거울을 건네주던 눈빛 파아란 그녀의 미소를 잊지 못한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 나주뉴스 기고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약으로 더 유명한 우리의 산꽃 ‘용담’

 

용담은 피기도 늦게 피지만

지기도 오래 지는 꽃마을의 잠꾸러기 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