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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③ 독활(獨活)

by 호호^.^아줌마 2011. 10. 1.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③

 

 

독활 


홀로 당당하여 흔들리지 않는 바람…독활(獨活)

 

학명 : Aralia continentalis,

쌍떡잎식물강 산형화목 두릅나무과

 

“바람을 맞아도 흔들리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


들꽃을 둘러싼 세간의 숱한 입소문들 틈에 이만큼 인상적인 말이 또 있을까.

 

우리 꽃 독활(獨活:신농경초본) 또는 독요초(獨搖草:명의별록)의 이름에 따라붙은 유래이다. 이 간명한 한 줄의 글귀에는 시적 아포리즘이 있고 생사를 초탈한 출세간이나 정중동의 지혜가 담겨 있는 듯 즐겁다.


독활은 그저 여느 초본과 다를 바 없는 풀인데도 대나무처럼 꼿꼿하여 엔간한 바람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줄기에 그 잎’이라 하면, 잎사귀도 벙어리처럼 과묵하다.

 

특이하게 생긴 꽃은 또 어떤가! 아이들이 노는 비눗방울이나 갓난이 콧방울마냥 귀엽게 생겼는데, 이 동그라미에는 단 한 깃도 팔랑거릴 꽃잎이 없다.

 

그러니 과연 어떤 바람이 독활의 몸을 빌려 제 투명한 존재의 뼈를 드러낼 수 있겠는가!


독활이 앉은 자리에는 나란히 산형목 식구다운 당귀, 시호, 궁궁이 같은 댕기머리처녀들이 흰 우산을 받쳐 들고 서있지만, 동구만 나가도 어째 노는 짓이 오갈피나무나 팔손이나무, 음나무 같은 떠꺼머리총각들이니 어찌 풀이라 하여 두릅나무과의 여러 ‘나무’답지 않을까.


궁금한 것이 있어 독활을 찾았다. 시계의 분침처럼 앉아 ‘바람이 흔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가만 두어도 스스로 움직이는지는 인정할 수 없었으나 독활 속엔 고독하고 자재(自在)하며 착하고 연민스러운 중늙은이 축 하나가 좌복을 틀고 앉은 명상이 있었다.

 

미동도 없는 고요에 두 손을 모으고, 언어 이전의 자리로 통하는 길목의 이정표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삶은 적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행선이 되어야 했다.


“‘독(獨))’이란 땅에서 줄기가 홀로 곧게 올라간다는 뜻이고 ‘활(活))’이란 바람이 불어도 요동하지 않고 기운차게 자란다.”는 또 다른 이의 진술로 돌아와서야 행선이 멈췄다. 돌아온 자리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싱싱한 독활이 이를 드러내어 활짝 웃고 있었다.


깊은 산 숲 그늘을 사는 독활은 ‘달고 맵고 쓰고 따뜻하고 향기가 있으며 신장과 방광경으로 들어간다. 하반신 마비나 풍습으로 인한 관절통, 수족 저림, 좌골신경통으로 굳어진 다리를 풀어준다. 특히 뒷목과 어깨 쪽으로 뭉친 근육에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통증을 없애준다.

 

동물실험에서도 항관절염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기술하는바 거동이 불편했던 환자가 이 약을 먹고 마침내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을 이 유래어가 말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홀로 웃음 지었다.


언제고 독활의 몸을 한 번 만져보라. 솜털 보송한 사이로 촉촉한 향이 손끝에 전해질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도 스스로 떳떳하여 흔들리지 않는 내면으로 잘 살다가 늙어서는 ‘향독활’처럼 향기 그윽해져서 두루 인생이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


여름에서 초가을을 세상 밖에 내놓고 열심히 살면서 안으로는 또 커다란 덩이뿌리를 알뜰히 저축해놓은 저 멋진 사나이 독활! 이즈막 그의 견고한 생태를 닮아내고 싶었다.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나주뉴스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