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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나주소년소녀합창단 여름캠프를 찾아서

by 호호^.^아줌마 2012. 9. 5.

르포…나주소년소녀합창단 여름캠프를 찾아서

 

 

◇ 올해로 창단 7주년을 맞아 지역의 어엿한 문화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나주소년소녀합창단을 시립합창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솔솔 일고 있다.

 

 

“노래요? 무대에 선 제 모습 상상하면 행복해져요!”

 

나주소년소녀합창단 정기공연 앞두고 한여름 비지땀 맹연습

창단 7년차 맞아 시립합창단 전환 ‘힘찬 날갯짓’ 요구 높아

 

 

“양파는 그냥 먹으면 매워요/ 하지만 익혀 먹으면 달콤해/ 모든 요리에 양파 넣은 그 순간/ 최고의 맛을 느낄 거예요”

 

귀에 익은 선율에 자세히 들어보니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유명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의 선율이다. 그런데 저 노래가 본래 저런 내용이었던가 싶어 잠시 더 듣고 있자니 곧바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 멜로디로 넘어간다.

 

한낮의 수은주가 35℃를 넘나드는 8월 13일 오후, 다음달 22일 정기공연을 앞두고 맹훈련을 펼치고 있는 나주소년소녀합창단(단장 윤병준 나주문화원장)을 찾았다.

 

그동안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연습을 하다 이날은 장소를 중흥골드스파&리조트로 옮겨 1박2일 여름캠프를 실시하고 있었던 것.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모두 79명의 소년소녀 단원들이 최준영 지휘자의 손끝 움직임 하나에 목소리를 높이고, 낮추고, 키우고, 줄이는 모습이 꽤 능수능란하다.

 

“방학 동안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 물놀이 하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도착하자마자부터 계속 연습을 해서 실망했어요. 그래도 공연 때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물놀이장소로 캠프를 간다니 신나게 따라나섰던 막내단원 김어진(나주 금천초 4)군이 도착하자마자 이어지는 연습에 김빠진 표정을 짓더니만 이내 선배들을 따라 진지해진다.

 

지난 2005년 10월에 창단한 나주소년소녀합창단은 그동안 여섯 차례의 정기연주회와 영산강문화축제, 길거리 공연, 복지시설 위문공연, 크리스마스 공연, 어린이날 공연, 영산강 강가의 가을축제 등을 통해 이미 나주시민들과는 친숙해졌다.

 

또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및 순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과 정기공연,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기공식, 2008~2009년 한국합창제, 2011 KBS전국민합창대회를 등을 통해 전국의 내로라 하는 합창단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주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합창단을 거쳐 간 단원만도 총 600여명, 대부분 초등학생 때 들어왔다가 학업을 이유로 도중하차 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눈물어린 이별을 고하며 떠나간다.

 

이 가운데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전문성악인으로서 꿈을 키워가는 단원들도 있고, 남다른 끼와 실력으로 K-POP 등의 프로그램에 진출한 단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주5일제 수업에 따라 단원들에게 좀 더 알찬 토요프로그램을 마련, 노래를 통한 바른 인성과 예술성을 키워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나주소년소녀합창단은 영산중학교 음악교사인 최준영 지휘자의 남다른 열정이 마중물이 됐다.

 

최 지휘자는 2005년 당시 무작정 나주문화원을 찾아가 지역 청소년들로 소년소녀합창단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재를 털어서 운영하는 방안까지 아내와 논의했다는 것.

 

소년소녀합창단에 대한 최준영 지휘자의 신념은 확고하다.

“지금까지는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우선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창의적인 아이를 키우는 일에 관심을 둘 때”라고 밝히며 “합창단 활동을 통해 선후배 사이의 공동체생활도 익히고, 음악적 소양과 문학적 역량, 또 뮤지컬의 연기력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종합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며 합창단 활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여기에 나주시가 연간 4천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어 지역 예능인재양성의 명분까지 두루 살리는 셈.

 

하지만 어느 정도 민간합창단으로서 역량을 다져졌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합창단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소위 시립과 민간합창단 사이에 ‘급’이 안 맞는다는 것 때문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합창단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고 있는 자모회장 박견희(45)씨는 “어린 시절 동요와 가곡, 아리아와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를 접하면서 교양과 정서를 쌓는 것은 우리 아이에게 그 어떤 교육보다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나주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학부모 양현정(44)씨는 “단원들이 학기 중 매주 토요일과 방학 중 20여일을 연습에 할애하고 있는데 공연기회는 봄과 가을 두 번의 정기공연 외에는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히며 “다른 지역처럼 시립합창단으로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도록 지역적인 배려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밝히고 있다.

 

나주소년소녀합창단은 창단 7주년을 맞아 9월 22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통해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인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