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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담배,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6>

by 호호^.^아줌마 2014. 5. 17.

특별연재…담배,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6>

 

 

헌법소원에 임하는 대한민국 정부부처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고재철

국민건강보험공단 나주지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 이하 보험공단)이 새해벽두부터 ‘담배소송’을 이슈화 시키면서 흡연피해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최근 각종 언론과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는 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청구소송(담배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연일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나주지사 고재철 지사장이 직접 나서 흡연으로 인한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고, 왜 금연을 해야 하는지 홍보에 적극 팔을 걷어붙였다. 담배에 대한 불편한 진실,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헌법소원에 나선 이해관계인(기획재정부)측 주장의 요지는 “담배는 기호식품으로서 흡연의 시작과 중단은 모두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흡연권 역시 헌법상의 권리”라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 측이 주장하는 담배의 유해성 및 중독성은 과장되었다는 것.

 

이런 주장의 근거로 첫째, 다른 나라의 법률과 비교해 봐도 담배의 제조·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부탄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국가경제 및 국제무역의 측면에서도 부당하다는 점이다.

 

둘째, 담배는 이미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서 중복 규제하고 있으며, 규제 수준 측면에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상 협약 당사국의 의무를 이미 초과해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중독자치료, 금연교육은 제외)

 

셋째, 흡연권 역시 헌법적 권리이며, 담배는 의존성과 금단 증상이 있지만 욕구 조절이 가능하고 내성이 없기 때문에, 성인인 흡연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청구의 적법 요건 측면에서, 청구인이 담배의 판매업자도 아니고 수입업자도 아니므로 직접성과 자기관련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담배사업법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또 심판청구대상인 담배사업법 시행일이 2010년3월19일이므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기본권침해가 있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이면서 기본권침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이 지났기 때문에 청구의 적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주요 쟁점사항은 ①기본권 침해의 직접성과 자기관련성, 청구기간 준수 여부 등 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충족했는지, ②담배의 유해성·중독성과 그로 인한 피해의 수준, ③흡연의 중독성·의존성이 성인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수준인지, ④흡연과 관련하여 국민의 보건권 보호를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담배사업법상 각종 규제가 담배규제기본협약상 협약 당사국의 의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측에는 ‘담배의 유해성·중독성과 관련한 객관적 자료’를, 이해관계인(기획재정부) 측에는 ‘담배 중독자 치료를 위한 추가 조치 마련 여부 확인 및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의 주장대로 담배사업법의 위헌 결정과 ‘담배 제조·판매·수입 금지법’의 입법촉구 결정이 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흡연자의 반발이라는 사회적 이유, 담뱃잎재배농가의 피해라는 현실적 이유, 담배회사의 손실이라는 경제적 이유, 조세수입의 감소라는 행정적 이유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견도 있다. “담배사업법의 위헌 판결로 모든 담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극단적 결정은 아니지만, ‘흡연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것을 권고’하는 절충적 판단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이다.

 

그간 진행한 세 건의 담배소송과 이번의 헌법소원심판에는 공단의 흡연폐해 자료 발표 ‘전과 후’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의 암 발생이 최대 6.5배 높고, 매년 1조7천억원의 진료비 추가 지출을 발생시킨다는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폐해 연구결과를 법원이 얼마나 인정해주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편에서 언급했듯이, 헌법소원 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에 그 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헌법소원심판에는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공개변론에서는 이해관계인인 기획재정부의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런데 이번 헌법소송에서 비록 대리인을 통해서 이지만 정부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과장되었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합당한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도에「담배의 규제에 관한 세계보건기구 기본협약(WHO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 )」을 비준하였고, 동 규약에서는 담배의 중독성·치명성을 전제로 정부가 담배 규제를 위한 공중 보건 정책들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공개변론에서의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이 'WHO 담배규제협약'의 내용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갑(2,500원) 당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부가가치세 227원이 부과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담배 세금 중 가장 많은 부분(담배소비세)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헌 심판 대상인 ‘담배사업법’의 소관 부처라서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해관계인이 되어 공개변론에 참석했을 것이다. 안전행정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지방교육세의 소관부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방교육세(320원)보다 많은 금액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금연 정책의 주무부처이면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이행을 담당하는 부처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에 보건복지부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건복지부가 금연정책의 주무부처로서 흡연폐해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제출이 있었다면, 헌재가 흡연 폐해를 인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야 할 부처는 가만히 있고, 가만히 있어도 될 부처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