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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152

정영숙...온수골 온수골 나주시 온수골 140번지 초여름 비 여린 잎 간간히 적시던 날 소달구지 세간 위에 동생과 나란히 앉아 손 꼬옥 붙잡고 버섯 같은 초가집에 눈만 꺼먹이던 곳 병역 기피하신 아버지는 직장 잃으시고 어머니는 논 서마지기 밭 닷마지기 손톱이 닳도록 피땀 적신 곳 동생 얼굴에 버짐꽃 피면 아버지 .. 2009. 1. 24.
전순영...발효 外 발효 / 전순영 영글대로 영글어 약이 한참 오른 누런 밤송이가 알밤은 어데다가 쏘옥 빼버린 껍데기 밤송이가 입을 쫘악 벌린 악어같이 내게로 온다 눈이 찡그려지고 가슴이 조여들고 맥박이 쿵쿵 소리질렀다 식도 속으로 기어들어 온 밤송이를 삼키려니 쓰디쓴 피가 목구멍 속으로 뚝뚝 떨어진다 타.. 2009. 1. 24.
윤희상...소를 웃긴 꽃 소를 웃긴 꽃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윤희상 / 소를.. 2009. 1. 24.
정끝별...사과껍질을 보며 사과 껍질을 보며 떨어져 나오는 순간 너를 감싸 안았던 둥그렇게 부풀었던 몸은 어디로 갔을까 반짝이던 살갗의 땀방울은 어디로 갔을까 돌처럼 견고했던 식욕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식탁 모퉁이에서 사과껍질이 몸을 뒤틀고 있다 살을 놓아버린 곳에서 생은 안쪽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붉은 사과껍질.. 2009.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