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표현의 자유와 책임질 권리

네티즌, 표현의 자유와 책임질 권리

소설 ‘청춘불패’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등의 작가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외수 씨가 자신에 대해 악성댓글과 게시물을 올린 악플러들을 고소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 산골에 칩거하며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이외수씨, 문학가로서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에 가치를 부여할 그가 네티즌을 고발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외수 씨는 지난해 12월 뉴라이트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분자로 폄하한데 대해 “김구 선생을 테러분자라고 가르치는 세상이 왔으니, 머지않아 이순신 장군을 살인마라고 가르치는 세상도 오겠다”고 비난한 것이 발단이 돼 그동안 우익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이 씨는 계속되는 토론 요구에 참다못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알바’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했고, 이 말이 불씨가 돼 수많은 우익성향의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견딜 수 없는 악성댓글로 자신을 비방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알바’는 특정 정파나 이념을 지향하는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반대편 네티즌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인터넷상의 은어다.

 

전해들은 문제의 댓글들은 ‘이외수님 언제 죽어요?’ ‘예비 고인 이외수옹 미리명복’ ‘이외수 친북종자’ ‘아 짜증나네 꺼져임마’ 등. 이런 표현들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란다.

 

사안이 다른 내용이기는 하지만 나주에서도 네티즌 고소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당 소속 나주시의원 7명이 나주시 인터넷 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네티즌 2명을 나주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가’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떳떳하게 자신의 비판적인 의사를 표현한 시민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정도가 지나칠 정도의 음해성 루머에 대해 사실여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당국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도 얼마전 나주시로부터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시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해서 삭제요청을 받은 바 있다. 또 한 대학에서는 학내비리를 다룬 소식이 검색되면서 학교 이미지에 좋지 않다며 내려주면 안 되겠느냐는 정중한 요청을 받기도 했다.

물론 정중하게 거절했다. 지역의 좋은 소식이나 불편한 소식이나 그 자체로 현재를 기록한 역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노라 밝혔다.

 

네티즌은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내 표현의 자유가 공익적인 차원의 비판기능을 넘어 무고(誣告)의 수준에까지 이를 때는 당연히 명예훼손과 권리침해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정당한 권리표현이라면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은 결국 이를 탄압하는 사람에게 비난의 칼을 돌리리라.

‘표현의 자유’란 민주주의의 고귀한 가치에 편승해 비방과 욕설로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데 있지 않다.

 

오직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당장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분연히 권력의 힘에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네티즌의 일갈이 필요한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