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공무원 장치민 지부장에게 박수를…
추석을 앞두고 지역 공직사회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한 사건(?)이 있었으니, 이른바 ‘간 큰 지역 공무원이 본청 상급자에게 항명하다’쯤 되는 건이었다.
지난달 29일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전남도내 22개 시·군 공무원 2천여명을 모아놓고 업무 시달 교육이 있었던 모양이다.
도청에서는 시군별로 70~80명씩 의무적으로 참석하라는 지시와 함께 불참한 공무원은 사유서를 내라는 지시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 지역경제과 지방행정7급 장치민 씨는 “그냥 문서로 전달해도 될 일을 굳이 이 바쁜 시기에 동원하는 이 무슨 어이없는 행정이란 말인가?” 단단히 벼르고 교육에 참석을 했던 것.
“질문 있습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도청의 편의적인 발상으로 시·군당 80명씩의 인원을 할당하여 차출해서 교육을 배치한 것은 시·군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며 상도허용을 남발하는 사례로 시정되어야 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장 씨의 이같은 질문에 당시 교육을 주관하던 전남도 배OO 정책평가담당은 “교육도 시작하기 전에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예의가 없는 일 아닌가요? 공무원 몇 년 하셨죠? 직급은 어떻게 되시나요? 질문은 끝나고 합시다.”
하지만 장 씨는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이에 장 씨는 전남도청 홈페이지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등에 공개적으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공개질의서를 올렸다.
이틀 뒤 이에 대한 공개답변서가 올라왔다.
“이왕이면 다 함께 잘해보자는 좋은 의도로 마련한 교육 자리에 매끄럽지 못한 저의 진행으로 인해 논란을 촉발시킨 점 그 당시의 교육생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공개사과에 준하는 답변과 함께 당시 상황에 대한 해명이 이어졌다.
이렇게 쉽게 답변이 나올 수 있을까 의아하면서도 몇 가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나주 노조지부장이신 장치민 선생님께 사과드립니다.”
장치민 씨가 노조지부장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지방행정7급’의 공무원이었더라도 이같은 답변이 나왔을까 의아심이 남는다.
배OO 담당은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밝혔지만 “손을 번쩍 들고 다짜고짜로 소속 성명도 밝히지 않은 채 전투적인 자세와 목소리로 질문을 한 것에 적이 당황을 했다”는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장 지부장의 항명은 그동안 도 본청 공무원들이 시군단위 공무원들을 졸(卒)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항명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장치민 지부장, 용기있는 항명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나주시 공무원조합원 786명을 대표하는 노조지부장으로서 현업을 맡아 일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결코 정부와 자치단체장 등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겠다던 그의 취임일성이 꼭 지켜지기를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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