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나주, 희망은 있는가?
오늘 같은 날은 예외 없이 박석무 선생의 다산이야기를 펼쳐든다. 감히 내 식견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어려울 때 예외 없이 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곤경에 처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세상과 담 쌓고 홀로 유유자적하는 것이 나을까, 끝까지 문제에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을까?
18년의 유배살이 동안에 희망을 잃고 막막하게 생활하던 고향의 두 아들에게 보낸 다산의 편지에서 그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집안의 가장이 큰 화를 당해 온 가족이 뿔뿔히 흩어지게 됐을 때 대부분 남은 가족들은 서울에서 먼 시골이나 산속으로 피난 가서 숨어살기 마련인데, 다산은 아들에게 그러지 말라 전한다.
높은 고관대작으로 한창 잘 나가는 때에야 반드시 산비탈에 셋집이라도 얻어 검소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화를 당한 집일수록 가능한 서울의 한복판에 살면서 벼슬하는 집안사람들과 차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손자들의 세대라도 과거에 응할 마음을 두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진 사람이라서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示二兒家誡) 중”
최근 전·현직 나주시장의 행보에 시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신정훈 시장이 4대 임기를 채 넉 달여 앞두고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임기 내내 송사에 시달리느라 시장으로서 제대로 일을 못했다는 하소연을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김대동 전 시장은 40년 동안 몸담았다던 소속 정당을 탈당, 무소속의 깃발을 들고 재선가도에 뛰어들었다. 시민의 부름을 받고 내린 결단이라는 그의 말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나인수 전 시장은 퇴임 이후 벌인 사업과 관련해 재판에 계류 중이다. 나주시민이 뽑은 초대민선시장마저 사법처리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구사일생으로 혐의를 벗게 될 것인지 이 또한 시민들의 관심사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이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한다. 물론 당사자들의 귀에는 마뜩찮게 들릴 말이다. 또 어떤 이들은 나주가 원래 송사(訟事)하기 좋아하고 남 잘되는 것 못 보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결론짓자니 살고 싶은 정이 떨어진다.
이런 나주라는 사회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인가 회의하는 사람들,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자꾸만 산으로 가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주라는 사회, 이제는 내편, 네 편이 아니라 우리가 한 편이 되어 함께 사는 사회로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위기야말로 또 다른 기회’라는 다산의 말을 믿고 이제는 분쟁과 갈등과 편가름이 없는 그런 나주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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