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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오, 땡큐! 테일러

by 호호^.^아줌마 2010. 11. 22.

 

오, 땡큐! 테일러

 

나주시 대호동 김정음자


영산포중학고 원어민 교사인 테일러가 우리 집 온 날은 금년 8월 18일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외국인과 함께 살게 되는 일이 반기는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수염으로 온 얼굴이 덮여 있고 동양인 보다 훨씬 큰 키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파란 눈의 외국인과 어떻게 살지? 그렇게 두려움으로 외국인을 맞게 되었는데...

 

테일러를 만나는 순간, 그 두려움은 기쁨이 되었답니다. 테일러는 헐리웃의 배우만큼이나 미남입니다.  마음씨는 더 예쁘며 예의 바르고 매우 총명한 청년입니다. 나의 음식 솜씨가 좋지 않다는 것은 남편이 알고 자녀들이 잘 압니다.

 

그런데 테일러는 한국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습니다. 아무 음식을 먹고 나서는 “어머니 맛있어요. 감사합니다”입니다. 무엇이든지 잘 먹고 감사하는 테일러에게 물었지요.

“테일러, 진짜로 맛이 있어요?”

진짜라는 낱말을 몰라 그 깊고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요. 나도 진짜를 영어로 모르기에 한영사전을 펼치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무슨 음식을 먹고 나면 “어머니, 진짜로 맛이 있었요. 감사합니다” 입니다.

 

한국어 낱말 하나를 가르쳐도 ‘어머니 감사합니다’ 볼펜을 쓰고 돌려주면서도 ‘감사합니다’  세탁한 옷을 받아 들고도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하루에도 수 없이 감사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테일러를 ‘땡규 테일러’라고 부른답니다. 어디 여행을 다녀 돌아오면서도 빈손으로 오지 않습니다.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포장을 정성껏 하고 꼭 편지를 씁니다. “가족 고마워요. 테일러가”

 

어느 날 아침입니다. 식탁에 예쁜 그림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림 옆에는 “가족 고마워요. 테일러가”

쓴 편지도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내가 30대에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보듬고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이 어찌나 사진과 똑 같게 그렸는지. 우리 가족은 테일러의 그림솜씨와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은 그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이 그림은 액자에 담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답니다. 우리가족은 이 그름을 보면서 테일러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테일러와 함께 공부하는 일이 매우 즐겁습니다. 교사로 퇴직을 한지가 얼마 아닌데도. 다시 설 수 없는 교단이 그렇게도 그리운데. 가르치는 기쁨이 내게 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교재도 없지만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어를 함께 공부합니다. 이것저것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테일러에게 말했지요.

 

“테일러,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마세요.”

그랬더니 ‘억지로’ 를 몰라 눈이 둥그레 집니다. 그래서 한영사전을 보여주었더니 ‘억지로’ 를 금방 알고  “억지로 안 먹어요. 진짜로 맛이 있어요.” 이 일 때문에 우리 가족(테일러를 포함)은 크게 웃었습니다.

 

한 번만 가르쳐 주면 금방 한국어를 깨치는 테일러는 우리 집의 우등생입니다.

잠을 잘 때에는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문안 인사도 잘합니다. 저녁에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될 때에는 꼭 전화를 합니다.

“어머니, 저녁 밥 집에서 안 먹어요.”

 

이런 테일러의 뜻을 전하려고 어머니를 몇 번이나 부르면서 말을 더듬는지 모릅니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 이 어머니가 얼마나 답답할까요?  하루에도 ‘감사합니다.’ 를 수 없이 고백하면서 언제나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깊은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님을 향한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 이 외로운 이국의 청년을 사랑으로 보듬는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는 테일러가 한국에서 건강하게 보내기를 늘 기도합니다. 테일러가 우리 가족 때문에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가족은 테일러를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오, 땡규 테일러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