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문화바우처사업 ‘땡처리’ 말썽

◇나주시가 문화바우처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문화예술행사가 본래의 취지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은 지난 18일 금성관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뮤지컬 갈라 공연>

지난해 고작 20% 쓰고 남은 사업비 뭉뚱그려 집행

문화소외계층 월5만원 공연관람비 지원 ‘있으나마나’

나주시가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해야 할 문화바우처사업 집행실적이 저조하자 특정 문화예술행사에 몰아치기로 예산을 집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문화바우처사업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게 공연, 전시, 영화, 도서 등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관람, 구매할 수 있도록 가구당 월 5만원에 청소년 1인당 5만원씩 추가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주지역에서 문화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은 가구는 2,380 가구, 나주시가 확보한 문화바우처 기금은 문화예술진흥기금 1억1천만원(80%), 시비 3천300만원(20%) 등 총 1억4천3백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수요자에게 집행된 기금은 채 3천만 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나주시는 급거 나주예총을 주관단체로 선정해 지난 15일 나주효사랑병원을 시작으로 22일까지 노인요양원과 복지관, 전통시장, 병원 등 14곳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8천400만원, 전체 기금의 59%에 해당되는 사업비를 쏟아 부었다.

공연내용은 민요·국악 등 전통예술과 타악·색소폰 연주·댄스 등 대중예술, 뮤지컬 갈라 공연이 어우러져 문화소외계층은 물론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하지만 공연내용이 시민들 정서에 부합하느냐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지난 18일 오후, 당초 아동복지시설인 백민원에서 갖기로 했던 공연일정이 취소되고 금성관 앞 광장에서 게릴라 공연식으로 공연이 열린 가운데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쌩뚱 맞은 공연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젊은 출연자들이 유명 뮤지컬 삽입곡을 공연하는 자리였으나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 속에서 거의 속옷차림 수준의 춤과 노래가 오히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곰탕을 먹으러 왔다가 공연을 지켜보던 한 관람객은 “문화재 앞에서 스트립쇼도 아니고 무슨 짓이냐”며 혀를 찼고, 어린아이를 안고 있던 또 다른 관람객은 아이의 눈을 가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주예총 관계자는 “나주시로부터 갑작스럽게 공연의뢰가 들어와 짧은 기간에 공연을 준비하느라 무리가 있었지만 최상의 출연진으로 고품격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연내용이 소외계층에 얼마나 설득적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했지만 대다수 문화소외계층인 나주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나주시가 지난해 사용하지 못한 사업비를 쓰기 위해 급조했다는 지적 속에서 문화바우처사업이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주시 문화바우처 기획공연 일정표

나주라는 세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