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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빗장 풀린 쇠고기시장, 귀농의 꿈 물거품 되나

by 호호^.^아줌마 2008. 6. 2.
 

특별기고


빗장 풀린 쇠고기시장, 귀농의 꿈 물거품 되나


류창석(나주시 오량동 120-9)


미국소 수입 반대 촛불이 광우병 공포에 휩싸인 한반도를 밝혀주고 있다. 마치 1억 마리의 미친소가 태평양 바다를 헤엄쳐 이 땅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듯한 극도의 불안감이 전 국민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귀농 축산인의 한 사람인 내 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그림자가 짙다. 나는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났기에 흙을 사랑하고 그리는 정서는 본능에 가깝다. 소도시에서 가정을 이루고 인쇄업 경영을 하며 인생의 가장 활력 넘치는 30~40대를 보내면서도 늘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소박한 본능 속에서 살았다.

2003년 여름은 나에게 제2의 인생이 펼쳐진 시기이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기도하던 귀농을 아내와 터놓고 의논하여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다행히 아내는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말로 내 뜻에 따라 주었다. 지금 들어보니 읍내에서 자랐던 아내는 농촌생활은 잘 몰라서 그렇게 대답을 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알았다면 아마 극구 반대했을 것이라고 아내는 자신의 무지를 탓하고 있다.

여하간에 나는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켜 한우사육을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5년간 나는 평생 흘린 땀보다 더 많은 땀을 쏟았고 밤낮없이 일속에 묻혀 살았다.

막상 시작하니 시골을 그리는 정서 하나로는 적응하기가 녹녹치 않는 현실들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성실한 자세보다는 자금력이 요구되는 구조 변경도 역시 예견될 장애였다. 체력의 한계, 끝도 없이 계속되는 투자, 불편한 생활환경 등 어려움은 예상보다 컸다. 특히 늦게 얻은 자식에게는 너무 미안한 점이 많았다.

참고 견디며 희망을 키우고 피땀을 쏟는 노력으로 축사도 늘리고 송아지 생산도 늘어나 드디어 소득을 창출할 시기가 되어 막 한시름 놓으려는 순간 미국소 수입이라는 사이클론 같은 위기를 맞고 말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어떤 일에든 준비하는 것은 필수인데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은 어떤 준비도 순서도 없는 벼락치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무시한 처사를 세계적인 추세라고 무조건 따르라니 답답하고 한심하다.

지금 이같은 상황이 귀농 5년차인 내게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축산 농민을 보호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광우병 걸릴 염려 없다고만 반박하고 있는데 정작 쇠고기 시장의 빗장을 활짝 열어젖히려고 하는 그 당사자들은 수입 쇠고기를 자기 자신과 또 자기 가족, 특히 자기 자식들에게도 먹이면서 하시는 말씀인지 묻고 싶다

지금으로써는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절망을 안겨준 그 분께 “우리가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맞습니까?” 묻고 싶다.

자립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조치를(미국소 수입)내린 것은 대한민국의 축산농민이라는 존재 자체를 무시한,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은 다분히 기업인(?)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라고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어느 한순간 우리 농촌의 들녘에서 우리밀이 사라져갔듯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한우가 사라져갈 것이다. 이제는 그 어떤 희망도 없기에 어렵게 일군 귀농 5년간의 삶이 헛된 것이라는 허탈함만 남는다.